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December, 2012
treinta de diciembre
2012년의 마지막 주말은 끗-
날짜 바뀌기까지 23분 남은 시간이지만 미역국을 끓이고 있어 잘 수가 없다
반달곰의 백일을 기념해 '삼신상'을 차리느냐 마느냐 수백번 고민
여행과 기관지염 여파로 떡도 케익도 미리 맞추치 못하고
삼색 나물이니 구색 맞출 여력도 안 되는데 그냥 포기하자고 기울다가,
100일도 안 되어 한 번 앓은 달곰에게 급! 미안한 마음이 들어
미역국 세 그릇 + 쌀밥 세 그릇 + 물 세 잔 만 놓고 절이라도 하기로 했다
우리 달곰 발 크게 해달라고 빌어야지..
지금도 발이 좀 큰 편인데 뭘 또 키우려고..
더 크면 스웨덴에서 오고 있는 꼬까신 안 들어간다 ㅎㅎㅎ
떡국 베이스 하려고 사골 조각이랑 홍두깨살 사온 걸로 육수를 냈다
초벌 육수 좀 덜어서 불려놓은 기장미역 넣고 미역국 스타트
산후조리 한다고 지긋지긋하게 먹었던.. 이런 또 미역국이로구나 ㅠ.ㅠ
한 솥 끓이는 거 삼신 할배들이 다 드시면 좋겠는데
실상은 내가 꾸역꾸역 다 먹어야 할 팔자라는 거
삼신상에 올리는 미역국은 뭐가 다른가 싶어 네이년 검색 해보니,
마늘도 넣지 말고 소금도 넣지 말란다
마늘도 소금도 안 들어간 미역국이 무슨 맛이야?
그래서 과감히 네이년 대백과사전은 무시하기로 했다
오늘은 초벌 육수랑 미역국, 떡국에 올릴 달걀 지단까지 준비하고
내일은 동그랑땡 빚어 부치고 시래기나물 볶아두고 뽀얗게 육수 마무리 하긔
설날에 H네 가족이 오면
우선 브런치로 밑반찬에 떡국 한 그릇 씩 해치우고 나서
예쁘게 입힌 달곰이 (컵)케익 앞에 앉혀두고 기념 촬영 해야지
백일 기념 케익은 오빠네 학교 앞 케익집 -cream bakery- 에 주문하고 싶었는데
하필 설날이라 ㅠ.ㅠ 당일에도 그 전날도 문을 닫는다
직접 간단한 케익이나 파이라도 구울까? 하다가 일은 그만 벌리자고 관두고
그저께 교수실 앞에 차 세워두고 총총 찾아가서 남아있는 컵케익 싹 쓸어옴
맛은 버려도 되니까 모양이라도 유지되라고 곧장 냉동실 행
겨우 컵케익 몇 개라니 여전히 아쉬운 마음 미안한 마음 가득이지만,
대신 한국 가면 200일 기념으로!!!
영모아저씨네서 특대 사이즈 커스텀 케익 준비해줄께 아가!!!
그리고 그 케익은 외할머니랑 엄마가 전부 쳐묵쳐묵..... 0_0
29 December, 2012
veinte y nueve de diciembre
2012년의 마지막 주말엔 2012년의 마지막 장보기 -_-
달곰이의 100일인 2013년 1월 1일에 H언니네 가족을 초대했기 때문에
음식 준비 -그래봐야 떡국이나 핑거푸드 정도- 로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도 오늘은 애정 할 만한 것들을 세 가지나 득템해서
지긋지긋한 그로서리 쇼핑의 한 줄기 빛을 보았다고나 할까 ㅋㅋㅋ
• monin's caramel sauce
전격 유축맘이 되면서 새벽에 꼬박 한 번씩 일어나 30~40분이 걸리는 유축을 한다
자기 전에도 빼먹지 않고 해야하니 부족한 아침잠을 밤에 보충 할 수도 없고
자연히 이번 주 내내 카페인에 의존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집에서 좀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한 스페셜 아이템이 절실한 상황
더군다나 6팩이나 산 칼슘강화우유가 너무 짜서 ㅠ.ㅠ
아무리 illy 에스프레소가 맛있다고 한들 이상한 맛의 라떼가 탄생한다
동네 백화점의 el club de gourmet에서 모닌을 취급하는데,
모닌의 스몰사이즈 시럽들이야 말로 정말 다 모으고 싶은 아이템이지만
내가 뭐 mixologist 라도 되나?
쓸모 없는 것들은 다 제치고 카라멜소스만 한 통 집었다
• la perruche
설명이 필요없는 '앵설이', 앵무새표 각설탕
사탕 대신 사각사각 갉아먹을 정도로 내가 완전 사랑하는 설탕 ㅋㅋㅋ
흰색 -풍미가 없어 tea에는 이게 더 나음- 살까 브라운 살까 고민하다가
역시 갉아먹기에는 브라운이 맛있어! 라며 ㅋㅋㅋ
라떼 한 잔에 앵설이 한 조각 넣고 모닌을 드리즐하면 진정 천상의 커피
• vinagre de jerez al pedro ximenez
릭아저씨가 쉐리주로 만든 식초가 아주 감미롭다고 찬양을 해대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한 병 구입했다
reserva와 PX가 있던데, 값은 PX가 (당연히) 비싸지만..
PX로 만든 식초라면 너무 달지 않을까 싶다
쉐리는 예전에 WSET 시험 볼 때 나름 열심히 공부했던 분야이긴 하지만
원체 마실 일이 별로 없기도 하고 스페인어 투성이인 용어도 낯설어서
시험 본 지 2년이나 지난 지금은 기억 나는 게 손에 꼽을 정도
어쨌거나 집에 이태리 밀라노의 peck에서 사온 barrel aged 발사믹 비니거 하나,
딸기향이 나는 발사믹 비니거도 하나, 요리에 주로 쓰는 화이트와인 비니거도 하나,
근데 또 식초를 사다 날랐으니 이건 또 어디에 써야 할 지
검색해보니 가스파초에 넣으면 좋단다;
난 가스파초가 진짜 싫은데?!?
=_=
우선 병을 따서 맛부터 보고 레시피를 좀 연구해보아야 할 듯
식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예전부터 라이스 비니거가 너무 사고 싶은데 이 나라에선 흔하지 않은가 보다
쌀이 많은 나라에 없을 리가 없는데.....
사고 싶다 라이스 비니거...
28 December, 2012
veinte y ocho de diciembre
요 며칠 투병 생활 -하지만 거의 끝난 것 같은- 로 외출 금지인 따님을 모시느라
오빠랑 집에 틀어박혀 버닝하는 <릭 스타인의 맛 大탐험>
rick stein은 영국 출신의 유명한 쉐프인데
자기 이름을 걸고 이런 저런 음식 다큐를 진행하는 프레젠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여느 식신스타일 다큐와는 달리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음식으로 풀어내
옥스브릿지 출신 답게 지성이 철철 넘치는 컨텐츠를 만들어낸다
이 아저씨, "스페인" 편에서 그러더라
8살 때 처음 스페인을 방문해서 신기한 음식 경험을 했다고
8살?!?
1947년 생이니까, 1954-5년 즈음 스페인 여행을 했다는 건데
그때 우리나라는 전쟁의 잔해를 겨우 걷어내고 주린 배를 어쩌구 저쩌구..
