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November, 2011

treinta de noviembre




오늘은 '우유' 이야기

스페인의 먹거리 사정은 미국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종종 당황하고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한국 사정에는 까막눈이라 세 나라를 비교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달걀, 빵, 밀가루, 과일, 소스나 향신료 등등
그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여전히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이 '우유' 사정
나는 무지방이나 저지방 우유는 먹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항상 whole milk를 사서 마셨다
skimmed는 말 할 것도 없고 semi-skimmed도 절대 사지 않는다
쉽게 살이 찌지 않는 축복받은(푸풋) 체질 덕분에 지방 함량 따위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지방을 줄인 맹맹한 우유는 더이상 진정한 우유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흰 우유를 벌컥 벌컥 마셔대는 우유 매니아도 아니다
흰 우유는 한약 만큼이나 싫어하는 걸 'ㅅ'
나는 cafe latte나 milk tea, smoothie 종류를 통해서 우유를 섭취한다
이런 음료들은 주원료에 진하고 고소한 우유가 부스터가 되어 완전한 새로운 맛을 내기 때문에
우유의 (지방) 맛이 진할 수록 좋다

이곳의 우유 코너는 미국이랑도 영국이랑도, 심지어 한국이랑도 너무 다르다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파는 우유는 '멸균 우유'다
냉장 상태로 팔지 않는 팩우유, 한국에서는 하늘색 팩에 든 "매일우유"를 생각하면 된다
스페인 마트의 우유 코너는 3~4가지 브랜드에서 나오는 멸균우유 상자로 가득하다
냉장고에서 파는 일반 우유(=생우유)는 puleva라는 브랜드가 거의 유일한 듯
멸균우유는 지방 함량, 추가 성분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가 있다
내가 애용하는 whole milk는 entera라고 쓰여 있고, skimmed는 desnatada라고 한다
칼슘(calcio)이나 omega-3 성분을 추가한 것도 있고 애들용도 있고
생우유의 경우에는 entera/semi-desnatada/desnatada 세 가지로만 나뉠 뿐이다
누구나 "매일우유"의 맛을 기억하듯, 멸균우유는 분명 맛이 다르다
처음 장을 보러 간 날 우유 코너에서 당황한 나는 고르고 골라 puleva의 칼슘 우유 6팩을 사왔다
그리고 오빠는 그 우유로 만든 라떼를 무척 싫어했다
스페인에서 마시는 cafe con leche의 맛이 왜 죄다 별로인지 원인을 알아낸 것
6팩을 꾸역 꾸역 다 마시고 나서 puleva의 생우유를 사왔다
이 귀한 우유는 유통기한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상해버렸다
다시 한 번 같은 브랜드의 생우유를 사왔다
이번에는 유통기한을 일주일이나 남겨두고 상해버렸다
생우유는 멸균우유보다 거의 3배는 비싼 가격인데...
어찌 된 일인지 스페인의 생우유는 금방 금방 상해버린다
몽글몽글 치즈처럼 되어버린 병맛 우유를 두 번 버리고 나서 나는 다시 멸균우유를 샀다
멸균우유 중에서는 제일 좋고 생우유처럼 상하지는 않을 우유로
organic -스페인어로는 agricultura ecológica- 코너에서 파는 puleva의 멸균우유
물론 entera!
가격은 일반 멸균우유의 2배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맛은 보통 멸균우유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책은 못 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생우유를 애용하지 않는 걸까?
이 나라의 생우유는 어떤 공정을 거치길래 쉽게 상하는 걸까?



우스운 건, 3개월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입맛이 지쳤는지
이젠 멸균우유도 맛있게 느껴지고 멸균우유로 만든 라떼도 맛있게 느껴진다
... 생우유는 어떤 맛이지?



28 November, 2011

veinte y ocho de noviembre




와 나의 단기집착증이란 ㄷㄷㄷ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24시간 동안 <danger days>를 적어도 36번은 돌린 것 같다
이제 좋아하는 넘버는 가사도 거의 다 외웠다
(욕 나오게 복잡하긴 한데 요 며칠 영어가 한창 물 올라서 조사 하나까지 따라 부른다 ㅋㅋ)

어처구니 없는 가사를 들여다보며...

어처구니 없다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오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연락이 닿은 no군에 대한 믿기지도 않지만 믿고 싶지도 않은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고딩 시절 교실에서 (S양과 나만의 은어로) #2를 저질렀다는 거다
동기는 선생에 대한 복수?!?
선생보고 뭘 어쩌라고??
특이한 부분이 1mm²도 없는 그런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이상하고 변태스럽다고 말하기 이전에 도저히 이게 사실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나름 나의 학창시절에 나쁘지 않은 추억을 선사해준 친구인데
의무교육을 다 받고 자란 정상 지능의 16세 남자 사람이 교실에서 #2라니
누구더러 믿으라고 만들어진 루머란 말이야?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면 해명을 들을 수 있을까
기껏 이제야 연락이 닿았는데 괜한 소리 했다가 친구 짤리는 거 아닌가 몰라


27 November, 2011

veinte y siete de noviembre




얼마 전 영국 hmv.com에 주문했던 음반들 중 하나가 MCR의 네번째 full length
<the black parade> 이후로 4년 만인 2010년 11월에 발매
요즘 이 앨범에 푸욱 빠져있다
이름하야 <danger days: the true lives of the fabulous killjoys>
제목 하고는.. marvel의 만화 시리즈같은 포스를 풍긴다
아 그래서인가?
전작에서의 전형적인 gothic character를 버리고 MCR은 B급 우주만화 속 히어로가 되었다
제라드 -gerard way(34세)- 는 새빨간 머리에 삐에로 같은 쉐이드를 끼고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보다 밝아진 얼굴에 경쾌한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
보컬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제라드는 라이브가 형편 없다고 욕을 많이 먹지만 내가 본 라이브에서는 꽤 괜찮았다)

이번에도 rob cavallo가 프로듀싱을 담당, 앨범 곳곳에 있는 대로 돈을 쳐발랐다
이 아저씨는 범생이처럼 생겼지만 결코 punk kids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dookie>에서 싹튼 그를 향한 오랜 신앙심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두터워질 듯

