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November, 2011

once de noviembre




거실 창문으로 바라보이는 밤하늘이 숨 막힐 듯 아름답다
빠르게 지나가는 길다란 바게뜨 모양의 구름에 가려있던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자
순간 하늘이 환해지고 겹치고 겹친 구름의 입체적인 구조가 드러났다
달빛이 비치는 곳의 밝은 구름과 그림자 진 어두운 부분이 연속적으로 이루어내는
입체감이 대단하다
하늘이 얼마나 높고 넓게 펼쳐져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원근감은 마치, cirque du soleil의 <O>가 보여주는 무대의 깊이만큼 신비롭다
구름이 tony sly의 'stunt double'에 발 맞춰 달린다
글을 쓰는 지금도 구름의 사이 사이로 달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급히 사진을 찍었지만 똑딱이로 이 밤하늘의 광활함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 리 만무하고
이 우주가 느껴지는 순간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쉽다

한국을 떠나 사는 삶은 외롭지만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넓은 하늘의 모습을 실컷 볼 수 있다는 점에 위로를 받는다

오늘의 밤하늘은 웅장해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는 구름에
이보다 더 밝을 수 없는 보름달이 하늘 한가운데 떠올라
내가 있는 곳은 그저 하늘 아래 작은 점일 뿐이라고
저 달을 함께 보고 있다면 한 하늘 아래 있는 것이라고
잊고 있던 기쁜 사실을 확인해주는 고마운 하늘이야
또한 나만 홀로 너무 멀리 있다고 알려주는 무서운 하늘이야
지금 당신도 tony sly를 듣고 있다면 좋을텐데

... 라고 누구에게 적어 보내면 좋을까
심지어 함께 달을 볼 수 없는 시간대에 있을 지도 모르는, 있지도 않은 사람



요즘 나를 지배하는 대부분의 감정은 외로움이다
아무도 초록불이 켜지지 않은 페북의 첫 페이지를 멍하니 들여다보는 외로움이다
한 지붕 아래라도 두꺼운 문으로 가른 두 개의 공간에 따로 있을 뿐인 외로움이다
사실 나는 감성적이고 때론 나약하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외로움이다
사람이 그리워서 관심을 보였을 뿐인데 집착이라고 오해 받은 외로움이다
달리는 삶에 지쳐 힘들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느긋히 공상하는 외로움이다

아직은 조금 남아있는 희망에 즐거워하는 tony sly의 모습이
이제 전부 망가져서 "it ends like this"라고 읖조리는 joey cape로 변하는 것과 같다
이 남자는 어찌 이렇게 구슬프게 기타를 칠까

2011년 11월 11일
100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이 날은 정말 doomsday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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