심지어 우리 엄빠가 태어나시기도 전이네 =_=
뭐지 이 극심한 상대적 박탈감은?
그 옛날에 초딩도 못된 나이의 아이가 이 나라 저 나라 미식 여행을 다녔으니
뛰어난 미각을 가진 실력있는 요리사가 되는게 당연한 거 아니냐능
태어나자마자 입술에 와인을 발랐다는 마담 르루와도 생각난다
이런 게 바로 진정한 조.기.교.육
앞으로 달곰이를 어떠한 방법으로 이끌어줘야 할지 고민스럽다
더 많은 것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먹여주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먼 타향에서 태어난 만큼 그걸 어떻게 살려줘야 할지
당장은 유럽에서 살고 있는 아가로서의 이점을 십분 살려
스웨덴의 온라인샵인 babyshop.com 세일을 노려 달곰양의 옷을 실컷 질렀다
유럽 대륙 내 배송비는 5유로 밖에 안 하거든요!!!
mini rodini도 사고, imps & elfs도 사고, farg&form도 사고 ㅋㅋㅋㅋㅋ
... 아 이게 아닌데 ㅋㅋㅋㅋㅋ
북유럽삘 충만한 고운 색감의 옷들에 파묻혀 디자인에 눈을 뜰지도? ㅋㅋㅋ
25 December, 2012
veinte y cuatro de diciembre
어차피 3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건 불가능하고
북적대는 바에서 자정이 넘도록 술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달곰이 아파서' 크리스마스인데도 외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다행히 효녀 달곰 답게 일찍 -무려 7시 40분!- 잠이 들어서
종일 짬 나는 대로 만들어뒀던 음식들을 주섬주섬 차려 먹을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양갈비를 굽는 것이 우리 부부의 christmas tradition
오늘도 오전 일찍 hipercor에 가서 잘 손질된 cordero lechal을 한 팩 집어왔다
우리는 스테이크를 구울 때 오븐 대신 staub의 무쇠 그릴팬을 쓰는데,
고기를 굽는 건 항상 오빠 몫이라 나는 그 방법을 전혀 모른다
honey-roasted brie with walnut
모양은 빠지지만
엄청 간단하고 맛도 좋다
mixed salad with sun-dried tomato & parmigiano reggiano
드레싱은 EEVO와 발사믹크림으로 쉽게 쉽게
grilled lamb
소금 후추 EEVO 타임 로즈마리
maille whole grain mustard
오빠는 inedit 75cl 한 병을 혼자 다 마시고, 나는 또 탄산음료;
디저트로는 이탈리안 퀴진 코너에서 panettone와 파티사이즈 티라미수를!
빠네또네는 잘못 사면 퍽퍽하고 톱밥같은 질감인데
오늘 사온 녀석은 아띠제의 밤빵보다 촉촉하고 콕콕 박혀 있는 건포도가 예술 +_+
스페인에서의 크리스마스에는 당연히 roscón이어야겠지만
그 빵은 정말이지.. 어떤 이유로 그 빵을 먹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
그래서 올해의 크리스마스 디너엔 어쩌다보니 빠네또네가...
아픈 아가에 대한 걱정은 아주 잠깐이라도 접어두고
오랜만에 단둘이 잔 부딫히며 홈메이드 크리스마스 디너를 즐길 수 있었다
인생에 관한 진지한 토론 대신 뚱보 특집 <런닝맨>이 함께 했지만...
그나저나 계획대로라면 내년엔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도 있겠는데,
그때는 달곰이도 양고기 조금만 드셔보세요 :)
23 December, 2012
veinte y tres de diciembre
서울식품에서 서비스 받은 새우깡을 씹으며 떡볶이를 끓이는 중
6.50 짜리 김 한 봉지를 산 Y씨도 새우깡
250유로 넘게 카트를 꽉 채운 나도 새우깡
뭐지? ㅋㅋㅋㅋㅋ
여튼 어제 여행에서 돌아와서 이제서야 첫 끼니를 준비한다;
가기 전부터 콜록+코맹맹이던 반달곰은
아니나 다를까, 여행 이틀 째 걸걸한 기침이 급격히 심해지기 시작
숨 쉴 때 마다 갈비뼈 부근이 쏙쏙 들어가는 게 심상치 않았다
(대부분의 일정을 다 포기하고 알함브라 관광 마저 대충 대충 해버린 터라
여행 후기 따위 쓸 내용이 별로 없을 지경 ㅠㅠ)
결국 어제 마드리드 올라오자마자 ER로 직행
반갑게(?)도 소아응급실 당직 의사가 달곰의 주치의 산체스쌤
수요일에 멀쩡히 체컵 받고 갔는데 갑자기 왠 일이냐고...
왜긴요.. 3일 만에 애가 심상치 않어!!!
열도 없고 맥박도 정상이지만 폐에 피리소리 같은 잡음이 들린단다
급히 콧물을 한가득 채취해서 lab에 보내고 네블라이저로 호흡기 치료 시작
바이러스 검사 결과, 내내 마음 속 한구석에서 의심했던 대로
바이러스성 모세기관지염(영 bronchiolitis / 스 bronquiolitis) 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6개월 이전에 걸리면 대부분 입원한다는,
만성이 될 경우 천식으로 이어진다는 그 무서운 호흡기 질환 ㄷㄷㄷ
다행히 oxymetry test 결과가 양호해서 통원 치료 하기로 했지만
더 나빠지면 언제라도 입원해야 한단다
자칫하면 크리스마스나 100일이나 병원에서 보내게 생겼네..
무려 100일이 1월 1일인데!!! ㅠㅡㅠ
9시면 자는 새나라의 아가는 자정까지 이어진 치료를 마치자 완전 탈진
하지만 24시간 여는 약국을 찾아 약을 사는 미션이 남았고..
흡기마스크와 ventilon을 사서 집으로 오니 1시 반
아가 먼저 옷 갈아입혀 재우고 나서 오빠와 함께 폭풍 집안일 시작
짐 정리 하고 빨래 내놓고 젖병 닦고 청소하고..
오빠까지 몸살이 심하게 들어놔 오는 길 내내 내가 운전도 잔뜩 했는데
4시간에 한 번씩 벤틸론을 쏴줘야하니 제대로 푹 잘 수도 없었다..
엄마 노릇 느무 어려워
오늘도 밤 10시에 walk-in으로 가서 경과를 봐야한다
여전히 호흡이 안 좋으면 입원할지도..?
아가들은 엄마에게 받은 면역이 있다며.. 6개월까진 감기도 안 걸린다며..
추운 날씨에 너무 데리고 돌아다녔나.. 내겐 넘겨줄 만한 면역이 없었나..
오만가지 생각에 실컷 자아비판 중이다
아가가 채 100일도 되기 전에 나쁜 엄마로 등극하다니 =_=
18 December, 2012
diez y ocho de diciembre
주말 내내 집에 갇혀 있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
어제 오후 느지막히 "cacao sampaka에 가서 핫초콜렛을 마시겠어!" 라며
5시간 밖에 못 잔 남편과 외출에 질린(?) 딸래미를 추운 바깥 세상으로 끌고 나갔다
"whether it's cold or not, i don't care"
thㅣ익하고 뜨뜻한 핫초콜렛을 입술에 잔뜩 묻히고 온 것 까진 좋았는데..