신작의 sci-fi적이고 소년만화적인 감성은 말하나 마나, 만화가 출신 제라드의 것이다
NJ에서 태어난 그는 외가가 이탈리안 이민자 후손이라는데
그러고보니 <jersey shore> 등장 인물들이랑 이목구비 곳곳이 비슷한 것 같네
집에 처박혀 만화나 그리고 cartoon channel 인턴을 하던 허여멀건한 뚱뚱보*는

(* kerrang에 나왔던 그의 학창시절 사진으로 확인한 사실)
어느날 살을 쪽 빼고 머리를 시꺼멓게 염색하면서 지방에 묻혀 있던 정체성을 찾았다
아이라인을 그리고 검은 옷을 입으니 더 간지가 사네?
속눈썹도 붙여볼까? 이번엔 은발을 해봐?
은발이고 빨강머리고, 하는 것 마다 다 예쁘다니 역시 사람은 본판이 좋아야 한다
이번 캐릭터 컨셉의 일부분에서 jap comic 냄새가 솔솔 나지만
어차피 MCR은 골수 일빠 일덕;
언젠가 '일본의 모 인디 밴드 출신 녀성이랑 결혼한다' 따위의 기사가 뜰 만도 했는데

(또 의외로 평범하게 별로 안 예쁜 얭키 여성이랑 결혼하고 애도 쑥쑥 낳고..)
일본어로 뭐라 나불거리는 party poison 만 쏙 빼고 듣고 있다




참, 오늘은 오랜만에 AI를 돌렸다
전시회가 잡혀있는 D양이 급히 새로운 개인 명함이 필요하다고 디자인을 달라잖아
몇년 전에 작업했던 시안 파일은 당연히 어디있는지 모르겠고 -_-
'생애 첫 전시'라며 열심히 준비하는데 참석하지 못 하는 게 좀 미안하게 느껴져서
어제는 컬러 정하고 기준선 잡고 손그림 뜨고
오늘은 typo 완성하고 수정에 수정, 또 수정, 한번 더 수정을 거쳐 대충 완성
스케치도 없이 급히 한 거라 아무리 뜯어봐도 마음에 안 들지만 나중에 또 해주면 되겠지



25 November, 2011

veinte y cinco de noviembre




우리집은 쾌적하다
신나게 외출했다가도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집에 왔다'라는 안도감, 아니 기쁨(!)이 솟구친다
항상 24.5도를 유지하는 우리집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reed diffuser의 은은한 향기만 맴돌 뿐 음식 냄새나 먼지 냄새도 나지 않는다
매일 쓸고 닦는 마룻바닥은 뽀얗고 보송보송하며 가구 위의 먼지도 늘 말끔히 치워져 있다
침실은 좁지만 정돈이 잘 되어 있고 큰 창문으로 햇빛이 가득 들어온다
ipod docking speaker로 기분에 맞는 음악을 틀어놓고 읽을 만한 책도 책장에 한가득
요리를 하고 나면 즉시 청소를 하기 때문에 부엌에도 기름 튄 자국 하나 남지 않는다
냉장고와 (창고로 쓰는) 다용도실에는 항상 맥주와 와인, 안주가 떨어지지 않고
illy 커피 캡슐이나 tea 종류도 다양하게 구비해놓았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맛있는 커피와 과자를 예쁜 그릇에 즐길 수 있어서 좋은 우리집

60년이나 나이를 먹은 벌레가 나오는 목조 아파트에서 살다 온 우리와
한국의 최신식 새 아파트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가지는 기대치는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다
나에게는 충분히 넓은 이 아파트 부엌도 J양에게는 좁고 답답할 뿐이다
개인 세탁기 없이 2년이나 지낸 나에게 다용도실에 딸린 세탁기와 건조기는 은혜롭다
브랜드가 무엇인지, 세탁기 용량이 너무 작은 게 아닌지 고민해본 적 조차 없다
세탁만 잘 되면 되지 않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무거운 세탁 바구니를 들고 지하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었단 말이다
아파트 주차장이 어둡고 좁다고 싫다는 고귀한 분도 계시던데,
엘리베이터 타고 곧바로 내려 갈 수 있는 지하주차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cctv가 24시간 감시하는 한국의 아파트 주차장에만 익숙한 사람은 모른다



미국에서 우리가 살던 아파트가 얼마나 열악했는지 돌아보면 눈에서 땀이 흐른다
사실 당시에는 잘 몰랐다
컨디션은 병맛이었지만 렌트는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다른 아파트라도 더 다를 것 같지 않았고
세탁 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비 새는 천장 아래 바께쓰를 놓아두는 생활도 은근 재미있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에서 오는 막연한 설레임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재미야 몇 달 가지 못하고 신세 한탄으로 변질되었지만..)
나도 한국에서는 최신 시설로 무장한 좋은 아파트에 살았다
그리고 그 때는 그게 얼마나 편하고 소중한 것인지 미처 몰랐던거지
세상에는 다람쥐가 벽을 긁어 부수고 부엌 찬장에 생쥐가 뛰어다니며 마루 밑에 실버피쉬가 사는
납성분이 함유된 페인트로 칠해진 천장 여기 저기서 물이 새는 집도 있더라
70s 스타일의 가스레인지에선 항상 미량의 가스가 새고
부엌에는 환풍기나 환풍구가 없어 음식 연기가 거실로 날아가 소파에 냄새가 밴다
낡은 마룻바닥에 숱하게 구멍이 나 있고 철이 되면 그 안에서 딱정벌레가 올라오는 집
떠나온 지 4개월 정도가 지났구나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픈 안락한 새집에 자리잡고 돌이켜보니 아뜨윽-하게 느껴진다

내일 오전에는 베큠을 돌리고 물걸레질을 한 번 해야겠다
청소를 좋아하는 성격이 결코 아닌데, 집이 하얗고 밝다보니 더러움이 눈에 잘 띄기도 하고
옆집 A언니가 유난히 깔끔한 성격이라 부끄러운 일 없으려고 더 열심히 쓸고 닦는다



