새해의 첫 시작은 상콤하게도 새벽 5시부터 눈 비비며 일어나
정화수 -끓여서 식힌 물- 를 뜨고 밥과 국을 준비해 백일 삼신상을 차렸다
삼색나물이 없어 삼색그릇에 국을 뜨고 ㅋㅋㅋ
금지품목인 마늘이 둥둥 떠다니는 미역국에
물을 떠놓을 사발이 없다보니 에스프레소잔으로 ㅋㅋㅋ
나중에 보니 수저를 안 놨더라고? ㅋㅋㅋ
삼신 할배님들 맨손으로 드셨나.. 죄송해라
세상에 이런 삼신상이 어디 있을까 싶었지만,
우리 달곰이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모든 마음을 다 해서 열심히 빌었다
"우리 달곰이 발 크게 해주세요~"
그리고 오빠는 삼신상 차렸다고 시어머니께 자랑했다가
허튼 데 빌지 말고 성당 가서 '찬미예수님'께 기도나 올리라고 혼났다능 ㅋ
"삼신상 프레젠테이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
상을 물리고 다시 잠들었다가 해 뜨고 일어나 본격 손님맞이 준비
대단한 걸 차린 것도 없는데 오전 내내 정신 없고 허둥지둥 일이 자꾸 밀려
막상 손님들이 도착했을 때 오늘의 주인공께선 기저귀 차림 ㅠ.ㅠ
예쁜 옷 입은 아가를 번쩍 안고 우아하게 손님을 맞는 호스티스 따위 개나줘
"컵케익 따위 알게 뭐람, 발로 뭉개버렸다"
헤어밴드 shop dami
카디건 bonpoint
블루머 nanos baby
양말 trumpette maryjane
"백일이 뭐 대수라고"
뭔가 준비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은근히 스스로 세뇌하고 있었지만
막상 삼신상에 손님상에 (컵)케익까지 준비해 대충이나마 구색을 갖춰 치루고 나니
그래도 해주길 잘했다고, 달곰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바쁘지만 기분 좋게 2013년 시작!
2013년은 아마도 '기분 좋지만 늘 바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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