달곰이가 기침을 시작했다 + 가래 끓는 소리까지!!!
그 기침이 오늘 오후까지 계속되어서 현재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
내일 3개월차 체컵이 예약되어 있어서 굳이 ER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밤은 ladies' nite 이거등 o_O
가정을 버리고 탈출한 아줌마들끼리 pan de lujo에서 디너 하기로 했는데?!
오빠가 잘 봐주겠다고 해서 나가긴 나가는데
밤이 되면서 아가가 더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
(하지만 이미 나는 빡센 슴옥희 메이크업을 마쳤다 ㅋㅋㅋ)
ladies' nite 후기는 다녀와서 커밍 쑨
"국민애벌레..가 아니고 butter balls"
부내나는 빵이라는 뜻의 "pan de lujo" (http://www.pandelujo.es/) 는
예전에 베이커리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레스토랑
쇼윈도에 있는 발목 없이 튼실한 다리를 가진 발레리나 조각이 눈길을 잡는,
밖에서 봐선 이게 뭐하는 가게인지? 좀 알기 힘든 집이다
캐주얼하면서도.. 어째 좀 posh한 분위기에 부가세 별도 ㅋ
유모차 끌고는 못 갈 곳이라 (아픈;) 아가를 저버린 날에 안성맞춤이었다
날씬한 처자 넷이 스타터와 메인을 세 개씩 시켜 나눠 먹었다
burrata trufada, ensalada de tomates raff y EEVO
mejillones abiertos al vapor con salsa de verduras asadas y azafrán
croquetas de jamón ibérico
pluma de cerdo ibérico a la parrilla, salsa de miel y mostaza
solomillo salteado con ajos y romero, salsa de vino tinto
vieiras a la plancha, salsa holandesa
와인리스트는 괜찮은 편인데 칵테일이나 샷 종류는 그냥 그냥
입구에 웨이팅 바가 따로 있는 것 치곤 술이 빈약하다
대부분 와인이나 tinto de verano를 마시던데 우리 일행들은 과감히 모히또를 시킴
모히또는 완전 스페인답게 설탕이 과한.. 달달한 모히또였다 -_- 별로 -_-
(어차피 수유부인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agua con gas -_-)
등심스테이크 빼고는 -고기 질이 별로였음- 전부 맛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프레젠테이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집이라
윗 사진처럼 버터를 시켜도 거하게 주고 나서 깨알같이 돈을 받는다지요 ㅋㅋㅋ
dulce도 시켜보고 싶었지만 너무 배가 불러서 패쓰
밤마실이 고팠던 우리는 무조건 2차를 가야 했거든요 ㅋㅋㅋ
16 December, 2012
diez y seis de diciembre
크립에 이어서 달곰이의 가구 하나 더
지난 여름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ikea에 가서 달곰의 서랍장을 장만했다
hemnes 의 아기들을 위한 하얀색 서랍장,
확장용 부속을 달면 diaper changing station 으로 변신 가능
(http://www.ikea.com/us/en/catalog/products/10153790/)
딸래미의 보송한 엉덩이를 위해 기저귀를 자주자주 갈아주어야 할텐데
바닥은 차갑고 크립 매트리스는 오염되어선 안되고..
그래서 여느 서양애들처럼 '기저귀 교환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집거나 기기 시작하면 무용지물이다보니
기저귀를 갈기 위해서만 쓸 수 있는 건 좁아터진 우리집에는 사치다요-
hemnes의 이 서랍장은 윗 상판을 넓혀 교환대로 쓰기 때문에
아기가 좀 더 크고 나면 넓힌 상판을 장난감 따위의 진열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부속을 떼어버리고 일반 서랍장으로 돌려놓아도 좋다
"뽀송해진 엉덩이가 좋아 하이킥을 구사하는 아가"
서랍장 ikea hemnes
정리용 바구니 zara home
기저귀 쓰레기통 tommee tippee
빨래정리함 ikea
현재 키가 약 60cm 넘는 달곰이 누우면 양 옆으로 공간이 남는 정도
기저귀 교환 매트리스 -중고로 얻은 것- 위에 의료용 흡수패드를 깔아둔다
(오빠는 강아지 배변훈련 할 때 쓰는 게 아니냐고 했지만)
혹시나 기저귀를 가는 찰나에 쉬야를 해도 흡수패드가 쫙쫙 빨아들임 ㅎㅎㅎ
마트의 기저귀 코너에 가보면 한 쪽에 이런 패드가 사이즈 별로 진열되어 있다
20장에 10유로 정도
(스페인어로는 empapador, empapadores desechables)
상판 아래 널찍하게 남는 공간이 있어 zara home에서 산 바구니들을 두고
기저귀랑 물티슈, 흡수패드를 보관한다
기저귀 갈 때 마다 서랍을 열 필요도 없이 손만 쓱 넣어 꺼내면 OK
반달곰양은 이 쯤 되니 교환대에 올려두면 뭘 하려는지 아는 듯 하다
스킨케어용품 바구니에 꽂힌 장난감을 보며 여유있게 케어를 받으신다 =_=;
이 참에 달곰의 스킨케어를 살짝 엿보자면...
뻥코를 위한 식염수 rhinomer baby
bepanthol
바디워시 kiehl's
바디워시 aveeno baby
california baby calendula cream
physiogel a.i. cream
physiogel a.i. intensive
california baby diaper area wash
거즈 손수건 밤부베베
rhinomer 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는 physiomer(피지오머)랑 같은 것
국민상비약 비판텐크림은 여기서 이름이 살짝 달라서 bepanthol
physiogel(피지오겔)의 a.i. 라인 역시 뭐가 다른건지,
여기서는 crema 말고도 intensive 라고 하는 200ml 대용량 크림을 판다
crema는 얼굴에 intensive는 몸에 발라주고 있다
겨울이 되어 난방을 하니 좀 건조해서 시험삼아 구입했지만,
사실 달곰이는 그 흔한 신생아 여드름 하나 없는 아기라서 효과를 보고 말고가 없네
다행히 여기선 가격이 괜츈하다 - 50ml a.i. 크림이 10유로
15 December, 2012
quince de diciembre
항상 크립(=아기침대)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스토케의 실용성 다음으로 카더라성 안티가 많은 게 크립의 활용도
육아카페나 블로그를 검색해보면 이해 할 수 없는 디스가..
