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November, 2011

veinte de noviembre




요 며칠 -한참 뒷북이지만- <짝> 노총각 노처녀 특집편을 보고 있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나이인 40대 중반의 철벽같은 싱글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남자 1호부터 7호까지, 여자 1호부터 7호까지
왜 여태껏 짝을 만나지 못했는지 연애를 많이 하지 못했는지 쉽게 수긍이 간다
다섯 누나 밑에서 귀하게 자란 도끼남부터 학벌지상주의녀, 싸이코 페어, 그냥 병신까지
이럴 때 마다 적령기 안에 결혼이라는 숙제를 해치웠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안도감 이상의 여유?
아니, 우월감 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선도 보지 않았고 주말 마다 잡힌 소개팅에 넌더리가 난 적도 없으며
검증되지 않은 만남의 자리에서 이름도 알고 싶지 않은 병마티스트들을 마주보지 않아도 되니까

결혼 적령기의 한복판에 있는 나이라 싱글 친구들 앞에서 우월감을 갖는 일은 아직 없지만
가까운 친구들 중 몇몇이 과연 언제 어떻게 결혼을 할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불안하고 걱정이 되더라도 "남의 인생이기 때문에" 절대 이러쿵 저러쿵 하지는 않는다
다만 해가 바뀌는 체감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친구들이 좀 더 현실을 직시하고 시장의 흐름을 읽어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램이다
조금 이르게(?) 결혼 한 탓인지 결혼은 언제 하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되는데
남자에겐 30대에 접어들고 생각해도 늦지 않고
여자에겐 30대 초반을 넘기지 말라고 대답하곤 한다

말도 안 되지

지금 내 나이가 벌써 (한국 나이로) 30인데 2011년은 한 달 하고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동갑내기 여자친구들에게는 이미 노란 경고등이 켜졌다는 말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겨냥하고 지금 급히 남친을 만드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보자
적어도 6개월은 사귀어야 결혼 이야기가 나올 터이고 합의 후 최소 3개월
천생연분을 만나거나 양가의 절대적인 서포트가 있지 않고서야 2012년에 결혼 할 가능성은 0%
다음 해로 넘어가면 이미 32세, 마지노선이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기는 한데 그가 동갑이거나 30대 초반이라면?
그는 결코 급하지 않지만 그녀는 이미 조급해져서 서로의 needs가 맞지 않게 된다
실제로 '번듯한 직장에 성격도 무난하지만 동갑인' 남자친구와 영 진전이 없는 E양도 있으니까

BFF라 칭하는 D양은 안좋은 기록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꿈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였던 그녀는 지치지도 않고 남자친구를 만든다
남자마다 꽤 오랜 기간 교제를 하고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되는가.. 싶다가도 금새 뒷통수를 맞고 버려지기를 반복
거절 당하는 이유도 가지가지
성격이 안 맞아서, 돈을 많이 쓸 것 같아서, 건강한 2세를 출산하지 못 할 것 같아서
나 스스로도 D의 취향이나 결혼관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니까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주변과 스스로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그녀의 성격이 마음의 병을 키우는 것 같다
예전보다 훨씬 신경질적으로 변했으며 피해망상이 생겼다
한마디 툭 던지는 것도 snobbish married의 잘난 척 섞인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엄청난 기적 없이 D가 2014년 이전에 결혼 성공하기는 1억 모으기 보다 어려워 보인다
(1억을 모으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데;)

오전에 카톡으로 대화했던 no군도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주변에 여자는 많다고 했다
별로인 여자는 많다고 했다
'별로인 여자'가 뭔가 했더니 결국 얼굴이 별로인, 예쁘지 않은 여자란다
얼굴이 예쁜 여자는 옆에서 징징대는 것도 귀엽게 보인다고 했다
no군은 징징대고 비논리적인 여자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얼굴이 예쁘면 용서가 되나 보다
이의는 없다
모든 여자는 징징대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왕이면 얼굴이 예쁜 편이 낫겠지
그렇지만 예쁜 여자는 희귀종이고 그런 종자를 얻으려면 뭔가 획기적인 장점이 필요하다
no군은 아직 그만한 장점을 개발하지 못했는지 5년 째 여친이 없으시단다
30대 중반이나 되면 결혼할까 생각 중이라고 하길래
그 나이에 예쁜 -그리고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으면 carrera 4s 정도는 필요하다고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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