23 November, 2011

veinte y tres de noviembre




따돌림 / bullying / 
따돌려 보기도 하고 따돌림 당해 보기도 했던 나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은 역시 그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급우 전체에게 왕따를 당하던 Y양 이야기
(내가 당한 일은 따돌림이라고 보기엔 너무 사소하고 하루 이틀에 지나지 않아 순위에서 밀림)
초딩 6학년과 중1 내내 같은 반이었던 Y양은 좀 못생겼지만 평범했다
무작정 당하지만 않고 성깔도 좀 부릴 줄 알았던 것 같은데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15년이나 지난 지금 내가 그 이유를 기억할 리가 없지
원래 이지메는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시작하는 게 아니다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그녀가 따돌림을 당한 사실이 아니라 그로부터 5년 후 Y양의 모습이다
당시에는 웹캠이 보편화되고 '하두리'라는 일종의 SNS가 유행이었다
(나는 하두리를 해보지 않아서 정확히 뭘 하는 곳이었는지는 모르겠다)
PC방에 가면 IE 첫페이지가 하두리로 설정이 되어 있는 컴퓨터들이 꽤 많았다
crazy arcade(b&b)에 푹 빠져있던 나는 엄마 눈을 피해서 종종 PC방에 놀러 가곤 했는데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을 하자 하두리의 메인 페이지가 열렸다
화면 중간 부분에 월간 베스트 회원 리스트가 있었다
클릭하니 신천 즈음에 가면 흔해빠진 양아치 종족의 45도 각도 과다노출 얼짱식 사진이 주루룩
그 중간에 머리를 지푸라기처럼 탈색하고 아이라인을 짙게 그린 Y양이 있었다
역삼동 인근의 한 PC방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심심해서 찍는다는 친절한 자기소개까지
주변에 알바를 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알바를 해서 용돈을 벌어야 할 만큼 쪼들리는 친구도 없었고 공부에 치이는 고2 였으니까
기껏해야 기타나 prada 백팩 -엄마가 쉽게 사주지 않는 것들- 을 사려고 단기로 뛰면 모를까
머리를 그렇게 물들이고는 학교를 다닐 수 없다
그녀는 마냥 착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비뚤어진 아이는 아니었는데
편모 슬하라던가 소녀 가장, 그런 불우한 가정 환경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런 Y가 비행 청소년이 되어버렸다



Y가 어긋난 것과 우리의 따돌림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하면 이기적이다
이제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나도 차츰 그 사실을 잊어갔지만
책이나 뉴스에서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 마다 오래된 바늘이 박힌 양심이 욱신거린다



그런 내가 새로운 따돌림을 행하고 있다
"나는 이 사람을 따돌리겠어!"라고 의도적으로 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따돌림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고 있는 걸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이를 30살이나 먹고 사람이 싫다고 일부러 피하는 나나,
나이를 35살이나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따돌림을 당하는 그 사람이나
좁디 좁은 마드리드의 유학생 사회에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상황은 왜 시간이 지날 수록 나아지지 않고 더 악화되기만 하는지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아 외로운 그녀의 모습을 우연히 본 날이면 마음이 짠하다가도
그 다음날 들려오는 그녀의 또다른 기행에 넌덜머리가 나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한 사람만 빠진 아파트 주민 모임에 괜시리 미안하다가도
저녁 무렵 안 좋은 이야기를 또 듣고 나면 더이상 답을 낼 수가 없다



22 November, 2011

veinte y dos de noviembre




시할머니의 부고를 들은 것은 오전 11시 반이었고
유일하게 발인 전까지 시간을 맞출 수 있었던 항공편은 오후 2시에 떠나버렸다
직항도 아닌 대한항공이 일주일에 세 번만 뜨는 이 곳의 물리적 거리가 오늘따라 버겁다
뭐든 하고 싶은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니
기분전환을 해볼까 하고 깎은 단감이 너무 떫어 흙을 집어 삼킨 듯 입 안이 껄끄럽다
오늘은 인생의 수많은 날 중 '떫은 날'이다



20 November, 2011

veinte de noviembre




요 며칠 -한참 뒷북이지만- <짝> 노총각 노처녀 특집편을 보고 있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나이인 40대 중반의 철벽같은 싱글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남자 1호부터 7호까지, 여자 1호부터 7호까지
왜 여태껏 짝을 만나지 못했는지 연애를 많이 하지 못했는지 쉽게 수긍이 간다
다섯 누나 밑에서 귀하게 자란 도끼남부터 학벌지상주의녀, 싸이코 페어, 그냥 병신까지
이럴 때 마다 적령기 안에 결혼이라는 숙제를 해치웠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안도감 이상의 여유?
아니, 우월감 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선도 보지 않았고 주말 마다 잡힌 소개팅에 넌더리가 난 적도 없으며
검증되지 않은 만남의 자리에서 이름도 알고 싶지 않은 병마티스트들을 마주보지 않아도 되니까

결혼 적령기의 한복판에 있는 나이라 싱글 친구들 앞에서 우월감을 갖는 일은 아직 없지만
가까운 친구들 중 몇몇이 과연 언제 어떻게 결혼을 할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불안하고 걱정이 되더라도 "남의 인생이기 때문에" 절대 이러쿵 저러쿵 하지는 않는다
다만 해가 바뀌는 체감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친구들이 좀 더 현실을 직시하고 시장의 흐름을 읽어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램이다
조금 이르게(?) 결혼 한 탓인지 결혼은 언제 하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되는데
남자에겐 30대에 접어들고 생각해도 늦지 않고
여자에겐 30대 초반을 넘기지 말라고 대답하곤 한다

말도 안 되지

지금 내 나이가 벌써 (한국 나이로) 30인데 2011년은 한 달 하고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동갑내기 여자친구들에게는 이미 노란 경고등이 켜졌다는 말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겨냥하고 지금 급히 남친을 만드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보자
적어도 6개월은 사귀어야 결혼 이야기가 나올 터이고 합의 후 최소 3개월
천생연분을 만나거나 양가의 절대적인 서포트가 있지 않고서야 2012년에 결혼 할 가능성은 0%
다음 해로 넘어가면 이미 32세, 마지노선이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기는 한데 그가 동갑이거나 30대 초반이라면?
그는 결코 급하지 않지만 그녀는 이미 조급해져서 서로의 needs가 맞지 않게 된다
실제로 '번듯한 직장에 성격도 무난하지만 동갑인' 남자친구와 영 진전이 없는 E양도 있으니까