"아기가 잡고 떨어져요"
: 높이 조절 하면 되잖아요
"굴러다니면 못 써요"
: 그럼 운동장에서 재우는 게 낫지
"안아올리다 엄마 손목 나가요"
: 바닥에서 재우다 엄마 무릎 나가요
나도 크립 들이기 전에 "그거 필요없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듣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크립은 백번 옳다능
크립 stokke sleepi
모빌 tinylove tiny princess
나이트스탠드 heico
크립 오거나이저 textura
초점책 애플비
blabla doll "fleur" medium
sock monkey 50cm
슬리핑백 jacadi
버피빕 aden+anais
방수패드 밤부베베
한쪽 가드를 열어서 내 침대 옆에 붙여둔다
높이까지 맞추어 두었기 때문에 마치 한 침대에 누워 자는 듯한 효과까지
달곰이 울면 팔만 뻗어 토닥토닥 할 수 있고 손을 잡고 자기도 한다
• 타이니러브 모빌
바닥이 차갑고 더러운 양놈나라에선 크립을 안 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국민 모빌이라지만 사실 양놈 모빌인 타이니러브 시리즈 역시
크립 가드에 고정시킬 수 있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크립 안 쓰는 한국의 엄마들은 '모빌거치대'까지 구비해야 하는 실정
• 0세부터 3세까지
(이건 크립마다 차이가 있지만)
달곰이 쓰는 sleepi는 3개월까지 쓸 수 있는 미니 사이즈가 아니라
가드를 열고 높이를 낮추면 3-4세까지도 쓸 수 있을 만큼 크기가 넉넉하다
확장팩을 사면 토들러베드로 변신 가능하다지만
그때 쯤 되면 싱글베드를 사고 babyhome 같은 가드를 달아주는 게 낫겠지
• 잠자리 습관 들이기
병원에서의 두 밤 이후 쭉 자기 침대에서만 자는 달곰은
60일 경 부터 정해진 시간에 침대에 눕히면 군말 없이 잠을 잔다
heico 토끼램프 불빛에 어른거리는 모빌을 잠시 쳐다보다가 스르륵 잠드는 패턴
낮잠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나 재우지만,
밤잠 만큼은 꼭 침대에 누워 스스로 잠이 드는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낮에 놀던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는 아기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 위생
아기를 키우면서 바닥을 매일같이 쓸고 닦고 하는 게 쉽지 않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마룻바닥을 만들지 못한다면
바닥에 이불을 깔거나 범퍼침대를 놓고 자는 아기의 호흡기 건강은 어떻게 할건지?
(도우미 이모가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순 있겠지)
물론 크립 구석구석과 매트리스 청소를 열심히 해야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 예쁘다
정말 예쁘다
"사랑하는 쪽쪽이도 던져버린 곰아가씨"
그래,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까 집 평수가 넉넉해야 좋다
우리집은 방이 너무 좁아서.. 결국 스스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값이 비싸다는 게 제일 큰 단점
확장이 가능하거나 큰 사이즈에, 원목으로 산다고 하면 값이 저렴할 수 없다
(스페인에서 stokke sleepi 가격: 640유로)
더군다나 스토케 크립은 혼자 독특하게 oval 형이라
베딩 역시 스토케 오리지널 디자인을 쓰지 않으면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
나도 달곰이 굴러다닐 시기를 대비해서 미리 범퍼을 사두었는데
그것만 해도 150유로 가까이;;
그래도 워낙 뽕을 뽑고 있어서 투자 금액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달곰이 크립 :)
14 December, 2012
catorce de diciembre
20일부터 2박 3일 간의 andalucia 여행을 계획했다
네르하 -파라도르를 예약- 에 베이스를 두고 말라가와 그라나다를 돌아볼 예정
수월한 아기 반달곰만 믿고 질러버리긴 했는데,
요 며칠 -좀 이른 듯 하지만- 공포의 '3개월 급성장기'가 온건지
잠투정이 생기고 새벽녘에 용 쓰다 깨어나기 일쑤
덕분에 밤중수유 리턴즈 ㅠ.ㅠ
여행 가서도 이러면 정말 곤란한데...
어젯밤에도 세시간을 채 못 잔 듯 하다
달곰이 오전잠 잘 때 나도 자야지 했는데
막상 오빠가 <뉴스룸(the newsroom)> 을 트는 바람에...
요즘 보기 시작한 뉴스 인더스트리를 다루는 HBO의 미드인데,
<쿠퍼옵햐의 360도> 같은 케이블 뉴스 프로의 뒤를 훔쳐 보는 재미가 쏠쏠
대사 하나 하나 블랙 유머와 지성이 폭발한다
그와 함께 절대 이해불가능인 미국의 정치 이슈도 폭발;
어쨌거나 영어공부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워커들이 "크아아" "으드득" 하고 다니는 것 보다야 뭔들?)
아 나도 한때 미디어엘리트를 꿈꾸는 신방과 학도였는데 ㅋㅋㅋ
함께 공부하던 친구는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까지..
나는 아기똥치우기 박사;;;
미국은 'number of adults who believe angels are real' 부문 세계 1위를 먹은
꿈과 상상력이 샘솟는 위대한 나라여서 그런지 드라마가 너무 훈늉
오빠 볼 때 어깨 너머로 같이 보는 <홈랜드 (homeland)> 라던지
어쩜 저런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지
어쩜 드라마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지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산책은 포기하고 텔리나 봐야겠다
11 December, 2012
once de deciembre
드디어 크리스마스 카드를 부쳤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한국과 미국에 도착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지만...
3개월 된 아가 시중 드는 틈틈이 카드 쓰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게 8장을 겨우겨우 완성하고나니 이미 우편 성수기;
우체국에서 족히 1시간 줄을 서야했다
매년 쓰고 부치는 크리스마스 카드라지만,
올해는 특히 손이 많이 가고 -달곰을 참여시키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네
하지만 오늘의 메인 미션은 동사무소 가기
반달곰양의 거주등록을 하러 ayuntamiento(=동사무소)에 갔다
렌트 계약서, 우리 부부의 거주증, 여권, 달곰 출생증명서, libro de familia 등등
지참해야 하는 서류만 두께가 3cm
방학을 해도 페이퍼가 밀렸다는 오빠가 아기를 봐줄 것 같지 않아,
또 유모차의 아기를 얼러가며 복잡한 등록 업무를 봐야했다
아, 정말 사는 게 쉽지 않다
가뜩이나 스페인어도 후달리는데 관공서 일이 너무 많다
미국에서는 기껏해야 dmv 가는 것 뿐이었는데
여기선 이민국, 교통관리국, 경찰서, 세무서..
현지인들에 섞여 손짓발짓으로 온갖 업무를 보아야 한다
그럼 아예 10년 짜리 영주권이라도 주던가 ㅠ
어쨌거나 친절한 직원을 만나 일처리는 수월히 되었다
08 December, 2012
ocho de diciembre
어제 첫 예방접종을 받은 -태어나자마자 맞는 B형간염 빼고- 75일 된 달곰은
하루가 지난 지금은 축 늘어져 계속 선잠을 잔다
오전 10시 반에 접종을 마치고 오후 4시 쯤 부터 보채기 시작,
눕히면 기절할 듯 울고 안아주면 끙끙대며 졸기를 반복하며 저녁 나절을 보내고
밤 10시 반에야 침대에 등을 붙이고 잠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밤에는 혼자 잘 자는 그대는 잠만보 ㅋㅋㅋ)
저녁까지 체온이 37.5도 언저리였던 게 새벽이 되자 38.3도까지 치솟았지만,
끙끙대며 깊게 못 자긴 해도 특별히 울며 보채지 않길래
해열제를 쓰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았다
다행히 아침이 되자 37.2도로 떨어져서 안심!
여전히 기운이 없고 잘 놀란다
(거의 없어졌던 모로반사가 다시 생긴 건 뭐지?!)
아직 주사맞은 부분이 불편한지 로션바르다 건드렸더니 칭얼칭얼 ㅠ
이래저래 안쓰러워 죽겠는데..
