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November, 2011

veinte y tres de noviembre




따돌림 / bullying / 
따돌려 보기도 하고 따돌림 당해 보기도 했던 나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은 역시 그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급우 전체에게 왕따를 당하던 Y양 이야기
(내가 당한 일은 따돌림이라고 보기엔 너무 사소하고 하루 이틀에 지나지 않아 순위에서 밀림)
초딩 6학년과 중1 내내 같은 반이었던 Y양은 좀 못생겼지만 평범했다
무작정 당하지만 않고 성깔도 좀 부릴 줄 알았던 것 같은데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15년이나 지난 지금 내가 그 이유를 기억할 리가 없지
원래 이지메는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시작하는 게 아니다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그녀가 따돌림을 당한 사실이 아니라 그로부터 5년 후 Y양의 모습이다
당시에는 웹캠이 보편화되고 '하두리'라는 일종의 SNS가 유행이었다
(나는 하두리를 해보지 않아서 정확히 뭘 하는 곳이었는지는 모르겠다)
PC방에 가면 IE 첫페이지가 하두리로 설정이 되어 있는 컴퓨터들이 꽤 많았다
crazy arcade(b&b)에 푹 빠져있던 나는 엄마 눈을 피해서 종종 PC방에 놀러 가곤 했는데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을 하자 하두리의 메인 페이지가 열렸다
화면 중간 부분에 월간 베스트 회원 리스트가 있었다
클릭하니 신천 즈음에 가면 흔해빠진 양아치 종족의 45도 각도 과다노출 얼짱식 사진이 주루룩
그 중간에 머리를 지푸라기처럼 탈색하고 아이라인을 짙게 그린 Y양이 있었다
역삼동 인근의 한 PC방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심심해서 찍는다는 친절한 자기소개까지
주변에 알바를 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알바를 해서 용돈을 벌어야 할 만큼 쪼들리는 친구도 없었고 공부에 치이는 고2 였으니까
기껏해야 기타나 prada 백팩 -엄마가 쉽게 사주지 않는 것들- 을 사려고 단기로 뛰면 모를까
머리를 그렇게 물들이고는 학교를 다닐 수 없다
그녀는 마냥 착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비뚤어진 아이는 아니었는데
편모 슬하라던가 소녀 가장, 그런 불우한 가정 환경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런 Y가 비행 청소년이 되어버렸다



Y가 어긋난 것과 우리의 따돌림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하면 이기적이다
이제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나도 차츰 그 사실을 잊어갔지만
책이나 뉴스에서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 마다 오래된 바늘이 박힌 양심이 욱신거린다



그런 내가 새로운 따돌림을 행하고 있다
"나는 이 사람을 따돌리겠어!"라고 의도적으로 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따돌림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고 있는 걸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이를 30살이나 먹고 사람이 싫다고 일부러 피하는 나나,
나이를 35살이나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따돌림을 당하는 그 사람이나
좁디 좁은 마드리드의 유학생 사회에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상황은 왜 시간이 지날 수록 나아지지 않고 더 악화되기만 하는지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아 외로운 그녀의 모습을 우연히 본 날이면 마음이 짠하다가도
그 다음날 들려오는 그녀의 또다른 기행에 넌덜머리가 나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한 사람만 빠진 아파트 주민 모임에 괜시리 미안하다가도
저녁 무렵 안 좋은 이야기를 또 듣고 나면 더이상 답을 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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