BFF라 칭하는 D양은 안좋은 기록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꿈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였던 그녀는 지치지도 않고 남자친구를 만든다
남자마다 꽤 오랜 기간 교제를 하고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되는가.. 싶다가도 금새 뒷통수를 맞고 버려지기를 반복
거절 당하는 이유도 가지가지
성격이 안 맞아서, 돈을 많이 쓸 것 같아서, 건강한 2세를 출산하지 못 할 것 같아서
나 스스로도 D의 취향이나 결혼관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니까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주변과 스스로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그녀의 성격이 마음의 병을 키우는 것 같다
예전보다 훨씬 신경질적으로 변했으며 피해망상이 생겼다
한마디 툭 던지는 것도 snobbish married의 잘난 척 섞인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엄청난 기적 없이 D가 2014년 이전에 결혼 성공하기는 1억 모으기 보다 어려워 보인다
(1억을 모으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데;)

오전에 카톡으로 대화했던 no군도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주변에 여자는 많다고 했다
별로인 여자는 많다고 했다
'별로인 여자'가 뭔가 했더니 결국 얼굴이 별로인, 예쁘지 않은 여자란다
얼굴이 예쁜 여자는 옆에서 징징대는 것도 귀엽게 보인다고 했다
no군은 징징대고 비논리적인 여자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얼굴이 예쁘면 용서가 되나 보다
이의는 없다
모든 여자는 징징대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왕이면 얼굴이 예쁜 편이 낫겠지
그렇지만 예쁜 여자는 희귀종이고 그런 종자를 얻으려면 뭔가 획기적인 장점이 필요하다
no군은 아직 그만한 장점을 개발하지 못했는지 5년 째 여친이 없으시단다
30대 중반이나 되면 결혼할까 생각 중이라고 하길래
그 나이에 예쁜 -그리고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으면 carrera 4s 정도는 필요하다고 해줬다



19 November, 2011

diez y nueve de noviembre




또 다시 지독한 목감기가 찾아왔다
바보라 감기는 잘 안 걸리는데 스페인에 오고 나서 벌써 두번째
코감기 종합감기 몸살감기 약은 약국 마냥 다양한데 목감기 약은 따로 구비해놓은 게 없다
이 나라는 기본적으로 약값이 비싼데다가 OTC는 효능이 약하기 때문에
급히 약국에서 사다 먹는 건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새벽에 깨서 시커먼 죽염으로 가글을 했는데도 좀처럼 나아지는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스페인 산이 아닌) 다른 나라 와인을 좀 사려고 lavinia에 가기로 한 날이다
아침부터 재빨리 카레를 만들어서 든든히 배를 채웠다
오빠와 함께 mall에 나가는 건 정말 오랜만이고 hakei나 massimo dutti에도 들러 볼 겸
(교복처럼 입던 라이더스가 찢어져서 당장 아우터가 급하다)
곱게 곱게 화장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었나, 도착하자마자 대판 싸우고 그 길로 돌아와버렸다

싸우게 된 이유가 뭔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래 오래 기다려왔던 간만의 '함께 외출'인데 완전 망쳐버렸다
매일 매일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장 보러 다니고 점심 약속이 잦다고 해서 마냥 즐겁진 않다
오빠는 -아무리 공부 할 게 많아 바빠서 미치겠다고 해도- 모른다
나는 차라리 오빠처럼 할 일이 많아 바쁜 게 좋겠다
일주일 내내 놀 시간 없어도 상관 없다
어차피 지금은 시간이 남아돌아도 놀지 못 하는 걸
매일 어두컴컴한 집에 앉아서 오빠를 기다리고 함께 집에 있을 때에도 늘 홀로 거실에 앉아
혼자 책을 보고 혼자 맥주를 마시고 혼자 컴퓨터를 하고
불규칙한 귀가 시간에 맞춰 매일 식사 메뉴를 고민하고
혼자 장을 봐서 혼자 무거운 생수까지 이고 나른다
혼자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묶고
늘 혼자 있는 기분이 지속되고 외로움에 사무쳐 이런 데다가 하소연 할 뿐이다
메아리조차 치지 않는 혼자 만의 세상에서 말이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단란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가족들을 보면 부럽다
옆 집 D씨 네가 부럽다
부부가 매일 같이 외출을 하고 여행도 자주 다니고
나는 투개월이 넘도록 마드리드를 벗어난 적이 없는데...
아직 cochinillo asado도 못 먹어봤다
나만 먼저 맛보기 미안해서 오빠를 기다리느라 말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언제 먹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

하루종일 쇼핑하려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두 시간 같이 보내는 것 만으로도 들떴었는데,
40분 만에 돌아와 검은 눈물 범벅이 되어 이불 속에 처박히니 너.무.서.럽.다
달리 갈 데가 없어 보기 싫은 사람이랑 한지붕에 있는 것도 서럽다



16 November, 2011

diez y seis de noviembre




어제 hipercor에 들러서 'campo real' 이라는 올리브를 사왔다
진한 청록색을 띠며, 다른 pickled 올리브 종류들과는 달리 시큼하지 않다
시고 짠 맛이 없기 때문에 음식에 곁들이기 보다는 식전 또는 술안주로 어울리는 올리브
드문 드문 잎사귀가 달려있어서 귀엽다 ㅎㅎ



어제의 Z양에 이어서 오늘은 이 올리브를 소개해 준 사람을 탐구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도저히 손가락이 쉽게 움직여주질 않아서 포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안타깝고, 그래서 할 말이 많은데도 그게 오히려 독이 될 것만 같다
내가 그 사람을 안쓰럽게 여긴다고 자각 할 수록
앞으로 그 얼굴을 볼 때 마다 연민의 감정만 눈덩이처럼 불어날테니까
'안쓰럽다'라는 생각 자체가 무의식 중에 내가 그를 무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러고도 남는다

은연 중에 사람을 무시하는 것
이게 나에게만 있는 병인지, 내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유전병인지,
아니면 인간이라는 동물이 모두 지니고 태어나는 필수 요소의 하나인지 매우 궁금하다
아 물론 mother theresa나 gandhi 같은 위인들은 안 그랬을거야
잠깐- 위인으로 격상되기 전에는 혹시 그랬는지도?
본디 평범한 인간이었다가 자기 성찰과 적절한 계기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얻었을지도 몰라
사람의 마음 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house sharing을 하고 있다
악마가 원체 힘이 세고 가진 게 많기 때문에 (천사를 쫒아내고) 악마 혼자 사는 집은 꽤 되지만
천사 혼자 넓고 쾌적하게 사는 집은 드물거다
gandhi네 살던 악마는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병사했겠지