하루사이 수척해졌나? 왼쪽 눈에 쌍꺼풀이 잡히기 시작
주사 한 번 더 맞으면 미래의 수술비용을 아낄 수 있을지도 ㅋㅋ
아기 키우기는 공부의 연속
우리나라의 소아보건법이나 접종법과는 좀 차이가 있는 스페인에서
제 때 제대로 예방접종을 받으려면 심도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우선 질병과 백신의 이름을 스페인어로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고,
육아수첩 상의 접종 스케줄도 외우고 있어야지
멍청해서는 애도 못 키우겠구만 ㅎㅎ
"comunidad de madrid에서 제공하는 육아수첩"
생후 2개월에 맞는 필수접종에는
difteria 디프테리아
tetanos 파상풍
tosferina 백일해
HiB 뇌수막염
polio 폴리오(소아마비)
hepatitis B B형간염
meningcoco C 수막구균
neumococo 13v 폐구균
총 8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서 폐구균은 아직 유료접종이다
13가 백신인 prevenar 13 을 약국에서 직접 사다 병원에 제출해야 함
가격은 우리나라나 비슷하게 1회분 65유로 줬다
(한국에선 10가 백신도 쓴다지만 스페인에선 13가 백신이 원칙임)
meningcoco C는 영어로 meningitis, 수막구균 백신이다
미국으로 유학가는 한국인 학생들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바로 그 백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갓난 아기일 때 접종하는 필수 백신이지만,
한국에서는 특정 종합병원에서나 개인적으로 약을 사서 맞을 수 있다고 하네
(비용은 10만원 안팎)
한국과는 달리 이 모든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한다
나눠 맞추면 아기가 덜 아플 것 같지만, 그냥 하루 한 번 놀라고 마는 게 낫다고 ㅋ
DTaP와 HiB, B형 간염 백신이 하나로 합쳐진 infanrix 라는 콤보 백신을 쓰기 때문에
8가지를 하루에 다 맞지만 실제로 주사바늘은 3번 꽂히는 셈
세 번 따끔하고 세 번 '으앙'(이라고 쓰지만 사실 '끄으으으아아악')하고 나서
엄청 달달하고 끈끈한 rotateq 을 한 병 원샷하고 모든 접종 완료
스페인에서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중 rotarix 는 판매하지 않는다
로타는 필수가 아니라서 병원 원무과에서 내 돈 내고 -70유로- 샀다
한국 사람들이 스페인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리브 따서 기름 짜고 소 잡아 하몽이나 만들어 햇빛 아래서 낮잠이나 잔다고;
아무리 스페인이라도 유럽은 유럽이고 EU 국가인지라
이처럼 예방접종에 대해서 한국보다 훨씬 앞서있듯
사회 보장이나 국민 보건에 대해서는 역시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선진국이다
06 December, 2012
seis de diciembre
제 18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를 하고 왔다
(부끄럽게도) 이거슨 나의 첫 대선 투표...;
첫번째 기회엔 절친 언니오빠들과 에버랜드에 가서 사파리를 봤고
두번째 기회엔 현재의 신랑님과 회사 안 가는 기쁨에 별 거 없어도 데이트
그렇게 투표일 마다 깨알같이 공휴일처럼 놀아버리고선,
남의 나라에 와서야 갑자기 나의 권리와 의무를 주장하고 나섰으니...
사실 자의로 재외국민 신고를 하고 투표 신청을 한 게 아니라
대사관에 다른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낚인 케이스 =_=
여튼 기표함 님께서 비행기 타고 귀국하시는 일정 따라
투표는 본국보다 빨리 시작한다
바스크지방이나 그란카나리아 같이 멀리서 오는 교민을 위해
주말을 끼어 일주일에 거쳐 길게 길게 운영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territory에 들어가는 셈"
주 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은 우리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영상 5~6도 언저리의 추운 날씨라
달곰이도 곰돌이우주복 입히고 풋머프로 단디 포장해서 출발
가는 길에 한국인들을 여럿 만났다
한국 사람은 커녕 아시안도 보기 힘든 동네인데, 다들 투표에 의외로 열정적
대사관 직원은 영사과에 몇 명 뿐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 지원을 하고 있었다
(물론 몇몇은 선관위일테고, 봉사자 한 명은 다름아닌 서울식품 사장님 ㅋㅋㅋ)
본주소 확인을 하다가 '오리지널 강남스타일' 소리도 듣고;
평생 투표 한 번 안 해본 티를 착실히 내느라
도장 뚜껑 열 생각을 못해 투표용지에 빈 샷 날림 ㅋㅋㅋ
영사과 언니랑 달곰이 여권 만드는 거에 대해 얘기 좀 하고 컴백홈
이렇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다음 투표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꼭 한국에서 하기를...
05 December, 2012
cinco de diciembre
<똥이 무서워 외출이 어렵다는 이야기>
자기 전에 분유를 배불리 먹는 달곰은
다음날 오전에만 세 번 넘게 응을 배출하곤 한다
그 응의 규모가 대단해서 가히 샨티샨티 카레 한 그릇
바운서나 카시트에 앉아있다 응이 폭발하면
카레국물이 엉덩이골로 치솟아 등을 타고 흘러 옷은 물론 시트까지 적신다
때문에 외출 중에 응이 터지면 너무 곤란해
물티슈로 응 닦아주는 것도 큰 일인데
옷까지 버렸다간 외출이고 뭐고 당장 컴백홈 해야 할 듯
그래서 오전 외출은 나에겐 너무 챌린지..
오빠가 짧고 굵었던 이번 학기를 마감했다
방학 시작을 축하하고자 la cesta de recoletos 에 런치를 예약했다
정오까지 오빠를 픽업하러 가려니 아침 내내 어찌나 바쁘던지
그 와중에 쾌변선생은 착실히 세 그릇의 응을 생산하셨다
그래, 밖에 나가 싸는 것 보단 집에서 백 번 싸는 데 낫다
응 치우고 엉덩이 닦아 다시 옷 입히느라 당연히 픽업시간에 늦었지만요
"모자만 쓰면 심기가 불편한 쾌변선생"
이어플립 비니 로컬샵
스웨터 nanos baby
레깅스 petit bateau
슬리퍼 normandie
la cesta는 모히또가 맛있는데!!!
추워죽겠는데, 수유부 주제에 모히또는 무슨 모히또;
나는 오빠가 시킨 와인 향이나 맡아보고 군말 없이 탄산수를 시킵니다....
