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November, 2011

catorce de noviembre




요즘 즐겨보는 네이년 웹툰 중에 <패션왕>이라는 병맛 만화가 있는데
최근 4주에 걸쳐 연재한 특집편에서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다
(특집편의) 주인공 곽은진은 (실제) 주인공인 우기명을 짝사랑하는 평범한 여고생
좀처럼 우기명에게 접근 할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요즘 아이들답게 카톡으로 메세지를 보낸다
"뭐해?"
이런 거
놀랍게도 우기명에게서 답장이 온다
"걍 있지ㅋ"
답장은 받은 곽은진은 심장이 터져나가는 기쁨에 눈에서 자꾸만 땀을 흘리고
그 이후로 수시로 -또는 매일 매일- 우기명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뭐해?"
"뭐하삼?"
"우기 모해?"
"모행?"
처음 한 두번 간단하고 짧은 -사실 성의와 관심이 담기지 않은- 답장을 날려주던 우기명에게선
더이상 연락이 없고 카톡 대화창에는 곽은진이 보내는 노란 말풍선만 줄줄이 남았다

곽은진과 같은 기분,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법 하다
전화벨도 푸시도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불쌍한 영혼의 모습
<bridget jones's diary>에서 jude가 그랬다
전화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몰려 있기 때문에 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잠시 정신을 딴 데로 돌리면 그 사이에 분명 새로운 연락이 와 있을 것이라고

이 소설에 맹목적인 사랑을 쏟는 나는 이 말 역시 맹목적으로 믿었다
하지만 아무리 '관심을 쏟지 않으려고 해도' 요즘 나의 페북 푸시 리스트에는 새로울 게 없다
늘 리플을 달고 반응을 하는 사람들 몇몇 뿐, 새로운 사람의 소식은 없다
그저 새로우면 왠지 반가울 것 같다
곽은진처럼 사랑에 빠진 소녀도 아니면서 그냥 막연히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몇 년 간 너무 평화로운 삶이 계속 되어서 지루하단 말이다
20대 초반의 매일 밤을 함께하며 리플 놀이를 하던 깐돌이 친구들 같은 이가 쨔쟌! 하고 나타나서
나를 마구 마구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
가볍고 재미난 사람이 아니라 진지한 몽상가라도 좋다
소재가 고갈된 나의 대화 풀(pool)을 넓혀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혼, 육아, 어린이집, 그릇, 야근, 돈이 배제된 이야깃거리를 가진 이라면 누구든 좋다



대화에 목 마르고 솟아나는 감성을 주체할 수 없는 내가 이 공간에 매달리는 게 당연하다
내 마음대로 타이핑 할 수 없는 이 곳 마저 없으면
나는 언제, 어디에 내면을 토해낼 수 있을까
지칠 줄 모르는 '쓰기 본능'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차라리 cyworld 미니홈피에서 일기를 쓰던 때가 좋았다
내 일기를 매일 매일 보러 오는 팬들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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