'안쓰럽다'라는 감정의 뿌리는 천사의 이타심일까, 악마의 근자감일까
누구라도 좋으니 "그건 네 안의 천사가 행하는 거야"라고 말해준다면 죄책감이 덜 할텐데



15 November, 2011

quince de noviembre




요즘 블로긩에 맛들인 옛 친구 Z양을 보면 웃음이 난다
그녀는 내 주위에서 큰 가슴 best 5 안에 들기도 하지만 촌스러운 얼굴로는 no. 1 이다
어쩜 저렇게 촌빨 날릴 수 있는지, 볼 때 마다 감탄스럽다
10년 째 고수하는 바가지 머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광대뼈에 내려앉은 자잘한 주근깨,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촌년병(=빨간 볼때기), 길게 찢어진 외꺼풀 눈
가슴은 크지만 어깨가 좁고 머리는 큰데 키가 작다
항상 깊은 팔자 주름을 만들며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그녀
그런 큰 웃음을 지으면 광대뼈도 덜 보이고 외꺼풀도 가려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서울에서 산 지 벌써 7~8년이 되어가는데도 그녀에겐 도회적인 구석이 없다
여전히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나마 충청도 태생이라 서울말을 자연스럽게 잘 해서 다행이지만)

Z양의 패션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빈티지'
문제는 외모 때문인지 chloe sevigny와 같은 삘이 나오는 게 아니라
머리 끝부터 얼굴을 타고 내려가 발 끝까지 그냥 구제 가게에서 주워 온 아이처럼 보인다는 것
물론 그녀에게 3.1 phillip lim을 입힌다면 어울릴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좀 더 쿨한 옷을 입는다면 -땡땡이 초록 타이즈 말고!- 더 예뻐 보이지 않을까

그러나 Z양은 돈이 없다
내가 그녀를 처음 알았던 2003년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항상 돈이 없다
가방끈이 짧아서 페이가 높은 일자리는 구할 수가 없다
상경한 고졸 처녀일 때는 한 사진관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고, 전문대 사진과를 졸업한 지금은
홍대의 오랜 인맥에 기대어 근근히 일을 따내는 것 같다
그녀를 보러 사진관에 놀러가면 우리는 쟁반짜장을 하나 시켜서 나누어 먹곤 했다
슬프고 괴로운 일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월 20만원으로 얹혀 살던 친구네 집에서 쫒겨난 후 이사 한 옥탑방에는 도둑이 들고
유일하게 사치하던 화장품 파우치는 잃어버리는 게 연중 행사
밥벌이 도구인 카메라가 고장나 월급에 맞먹는 견적이 나오고
5년 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J씨는 음악 밖에 모르는 착하지만 무능한 남자
그의 부친이 오랜 병환 끝에 돌아가셔서 집안이 한참 기울었기 때문에 결혼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즐거워 보인다
여전히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을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머리에 피가 말라 홍대 바닥을 떠나도
꿋꿋이 공연장을 지키고 꾸이골목에서 뒷풀이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살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쟁반짜장 하나를 나눠 먹던 우리는 이제 너무 다른 길을 걷는다
마지막으로 만난 게 지난 여름 pentaport festival의 뻘밭
오랜만에 만나도 스스럼없이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는 Z는 너무나도 사랑스럽지만
앞으로 우리가 마주 앉아 오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14 November, 2011

catorce de noviembre




요즘 즐겨보는 네이년 웹툰 중에 <패션왕>이라는 병맛 만화가 있는데
최근 4주에 걸쳐 연재한 특집편에서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다
(특집편의) 주인공 곽은진은 (실제) 주인공인 우기명을 짝사랑하는 평범한 여고생
좀처럼 우기명에게 접근 할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요즘 아이들답게 카톡으로 메세지를 보낸다
"뭐해?"
이런 거
놀랍게도 우기명에게서 답장이 온다
"걍 있지ㅋ"
답장은 받은 곽은진은 심장이 터져나가는 기쁨에 눈에서 자꾸만 땀을 흘리고
그 이후로 수시로 -또는 매일 매일- 우기명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뭐해?"
"뭐하삼?"
"우기 모해?"
"모행?"
처음 한 두번 간단하고 짧은 -사실 성의와 관심이 담기지 않은- 답장을 날려주던 우기명에게선
더이상 연락이 없고 카톡 대화창에는 곽은진이 보내는 노란 말풍선만 줄줄이 남았다

곽은진과 같은 기분,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법 하다
전화벨도 푸시도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불쌍한 영혼의 모습
<bridget jones's diary>에서 jude가 그랬다
전화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몰려 있기 때문에 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잠시 정신을 딴 데로 돌리면 그 사이에 분명 새로운 연락이 와 있을 것이라고

이 소설에 맹목적인 사랑을 쏟는 나는 이 말 역시 맹목적으로 믿었다
하지만 아무리 '관심을 쏟지 않으려고 해도' 요즘 나의 페북 푸시 리스트에는 새로울 게 없다
늘 리플을 달고 반응을 하는 사람들 몇몇 뿐, 새로운 사람의 소식은 없다
그저 새로우면 왠지 반가울 것 같다
곽은진처럼 사랑에 빠진 소녀도 아니면서 그냥 막연히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몇 년 간 너무 평화로운 삶이 계속 되어서 지루하단 말이다
20대 초반의 매일 밤을 함께하며 리플 놀이를 하던 깐돌이 친구들 같은 이가 쨔쟌! 하고 나타나서
나를 마구 마구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
가볍고 재미난 사람이 아니라 진지한 몽상가라도 좋다
소재가 고갈된 나의 대화 풀(pool)을 넓혀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혼, 육아, 어린이집, 그릇, 야근, 돈이 배제된 이야깃거리를 가진 이라면 누구든 좋다



대화에 목 마르고 솟아나는 감성을 주체할 수 없는 내가 이 공간에 매달리는 게 당연하다
내 마음대로 타이핑 할 수 없는 이 곳 마저 없으면
나는 언제, 어디에 내면을 토해낼 수 있을까
지칠 줄 모르는 '쓰기 본능'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차라리 cyworld 미니홈피에서 일기를 쓰던 때가 좋았다
내 일기를 매일 매일 보러 오는 팬들도 있었는데...