croquetas de jamon
dados de rape (아구살 튀김)
solomillo de buey
를 시켜서 사이좋게 냠냠하고 커피로 입가심까지
la cesta는 캐주얼한 밥집이지만 음식 프레젠테이션이 나쁘지 않고
음식이 바뀔 때 마다 식기류를 새 걸로 바꿔줘서 좋다
물론 가격은 그리 캐주얼하지 않지 ㅋㅋㅋ
"바구니(cesta)가게의 빵 바구니"
느긋하게 먹다보니 거의 두 시간;
달곰의 수유시간이 다가와 시내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신속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쾌변선생은 식사 중 밖에서 참았던 만큼 시원하게 뿜어주셨다는,
듣기만 해도 콤콤하고 시원한 이야기
03 December, 2012
tres de diciembre
팔자도 사납지, 또 마드리드 세관(aduana)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친구 SS양이 달곰이 선물 -옷으로 알고 있었던- 을 보내줬는데
뜬금없이 그게 세관에 잡혔다는 aviso를 받은 것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아, 과자를 넣었단다
서프라이즈로 참치캔까지 ㅋㅋㅋㅋㅋ
(내가 EEVO와 오레가노에 젖은 참치로 김치찌개 끓였다고 페북에 올린 게
그토록 불쌍해보였더냐 ㅋㅋㅋㅋㅋ)
12월 5일까지 오지 않으면 반송한단다 ㅠㅁㅠ
나는 달곰이를 맡기고 가야하고 오빤 한창 시험 준비로 바쁘고
가능한 건 오늘 오전 뿐, 원래 달곰의 예방접종이 있는 날이다
결국 병원 예약까지 바꿨다
정말이지 애 맡길 곳 하나 없는 나는 외롭고 서럽다
힘들게 찾아온 소포상자엔 반가운 마데인코리아 과자들이 잔뜩
맛밤 봉투를 발견한 순간엔 추위에 오그라든 마음이 군밤처럼 따뜻해졌다 ㅋㅋㅋ
오빠는 맛밤 한 봉지를 들고 학교에 가고
나는 닥터유 초코케익을 입에 물고 달곰 앞에서 쪽쪽이 셔틀을 도는 중
(제 손으로 -의도치않게- 쪽쪽이를 낚아채 집어던지기 일쑤)
"SS가 보내준 patagonia의 신칠라 폴리스 점퍼
3m 사이즈라고 되어 있지만 왠지 내년 겨울에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02 December, 2012
dos de diciembre
목숨이 아홉 개라도,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나는
오늘 또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았는데 - 다름 아닌 오빠의 오피스 잡을 돕는 일
as you already know 오빠(라고 쓰고 지도교수의 꼬봉이라고 읽는)는
종종 교수가 시키는 허드렛일을 들고 와 집에서 밤을 새는데
통계프로그램을 무한 돌리는 것 부터 단순한 엑셀 작업, 설문조사지 정리까지..
이번에는 약 60여 개에 이르는 published paper들을 파일링 하는 일이다
이번 잡의 강도와 난이도를 따져보니
나의 퇴화해가는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데 안성맞춤이었는지,
하루종일 몇 번 씩 손에 똥을 묻혀가며 아기 앞에서 재롱을 떨다
틈틈이 가재수건 빨래를 머리에 이고 부엌 바닥을 닦느라
수유 할 때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마누라에게 엉덩이를 붙일 기회를 하사하셨다
그래서 IE와 Penn의 웹라이브러리를 풀가동하여
(그래도 찾기 힘든 건 애증의 구글을 구석구석 뒤져보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경영분야 전문 저널의 바다를 헤엄치며
당대의 유명 교수들이 끄적인 화려한 페이퍼들을 하나씩 다운받아
넘버링을 해서 폴더별로 파일링을...
키보드 치고 영어단어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저널 하나를 열어 내용을 확인하는 동안 달곰이는 열 번 쯤 나를 부른다
점심 나절에 시작해서 밤 11시가 되어 완료
결국 오늘 저녁밥은 네꼬맘마(a.k.a 버터밥)와 쉰김치로 때웠다
당신 학위 따는 날에 나.. 꼭 가방이라도 하나 받아내고 말겠어 =_=
30 November, 2012
treinta de noviembre
생후 70일을 코 앞에 둔 달곰은 보다 사람으로 진화하였다
장식으로 달고 있던 손이 존재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한 것
맘마를 먹을 때 두 손이 심심한 달곰은,
한 손으로 내 옆구리살을 만지작 만지작 주무른다
그래 엄마는 아직도 덜 빠진 뱃살이 많단다 ㅠㅠ
그리 적나라하게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 ㅠㅠ
어쨌거나 굳어졌던 주먹에 움직임이 생겼길래
sassy의 탑 오브 더 탑 베스트셀러 무지개고리를 준비했다
(식기세척기 탑랙에 넣고 세척세척)
양 손에 하나씩 쥐어주니 곧잘 잡고 있다
달곰은 오른손보다 왼손 움직임이 더 좋다
혹시.. 패닉이 부릅니다 "왼손잡이"?
(쌍꺼풀이나 뒷통수를 닮지 하필 왜 왼손잡이야아아~)
왼손에 쥐고 있던 어린쥐색 고리를 흔들다가 자기 이마를 때렸다
놀라서 비명...;
다시 팔을 휘두르다 어린쥐 고리를 발견하곤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한참을 본다
고리에 정신이 팔려 손가락이 풀리고..
고리가 떨어져나간 자기 손이 또 신기해 한참을 바라보고..
만날 누워만 있어도 심심할 일 없겠구나
나도 내 손이 신기할 정도로 순수한 사람이 되고 싶...
이게 아니고 어쨌든,
좀 더 힘이 생기면 딸랑이도 장만해야지
not only 손, 고갯짓 also 나아지고 있다
똑바로 세워안으면 목을 버티고 있는 시간이 늘었다
피사체가 움직이는 쪽으로 (사마귀처럼)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바운서를 세워 앉혀놓고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그 사이 혼자 고개를 돌려 TV를 보고있더라
너 벌써 엄마 몰래 그러믄 안 돼!!!
목을 못 가누는 아기는 한 팔로 안을 수 없는데
목만 가눌 수 있으면 훨씬 편하려나?
어김없이 9시 전에 달곰이 잠들고
다운받은 영화 -쓰레기 급의 레지던트 이블- 를 보고 있다
젖병 소독도 미루고 보기 시작한건데, 정말 시간 아깝구나 ㅠ
차라리 달곰이 옆에서 밀린 잠이나 잘껄
26 November, 2012
veinte y seis de noviembre
24일
분유 배불리 먹고 꾸벅꾸벅 졸길래 눕혔더니 눈이 번쩍
금방 잠들 것 같지 않아 (소리 죽이고) 모빌을 틀어줬더니 무려 1시간을 놀았다
보채지도 않고 옹알이 하면서 혼자 둥가둥가
그러다 10시가 되어 제풀에 지쳐 눈감고 꿈나라 행
+ 다음날 5시 40분 첫 기상
25일
잠투정이 좀 있어 직수를 중단하고 분유를 물림
배불리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준 다음 8시 40분 경 침대에 눕혀 토닥토닥 시작
자꾸 모빌을 보려고 해서 수유등도 끄고 깜깜한 상태로 토닥토닥
쪽쪽이 물고 슬슬 졸다가 10분 만에 꿈나라 행
(10분 뒤에 들어가 뱉어놓은 쪽쪽이 회수)
+ 다음날 6시 첫 기상
26일
마지막 직수 후 역시 잠투정 시작, 유축 모유를 젖병에 담아줌
기저귀를 갈고 졸지도 않는 -투덜대지도 않는- 아기를 침대에 눕힘
수유등만 켠 채 무음으로 모빌을 틀어주니 15분 정도 구경
8시 58분에 "자야지~"라며 모빌을 끄고 쪽쪽이를 물려주니 곧장 눈 감고 꿈나라 행
(10분 뒤에 들어가 뱉어놓은 쪽쪽이 회수)
놀랍게 잘자는 한 아기의 - 바로 60일이 막 지난 우리 달곰이의 이야기이다
정말로 신기한 아가
안아서 바이킹 태우듯 흔들어줘야 한다, 공갈젖꼭지도 거부한다, 밤낮이 바뀌었다
등등 온갖 잠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 접해보았지만
달곰처럼 일정한 시간에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 혼자 잠이 드는 아기는...?
