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November, 2011

tres de noviembre




어제가 좋은 날이었다면 오늘은 "미친날"
(부제 : 날씨 너 때문에 내가 미쳐)

weather.com 앱에 뜨는 열흘에 걸친 떼비구름을 보고 겁에 질려
뽕카 2호기를 데리고 오는 데 관련된 일이 아니고선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손도 근질근질 발도 근질근질
오늘도 역시 90%에 육박하는 비 예보에 일찌감치 시내 나들이를 접고
집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걸린 닭 마냥 꾸벅 거리고 있었다

무심코 '영화나 한 편 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처음으로 혼자 티플 웹사이트에 들어가 영화 다운로드를 걸었다
고화질 블루레이면 다 좋은 거겠지?
arc 파일이라고 올라와 있는데 이게 뭐지?
우리 TV로 볼 수는 있는 건가?
압축 못 풀면 680포인트는 버리는 거야?
훗- 내 돈도 아닌데 버리라지 뭐 ㅋㅋ

더듬 더듬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하고 어쩌고 있는데 창문에서 무언가 푸드득 푸드득 했다
순간 떠오른 생각은 '비둘기?'
...비둘기일 리가 있나 이 동네는 까치네 구역인데
범인은 BB탄 만한 우박이었다

'ㅅ'

아 그래 여긴 유럽이었지
우박의 나라 유럽
유럽의 나라들은 모두 우박의 나라

푸드득 푸드득 비둘기가 몸 털 때 탈출하는 벼룩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우박에 신이 나서
옆집 지윤에게 카톡을 날렸지만,
미처 send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우박 종료
다시금 해가 납니다

-_-

아 그래 여긴 유럽이었지
변화무쌍한 날씨를 가진 유럽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유럽의 경제

"우박이다 우박이 온다아아아" 하고 헛뻐꾸기를 날린 양치기 소년이 된 듯 하여
살짝 의기소침해지려는데 이번엔 돌풍과 함께 엄청난 소나기가!
또 다시 신이 나서 새로 바른 창고 벽의 비닐이 충분히 역할을 다 하는지 확인도 하고
집 구석 구석을 뛰어다니며 비 구경을 했지만 또 5분 후 종료

=_=

아 나 오늘 정말 심심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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