12 November, 2011

doce de noviembre




화장을 하다보니 몇 년씩 동고동락한 화장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산 지 3~4년이 지난 묵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똑같은 제품을 또 사고 또 사고...
새삼스레 나의 브랜드 충성심이 얼마나 강한지 놀라게 된다

화장품들의 면면을 훑어보자면
mac이 가장 많고 chanel과 lancome도 꽤 된다
아이라이너는 무조건 mac powerpoint pensil을 쓰기 때문에 색색깔로 구비되어 있고
bobbi brown의 bone 컬러 섀도우는 아마 지금까지 5통은 썼을 거다
signature color로 선택한 립스틱은 rouge coco chance, 앞으로 3개는 더 사겠지
곧 죽어도 clarins의 fix 없이는 못 살고 블러셔는 무조건 shu uemura
l'occitane의 shea butter cleansing milk를 꾸준히 써 왔는데 단종이 되어 버려서
급한대로 immortelle 라인으로 바꿔봤는데 괜찮더라고.. 정착하기로 결정 ♥
화장솜은 한국 브랜드인 skinfood의 코튼 실크 어쩌고가 가장 잘 맞는다
정확히 10년 째 쓰는 origins의 checks and balances 역시 당당히 세면대를 지키고 있다
(번외편으로) california baby의 calendula cream과 sensodyne pronamel 치약 역시
내 화장실에서 한 자리씩 꿰찬 당당한 제품들

부엌으로 옮겨봐도 가관이다
우리집 부엌은 어딜 봐도 oxo 천지, 미국에서 걸린 불치성 전염병이다
레몬스퀴저 미트텐더라이저 뒤집개 패스트리브러쉬 BBQ집개 거름망 샐러드스피너 스패튤러
키친타올롤러 계량컵 보존용기...
빨간색 oxo 로고만 보면 눈이 뒤집히고 이성이 달아난다
앞으로 아이스크림 스쿱과 뒤집개만 몇 개 더 사면 될 것 같은데 ㅎㅎ

IT 기기는 말 할 것도 없이 apple, 진공 청소기는 dyson, 카메라는 leica
디너웨어는 villeroy & boch, 와인 글라스는 riedel, 선글라스는 tom ford
스키니진은 j brand, 스니커즈는 converse, 플랫슈즈는 repetto, 골프 용품은 titleist

한 제품만 파고들다보면 다른 더 좋은 것에 눈을 돌리지 못해서 도태 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기준 덕분에 충동 구매를 방지하고 쇼핑 시간이 절약된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꼽은 브랜드들은 내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 상위군에 속하는 것들이 많아
구매 후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lanvin의 스니커즈는 완벽하지만 내 신발장을 전부 그것으로 채우기엔 너무 비싸다
가격대가 affordable 하느냐 아니냐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



이렇게 길게 썰을 풀게 된 동기는 사실,
오늘 놀러 나간 alonso martinez 근처에서 마음에 쏙 드는 샵을 발견한 것
malababa라는 로컬 브랜드 샵인데 앙증맞은 주얼리나 밀리터리 부츠가 내 혼을 빼앗았다
왠지 앞으로 야금야금 사모을 것만 같아서.. 그래서 하는 얘기였다 ㅎㅎ



11 November, 2011

once de noviembre




거실 창문으로 바라보이는 밤하늘이 숨 막힐 듯 아름답다
빠르게 지나가는 길다란 바게뜨 모양의 구름에 가려있던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자
순간 하늘이 환해지고 겹치고 겹친 구름의 입체적인 구조가 드러났다
달빛이 비치는 곳의 밝은 구름과 그림자 진 어두운 부분이 연속적으로 이루어내는
입체감이 대단하다
하늘이 얼마나 높고 넓게 펼쳐져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원근감은 마치, cirque du soleil의 <O>가 보여주는 무대의 깊이만큼 신비롭다
구름이 tony sly의 'stunt double'에 발 맞춰 달린다
글을 쓰는 지금도 구름의 사이 사이로 달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급히 사진을 찍었지만 똑딱이로 이 밤하늘의 광활함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 리 만무하고
이 우주가 느껴지는 순간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쉽다

한국을 떠나 사는 삶은 외롭지만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넓은 하늘의 모습을 실컷 볼 수 있다는 점에 위로를 받는다

오늘의 밤하늘은 웅장해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는 구름에
이보다 더 밝을 수 없는 보름달이 하늘 한가운데 떠올라
내가 있는 곳은 그저 하늘 아래 작은 점일 뿐이라고
저 달을 함께 보고 있다면 한 하늘 아래 있는 것이라고
잊고 있던 기쁜 사실을 확인해주는 고마운 하늘이야
또한 나만 홀로 너무 멀리 있다고 알려주는 무서운 하늘이야
지금 당신도 tony sly를 듣고 있다면 좋을텐데

... 라고 누구에게 적어 보내면 좋을까
심지어 함께 달을 볼 수 없는 시간대에 있을 지도 모르는, 있지도 않은 사람



요즘 나를 지배하는 대부분의 감정은 외로움이다
아무도 초록불이 켜지지 않은 페북의 첫 페이지를 멍하니 들여다보는 외로움이다
한 지붕 아래라도 두꺼운 문으로 가른 두 개의 공간에 따로 있을 뿐인 외로움이다
사실 나는 감성적이고 때론 나약하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외로움이다
사람이 그리워서 관심을 보였을 뿐인데 집착이라고 오해 받은 외로움이다
달리는 삶에 지쳐 힘들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느긋히 공상하는 외로움이다

아직은 조금 남아있는 희망에 즐거워하는 tony sly의 모습이
이제 전부 망가져서 "it ends like this"라고 읖조리는 joey cape로 변하는 것과 같다
이 남자는 어찌 이렇게 구슬프게 기타를 칠까

2011년 11월 11일
100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이 날은 정말 doomsday 인지도 모르겠다



