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November, 2011

diez y nueve de noviembre




또 다시 지독한 목감기가 찾아왔다
바보라 감기는 잘 안 걸리는데 스페인에 오고 나서 벌써 두번째
코감기 종합감기 몸살감기 약은 약국 마냥 다양한데 목감기 약은 따로 구비해놓은 게 없다
이 나라는 기본적으로 약값이 비싼데다가 OTC는 효능이 약하기 때문에
급히 약국에서 사다 먹는 건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새벽에 깨서 시커먼 죽염으로 가글을 했는데도 좀처럼 나아지는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스페인 산이 아닌) 다른 나라 와인을 좀 사려고 lavinia에 가기로 한 날이다
아침부터 재빨리 카레를 만들어서 든든히 배를 채웠다
오빠와 함께 mall에 나가는 건 정말 오랜만이고 hakei나 massimo dutti에도 들러 볼 겸
(교복처럼 입던 라이더스가 찢어져서 당장 아우터가 급하다)
곱게 곱게 화장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었나, 도착하자마자 대판 싸우고 그 길로 돌아와버렸다

싸우게 된 이유가 뭔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래 오래 기다려왔던 간만의 '함께 외출'인데 완전 망쳐버렸다
매일 매일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장 보러 다니고 점심 약속이 잦다고 해서 마냥 즐겁진 않다
오빠는 -아무리 공부 할 게 많아 바빠서 미치겠다고 해도- 모른다
나는 차라리 오빠처럼 할 일이 많아 바쁜 게 좋겠다
일주일 내내 놀 시간 없어도 상관 없다
어차피 지금은 시간이 남아돌아도 놀지 못 하는 걸
매일 어두컴컴한 집에 앉아서 오빠를 기다리고 함께 집에 있을 때에도 늘 홀로 거실에 앉아
혼자 책을 보고 혼자 맥주를 마시고 혼자 컴퓨터를 하고
불규칙한 귀가 시간에 맞춰 매일 식사 메뉴를 고민하고
혼자 장을 봐서 혼자 무거운 생수까지 이고 나른다
혼자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묶고
늘 혼자 있는 기분이 지속되고 외로움에 사무쳐 이런 데다가 하소연 할 뿐이다
메아리조차 치지 않는 혼자 만의 세상에서 말이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단란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가족들을 보면 부럽다
옆 집 D씨 네가 부럽다
부부가 매일 같이 외출을 하고 여행도 자주 다니고
나는 투개월이 넘도록 마드리드를 벗어난 적이 없는데...
아직 cochinillo asado도 못 먹어봤다
나만 먼저 맛보기 미안해서 오빠를 기다리느라 말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언제 먹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

하루종일 쇼핑하려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두 시간 같이 보내는 것 만으로도 들떴었는데,
40분 만에 돌아와 검은 눈물 범벅이 되어 이불 속에 처박히니 너.무.서.럽.다
달리 갈 데가 없어 보기 싫은 사람이랑 한지붕에 있는 것도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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