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November, 2011

treinta de noviembre




오늘은 '우유' 이야기

스페인의 먹거리 사정은 미국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종종 당황하고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한국 사정에는 까막눈이라 세 나라를 비교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달걀, 빵, 밀가루, 과일, 소스나 향신료 등등
그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여전히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이 '우유' 사정
나는 무지방이나 저지방 우유는 먹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항상 whole milk를 사서 마셨다
skimmed는 말 할 것도 없고 semi-skimmed도 절대 사지 않는다
쉽게 살이 찌지 않는 축복받은(푸풋) 체질 덕분에 지방 함량 따위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지방을 줄인 맹맹한 우유는 더이상 진정한 우유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흰 우유를 벌컥 벌컥 마셔대는 우유 매니아도 아니다
흰 우유는 한약 만큼이나 싫어하는 걸 'ㅅ'
나는 cafe latte나 milk tea, smoothie 종류를 통해서 우유를 섭취한다
이런 음료들은 주원료에 진하고 고소한 우유가 부스터가 되어 완전한 새로운 맛을 내기 때문에
우유의 (지방) 맛이 진할 수록 좋다

이곳의 우유 코너는 미국이랑도 영국이랑도, 심지어 한국이랑도 너무 다르다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파는 우유는 '멸균 우유'다
냉장 상태로 팔지 않는 팩우유, 한국에서는 하늘색 팩에 든 "매일우유"를 생각하면 된다
스페인 마트의 우유 코너는 3~4가지 브랜드에서 나오는 멸균우유 상자로 가득하다
냉장고에서 파는 일반 우유(=생우유)는 puleva라는 브랜드가 거의 유일한 듯
멸균우유는 지방 함량, 추가 성분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가 있다
내가 애용하는 whole milk는 entera라고 쓰여 있고, skimmed는 desnatada라고 한다
칼슘(calcio)이나 omega-3 성분을 추가한 것도 있고 애들용도 있고
생우유의 경우에는 entera/semi-desnatada/desnatada 세 가지로만 나뉠 뿐이다
누구나 "매일우유"의 맛을 기억하듯, 멸균우유는 분명 맛이 다르다
처음 장을 보러 간 날 우유 코너에서 당황한 나는 고르고 골라 puleva의 칼슘 우유 6팩을 사왔다
그리고 오빠는 그 우유로 만든 라떼를 무척 싫어했다
스페인에서 마시는 cafe con leche의 맛이 왜 죄다 별로인지 원인을 알아낸 것
6팩을 꾸역 꾸역 다 마시고 나서 puleva의 생우유를 사왔다
이 귀한 우유는 유통기한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상해버렸다
다시 한 번 같은 브랜드의 생우유를 사왔다
이번에는 유통기한을 일주일이나 남겨두고 상해버렸다
생우유는 멸균우유보다 거의 3배는 비싼 가격인데...
어찌 된 일인지 스페인의 생우유는 금방 금방 상해버린다
몽글몽글 치즈처럼 되어버린 병맛 우유를 두 번 버리고 나서 나는 다시 멸균우유를 샀다
멸균우유 중에서는 제일 좋고 생우유처럼 상하지는 않을 우유로
organic -스페인어로는 agricultura ecológica- 코너에서 파는 puleva의 멸균우유
물론 entera!
가격은 일반 멸균우유의 2배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맛은 보통 멸균우유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책은 못 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생우유를 애용하지 않는 걸까?
이 나라의 생우유는 어떤 공정을 거치길래 쉽게 상하는 걸까?



우스운 건, 3개월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입맛이 지쳤는지
이젠 멸균우유도 맛있게 느껴지고 멸균우유로 만든 라떼도 맛있게 느껴진다
... 생우유는 어떤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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