10 November, 2011

diez de noviembre




이런 날이 있구나
글도 안 써지고 머리가 붕 떠서 쉽사리 가라앉질 않는다
페북에 간간히 뜨는 푸시만 확인 할 뿐 다른 활자는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지금 나는 무엇이 문제인걸까



09 November, 2011

nueve de noviembre




삶의 모습 하나 하나가 전부 아름다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왠지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으니까, 일상이 화보인 셀렙이라도 영국 왕족이라도
off the record의 모습은 별 반 다를 것 같지 않다
고르고 골라 입은 전투복에 화장을 곱게 하고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 마다 드는 생각이다
클러치를 감아쥐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구두를 또각거리던 모습은
현관문을 닫고 킬힐에서 내려오는 순간 유령처럼 사라지고
홈웨어 -라고도 부를 수 없는 그냥 편한 옷- 에 수면양말 차림으로 갈아입고
밀린 설거지와 빨래에 치여 짜증 난 채로 집 안을 부산히 돌아다니는 주부만 남는다
귀찮아서 미처 못 지운 풀메이크업이 홈웨어와 심한 대조를 이루는데;

사는 게 다 그러치

... 그렇지?



07 November, 2011

siete de noviembre




대충 해먹으려고 했던 저녁 메뉴가 콜라 찜닭이 되고
남은 닭뼈 쓰레기 치우고 제일 큰 사이즈 all clad 팬까지 설거지하고 나니 녹초가 되었다
찜닭하고 남은 콜라캔을 들고 작전 본부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부터야 내 시간 ♥

lamucca에서 먹은 런치는 너무나도 맛있었지만
그 전에 들른 favorit에서 크림을 과하게 올린 choco caliente를 먹어 속이 불편하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 페북 패스워드를 바꿨는데도
여전히 무언가 빠뜨린 듯한 찝찝한 기분이 든다
부디 café bómbon과 콜라의 카페인 콤보 공격 때문이기를...



긴 긴 저녁 시간을 외롭게 만드는 한국과의 시차가 불만이다
미국에서 있을 때 보다 백배 천배 불편해! 더군다나 day light saving이 끝나면서 더더욱!
오후 6시가 지나가면서부터 페북의 초록불도 점멸등처럼 껌벅거리다 서서히 사라지고
카톡의 푸시도 드문 드문하게 되어서
마드리드 한 구석에 혼자 남은 처지를 강조한다

나는 저녁밥을 먹고 부엌을 치우고 난 후에 얻어지는 이 적막한 시간에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채팅을 하며 온갖 썰을 풀고 싶은데
이리 저리 궁리를 해봐도 깨어 있는 사람이 없다
5년 전만 해도 서로 '북극곰'이라고 자칭하는 폐인들과 서로의 밤을 위로하며 즐거웠는데
그 사람들도 이젠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고 직장인이 되어
밤 10시가 되면 TV를 끄고 (싫어도) 잠자리에 드는 일반인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역시나 나만 홀로 남겨진 기분이다
이제 나도 그만 일반인이 되는 편이 맞을까



06 November, 2011

seis de noviembre




얼마 전에 강사장이 '아이러브스쿨'과 동창회는 난잡하고 위험하다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페북에서 우연히도 아니고 의도적인 것도 아니게 중학교 친구를 만났다
일부러 그 이름을 검색한 건 아니지만 다른 친구를 찾다가 낚은 부산물(미안;;;)이니까
우연도 필연도 아닌 재회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no군과 새로이 페북 친구가 되면서
깊숙히 봉인해뒀던 어린 시절의 원천 기억의 일부가 밑바닥에서부터 가물 가물 피어올랐다
no군과 나는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담임 선생이 누구였는지도 뭔가 특별한 사건이 있었는지도 이젠 알 수가 없지만
반평생을 아웅다웅 하면서 지내는 JY군과도 같은 반이었던 시절이다
나와 JY는 워낙 각별(?)했던 터라 나란히 앉아 노는 -수업을 듣는- 시간이 많았고
no군은 종종 내 뒷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을 그려보자면 창가 쪽 1분단 뒤에서 두번째가 본래 내 자리
뒤에서 네번째였던 JY가 내 짝을 내쫒고 옆자리로 놀러와 같이 앉았고
1분단 맨 뒷자리에 키다리 no군이 잔뜩 웅크리고 앉아 나랑 쪽지 돌리기를 했었다
no군의 자리가 원래 그 곳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나와 놀기 위해 일부러 바꾼 건지 알 길이 없고
어렴풋이 늘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JY와 알력이 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no군은 중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냐고 했지만
내 기억엔 고등학교 1학년 무렵 잠깐 그를 만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 확인 불가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보기도 뭣하니 영영 미확인 사실로 남겠지
온통 뿌옇게 안개 낀 추억 뿐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no군은 반갑다
어디서 뭘 하고 잘 지내는지 문득 문득 궁금한 사람들 중 하나였으니까



there are some people you may know 라며 바람나 도망친 구남친이나
회사에서의 웬수덩어리, 친구의 구남친의 새 여친 등등 쓸데 없는 인간 관계를 조장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페북이지만,
가끔 이렇게 재밌는 일을 만들어주니 기특하기도 하다

사실 no군과 친구를 맺은 것 뿐 긴 대화를 하며 서로 추억을 나눈 것도 아닌데도
오늘 하루 잊고 지냈던 오래된 일들을 떠올리며 잠시 설레였다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04 November, 2011

cuatro de noviembre




우산 쓰고 버스 타는 생활은 이제 안녕
마드리드 입성 후 꼭 두 달을 채우고 다시 자차족이 되었습니다 ♥

양파가 떨어지면 어느 때고 사러 나갈 수 있고
우체국 볼 일도 미루지 않고 갈 수 있고
일요일 오전 미사를 보고 브런치를 먹으러 갈 수도 있고

차가 있고 없고로 삶의 질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평범한 20대 초반 뚜벅이들은 아직 모른다
시린 손을 불어가며 밤거리를 걸어도 행복했던 여자는 남친이 차를 사는 순간,
눈 앞에 처음 맛보는 세상이 열리며 기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 오르게 되고
준중형 다음엔 SUV, 국산 다음엔 수입차를 필수 조건으로 내세운다
(소형 따윈 원래 계산에 없는 거다)