나는 진짜 레어레어레어템을 득템한 듯
이제는 아침 6시 경 까지 밤중수유가 없기 때문에 나도 5시간 쯤 길게 잘 수 있다
6시 첫 수유를 하고 나서 다시 3시간을 더 자는 건 보너스 :)
잠재운 후 3~4시간 남짓 느긋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보너스 :)
아기의 생활패턴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또 어떠한 변화가 생길 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이대로 100일까지 이어졌으면
그리고 100일부터는 더 엄청난 '백일의 기적'을 경험하는 거다 ㅋㅋㅋ
23 November, 2012
veinte y tres de noviembre
오빠는 4일 째 장염으로 고생 중
하루 동안 15마리가 넘는 눈뱀을 낳고 있다
소심쟁이, 병원에 가자고 해도 죽어라 버텨 -_-
죽 끓이랴 애 보랴 집안일 하랴 보리차 끓이랴
몸 한 구석도 남아나질 않는 강행군의 끝에
어제는 나까지 결국 타이레놀의 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몸살이 났다
열이 오르면 수유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약을 피하는게 약 먹고 수유하는 것 보다 좃치 않다
오빠도 (나의 과민성대장을 위한) 상비약 정로환으로 버티는 건 무리가 있어
결국 무거운 몸과 무거운 유모차를 끌고
집 근처 약국에 가서 지사제를 사왔다
효과를 봐야 할텐데 0_0
(나도 슬슬 배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막상 수유부가 복용 할 수 있는 약은 아니라 안습 ㅠ)
하루종일 수업이 있다 하여
하루종일 몸 아픈 나와 달곰이 단 둘이 보내는 날이다
요즘들어 8~9시 사이에 밤잠을 시작하고
밤중수유는 한 번, 많아야 두 번 정도 필요한 달곰은
그만큼 낮에 전.혀. 자지 않는다
(15분 정도 바운서에서 졸기는 하지만..)
몸 아픈데 무슨 집안일이야
깔끔하게 포기하고 달곰에게 집중했다
안아주고 노래 불러주고 집구경 시켜주고 맛사지 해주고
배고프다 하면 곧장 맘마 물려주고
혼자 두지 않고 계속 놀아주니 내 컨디션 좋은 날 보다 더 안 보채잖아? ㅋㅋㅋ
19 November, 2012
diez y nueve de noviembre
어젯밤 한차례 볼케이노급 잠투정을 하고 9시 반에 겨우 잠들어
무려!!!
오늘 아침 6시 반이 되어서야 -그것도 응가 누러- 깨어난 달곰양 덕분에
나도 오빠도 푹푹 깊은 잠을 자서 컨디션이 너무 좋은 날이다
몸도 가뿐하고 날씨도 끝내주는데,
오늘은 별 일이 없네...?
0_0
H언니네에 김치 나눔 배달을 가겠다며 주섬주섬 외출 준비 시작
아침 맘마 먹고 소파에 누워 뒹굴뒹굴하던 달곰도 급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집에만 있으면 엉덩이에 뿔이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 또 시내로 고고
날씨가 너무 좋아 유모차 커버를 챙길 필요가 없어 보였다
아기도 외기욕 좀 해야지 ㅎㅎㅎ
그래도 찬바람 들면 안되니까 이어플립을 하나 씌워줬다
달곰은 옷 갈아입을 때 잠자코 있는 편이지만 모자 쓰는 건 무척 싫어한다
급 울음을 터뜨리는 아가를 급히 카시트에 앉히니 또 다시 잠잠 ㅋ
정말 카시트를 좋아하는 55일 된 우리 착한 아기 :)
언니를 만나 우선 mercado la paz에 들러 바질(=albahaca)을 한 다발 샀다
잣 넣고 치즈 넣고 윙윙 돌려 바질페스토를 잔뜩 만들어 놓을 생각
일반 마트에서 구하기 힘든 다이콘도 하나 사고 과일도 좀 사고
(모양 빠지게) 유모차 가방걸이에 비닐을 주렁주렁 걸고
이 집 저 집 다니며 아이쇼핑을 실컷 하다가
착한 가격에 러블리한 옷을 파는 nice things에서 달곰이 옷도 하나 사고
mas q menos에서 커피 한 잔 + 하몽 타틴 으로 배 채우고
슬슬 잠에서 깨는 달곰에게는 뜨끈한 분유 한 사발 먹여주고 집으로 컴백
실컷 놀고 들어온 우리 딸,
피곤했던지 아빠 품에 안기자마자 다시 떡실신해서 저녁 내내 자고 있다..
오늘은 잠투정도 없어?
너무 안 자도 곤란하지만 또 이렇게 일찍 자면
새벽에 일어나서 징징댈까봐 그게 또 걱정
제발 부탁인데 오늘도 어제만큼만 푹 자주렴
내일은 엄마랑 '무려' 시외곽에 있는 아울렛까지 가야한단 말이다!
18 November, 2012
diez y ocho de noviembre
직접 담근 김치나 반찬류(불고기나 갈비, 나물, 만두 등)를 파는 집이 여럿 있는데
오늘은 각각 다른 집에서 LA갈비 2kg와 김장김치 3kg가 도착했다
LA갈비를 재워 파는 집에서 김치를 시켜 봤더니 너무 간이 세고 매워서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실 나는 김치맛 따윈 뭣도 모르지만- 우리 입맛엔 노노
그래서 이번에는 김치를 제외하고 갈비만 시켰더니..
아, 갈비의 절반이 기름이고 나머지 절반이 뼈인 듯
대체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어디에 붙어있는건지 모르겠다
1kg에 15유로나 하는데 이 돈이면 그냥 내가 고기 사다 재우는 편이 나을 듯
(나에겐 missycoupons.com에서 전수받은 환상의 레시피도 있는데!)
새로이 다른 분에게 주문한 김치는 무려 3kg나 되는데
매콤하고 시원한데다 깔끔해서 마음에 들지만 완전히 익은 채로 도착
쉬어버리기 전에 전부 다 먹을 자신이 없어서 친구네에 나눔 할 작정이다
참, 마드리드에서 파는 김치값은 1kg에 8유로로 굳어진 듯
값에 비해 썩 맘에 들진 않아도 냉장고를 꽉 채우니 마음이 놓인다
14 November, 2012
catorce de noviembre
달곰은 그 동안 한 쪽 젖만 먹어왔다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을 때는 불과 5분, 길어야 12분?
수유텀이 2~3시간이다보니, 먹지 않은 쪽은 다음 수유 때 까지 잔뜩 불어난다
이만큼 불도록 젖이 차면 아프고 불편한데다,
전유가 새서 수유패드가 흠뻑 젖곤 한다
수유텀이 더 길어지는 밤중에는 패드는 물론 옷까지 젖는 경우도 많았고..
그런데 오늘 - 몇 시간이 지나도 가슴이 딱딱해지지 않는 것이다
정오 즈음에 분유를 한 번 줬기 때문에 수유텀이 길어졌는데도
양쪽 가슴 모두 말랑말랑, 불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요 며칠 사이 달곰은 오래 먹어야 10분을 넘기지 않아 잘 먹는건지 의심스러웠는데
이거 혹시 다 빨아먹고 더 먹을 게 없어 그랬던 걸까?