자동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리어카가 아니라
삶의 방식과 오너의 자존감을 조율하는 신이 내린 도구이다
대놓고 자랑 뿐인 블로그를 싫어해도, 자동차 관련 블로그 -돈자랑의 결정체인- 는 괜찮다
(그게 설사 '세차형'이라도;;)
차는 자랑 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크게 크게 지르는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미리 사둔 세차 용품을 들고 나가 블랑카 -뽕카 2호기의 코드네임- 의 속살을 싹싹 닦아줬다
뽕카 1호기가 물려준 아이폰 충전기와 아이팟 케이블로 단장을 마치자
블랑카는 훨씬 '우리차'다워졌다



03 November, 2011

tres de noviembre




어제가 좋은 날이었다면 오늘은 "미친날"
(부제 : 날씨 너 때문에 내가 미쳐)

weather.com 앱에 뜨는 열흘에 걸친 떼비구름을 보고 겁에 질려
뽕카 2호기를 데리고 오는 데 관련된 일이 아니고선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손도 근질근질 발도 근질근질
오늘도 역시 90%에 육박하는 비 예보에 일찌감치 시내 나들이를 접고
집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걸린 닭 마냥 꾸벅 거리고 있었다

무심코 '영화나 한 편 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처음으로 혼자 티플 웹사이트에 들어가 영화 다운로드를 걸었다
고화질 블루레이면 다 좋은 거겠지?
arc 파일이라고 올라와 있는데 이게 뭐지?
우리 TV로 볼 수는 있는 건가?
압축 못 풀면 680포인트는 버리는 거야?
훗- 내 돈도 아닌데 버리라지 뭐 ㅋㅋ

더듬 더듬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하고 어쩌고 있는데 창문에서 무언가 푸드득 푸드득 했다
순간 떠오른 생각은 '비둘기?'
...비둘기일 리가 있나 이 동네는 까치네 구역인데
범인은 BB탄 만한 우박이었다

'ㅅ'

아 그래 여긴 유럽이었지
우박의 나라 유럽
유럽의 나라들은 모두 우박의 나라

푸드득 푸드득 비둘기가 몸 털 때 탈출하는 벼룩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우박에 신이 나서
옆집 지윤에게 카톡을 날렸지만,
미처 send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우박 종료
다시금 해가 납니다

-_-

아 그래 여긴 유럽이었지
변화무쌍한 날씨를 가진 유럽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유럽의 경제

"우박이다 우박이 온다아아아" 하고 헛뻐꾸기를 날린 양치기 소년이 된 듯 하여
살짝 의기소침해지려는데 이번엔 돌풍과 함께 엄청난 소나기가!
또 다시 신이 나서 새로 바른 창고 벽의 비닐이 충분히 역할을 다 하는지 확인도 하고
집 구석 구석을 뛰어다니며 비 구경을 했지만 또 5분 후 종료

=_=

아 나 오늘 정말 심심한가봐요



02 November, 2011

dos de noviembre




"좋은날"

꼭 이렇게 적고 싶은 하루랄까
어제는 보험 알아보다가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저녁 먹고 심하게 체했다
비몽사몽 하다가 (무려) 밤 10시 쯤 쓰러져서 자버렸던 걸로 기억
그렇게 고민하고 신경 썼던 것이 무색하게
아침 일찍 linea directa라는 보험 회사로부터 영국녀성 에이전트의 전화가 와서
너무 좋은 견적을 받고 기쁜 마음에 그대로 계약을 완료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에이전트를 찾기 위해서 마드리드 곳곳을 헤매며
눈에 보이는 모든 보험 대리점 문을 다 두드려 볼 각오까지 했던 게 바로 어젯밤
그러니 밥이 얹힐 만도 하지
한국에서 가져온 국제 면허가 통과가 안 될까봐 전전긍긍했던 부분도
펜실베니아 면허증으로 단번에 해결 (정말 한국 면허증은 무용지물이었다...)
미국에서의 운전 경력 2년에 no claims point까지 인정 받아서
예상했던 1,500유로 이상의 금액이 총 493유로로 확 줄어버렸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 금액은 스페인 국민들과도 거의 차이가 안 나는 수준

expat program을 운영하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영어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전화를 끊고 5분 만에 날아온 보험 계약서 역시 영문판과 스페인어판 두 가지
생년월일이 잘못 됐길래 전화로 수정했더니 역시 1분도 못 되어 새 서류가 날아왔다



결과적으로 나는 잘 되었지만 -돈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고!- 씁쓸하기도 하다
한국과 스페인은 운전 면허 상호 교환 협정이 있어서 한국 면허는 따로 시험보고 할 것 없이
스페인 면허로 1:1 교환이 가능하다
미국 면허만 가진 미국인이라면 여기서 필기 & 주행 시험을 보고 새롭게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 회사들은 한국에서 발급한 운전 면허는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영국이나 미국의 면허는 보지도 않고!!! 보험 가입을 시켜준단 말이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에 비해서 좀 더 고군분투 해야 하는 게 현실



그렇지만 어쨌거나 1,000유로를 절약한 나에게 오늘은 좋은 날 :)



01 November, 2011

uno de noviembre




11월의 첫 날은 all saints' day
마치 내가 '죽은 자'인 것 마냥 집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하루를 보냈다
halloween도 없는 듯이 보냈는데 가톨릭의 휴일 조차 특별한 일이 없구나
쉴 새 없이 공부에 치이는 오빠가 밉고 자동차니 보험이니 나한테 떠넘기는 오빠도 밉다
그리고 이렇게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날엔 당연히 밥 하기도 싫은 법이다

수십 개의 자동차 보험 회사 웹페이지를 읽고 gps 리뷰를 검색하다보니
훌쩍 해가 지고 벌써 저녁을 먹을 우중충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 전에 딱 30분 만 내 시간을 갖기로 하자
뭐가 좋을까? 책을 읽을까?
요즘은 <비밀의 요리책>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는데 빨리 읽히는 편은 아니다
환상 스릴러라고 믿고 펴들었더니 잔잔한 감동이 있는 뻔한 이야기
맛있는 요리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컨셉인데
누가 지금 나에게 배배 꼬인 속을 풀어낼 수 있는 멋진 요리를 좀 해주면 딱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