아니나다를까, 오늘은 딱 5분 먹고 입을 뗀다
입을 떼고는 자지러지면서 짜증을 부리고..
그럼 나는 진정시키려 다시 젖을 물리지만 금방 뱉어내고 다시 짜증을 부리고..
안아서 한참 달래면 그제서야 잠시동안 잠이 든다
(그럼 잠투정인건가?)
6시 즈음 다시 5분 정도 ㅠ.ㅠ 수유를 하고 일찍 목욕을 시켰다
목욕 할 때 기분이 나쁘지 않을 걸 봐선 적게 먹진 않은 듯
목욕 후 조금 안아주니 꽤 깊게 잠이 들어서 침대에서 30분 정도를 잤다
일어난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또 5분을 빨더니 비명을 지르며 울기 시작 -_-
이 쪽 젖을 다 먹었나보다 싶어 다른 쪽을 물렸다 (양쪽 모두 젖이 불지 않은 상태)
미친듯이 우느라 입을 다물지 않는다
먹으려는 건 아닌가보다 싶어 쪽쪽이를 물리니 한 두 번 빨고 뱉어낸다
빨아도 먹을 게 안나와서 그러나보다 싶어 다시 젖을 물린다
몇 번 빨다가 더 크게 비명을 지른다 ㅠ_ㅠ
침대에 내려놓으니 대성통곡 시작
급히 분유를 90ml 타서 입에 물렸주니, 금방 그치고 빨기 시작한다
50ml를 금방 먹었다
그럼 이전에 5분 동안 빨면서 먹은 모유가 얼마 안되었나?
우느라 힘들었는지 젖병을 밀어내고 졸기 시작
다시 침대에 눕혔더니 곧 일어나서 더 크게 비명을 지르며 통곡을 시작
안아올려 토닥여줘도 그치지 않고 눈을 꼭 감은 채 더 크게 비명을 지른다
남은 분유를 급히 물리니 30ml를 더 먹고 진정이 되었다
진짜 끔찍한 20분이었다
아기가 우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달래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젖을 거부당한 것 같아서... ㅠ.ㅠ
이게 혹시 유두 혼동? 직수 거부?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겁이 났다
그리고 어찌나 속상한지...
모유수유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지만
달곰이가 젖을 물고 쪽쪽하는 그 살 닿는 기분이 좋아서
적어도 100일까지는 직수를 해주고 싶었는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기가 거부를 해버린다면..
그리고 나 대신 젖병만,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젖꼭지만 찾는다면..
(그래 마치 엄마의 젖과 같이 실감나는 젖꼭지 답네 -_-)
이걸 어떻게 극복하면 좋지?
체중 조절도 포기해가면서 열심히 밥 먹으며 젖량 유지한다고 노력해왔잖아!
그런데 왜 내 비루한 가슴은 젖량까지 비루하단 말이냐 ㅠ.ㅠ
지금은 - 분유를 배불리 먹고 - 푹 잠이 들었는데
조금 있다가 일어나서 배고프다고 보챌 때 다시 젖을 물려보고 싶지만
왠지 또 거부당했다간 자신감을 완전 상실 할 것 같아 겁이 난다
지금도 젖이 전혀 불지 않았거든
어쩜 좋지?
어쩜 좋지?
어쩜 좋지?
12 November, 2012
doce de noviembre
한국식으로 하면 오늘이 달곰이의 50일
(= 만 49일)
그렇다고 특별한 건 없다
한국에서처럼 공짜 50일 사진을 찍어주는 스투디오 순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만 있기 뭐해서 plaza norte 2로 마실을 나가
스타벅스에서 디카프 프라푸치노 한 잔 마시고 zara baby에서 신발 한 켤레 구입
그러고보니 이 신발이 달곰이의 첫 신발이다;
자그마한 신발이 귀엽다보니 출산 전에 아기 신발부터 사놓는다던데
무심하고 돈 없는 엄마 덕분에 달곰이는 지금까지 신발이 없었어요
첫 신발이 zara인 건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개중에 비싼 진짜 가죽신ㅋ이다
그러나 가장 작은 사이즈를 샀어도 여전히 헐렁하다는게 함정..
출산 한 지 50일이 되었구나
산욕기가 끝났고 분만 당시의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한데도,
여전히 빼야 할 지방이 3~4kg 씩이나 허벅지에 붙어있고
예전에 입던 청바지 단추를 잠그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달곰의 '100일의 기적'까지는 50일이 더 남았다
07 November, 2012
siete de noviembre
옆집 J가 파리에서 -고야드 대신에 ㅠ.ㅠ- 사다준 la duree의 마카롱을 먹으며 포스팅
사실 마카롱 홀릭은 아니지만 왠지 la duree는 옳다고나 할까
지난 번에 밀라노에 갔을 때도 들를까 했지만,
그때는 건너편 peck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마카롱 따위는 보이지 않았었는데
돌체가 부족한 마드리드에서는 이런 선물 받으면 눈에서 땀이 나지 ㅋㅋ
H&M에서 사온 곰돌이 우주복을 개시하려고 했는데
럴수럴수! 2-4m 사이즈로 사왔는데도 46일 된 우리 달곰에겐 너무 크다
'입히기에 좀 큰' 정도가 아니라 한 쪽 다리에 애가 쑥 들어가 ㅋㅋㅋ
대체 저 아가는 왜 그렇게 작게 태어나서...
한 달 만에 6센티나 자라서 이젠 좀 평균 사이즈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가격 따라 저퀄인 북극곰 코스튬 H&M
아직 너무 어린 아가라 옷 사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외출은 주구장창 하는데 외출복이 너무 없다
모자도 하나 뿐이고 신발은 아예 없어서 -양말은 좀 있지만- 나갈 때 마다
zara baby에서 샀던 미니마우스가 그려진 우주복만 입는 불쌍한 반달곰
오빠는 이 유치한 우주복을 어찌나 싫어하는지 ㅠ.ㅠ
여기저기 다녀보니 zara baby는 조금 큰 아기들이 입을 게 많고
달곰같은 자그마한 뉴본 베이비는 H&M에서 바디수트나 사야 할 듯
오늘은 내가 마드리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네인 justicia의 한 골목 안에서
너무 예쁜 아기옷 가게를 하나 찾아냈다
http://www.suenospolares.com/
스페인 아기옷 브랜드 중에 가장 핫한 bobo chose 가맹점이기도 하고
한국 엄마들이 열광한다는 popupshop 이나 atsuyo et akiko 같은 브랜드도 있고
아기들을 위한 ugg 나 hunter, bensimon 도 몇 가지 갖춰놓았다
함께 구경 간 H언니는 여기저기서 탄성을 질렀다
나는 아직 아기옷 쇼핑 분야에는 뉴비라 아는 브랜드가 얼마 없지만,
아기옷 홀릭인 A나 H언니 어깨 너머로 배우다보면 곧 통달하겠지? ㅋㅋㅋ
정말 예쁜 아기옷이 무진장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지만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착실하게! 이쁜 만큼 비싼 값을 자랑하는 걸까..
A는 아들 옷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 달곰 가족은 저소득층 수준의 수입과 P 펀드로 근근히 사는 유학생 가족인 만큼
북유럽 브랜드의 바디수트를 40유로 씩 주고 사는 건 미친 짓이다
다행히도 이 가게에는 뉴본 베이비를 위한 옷이 거의 없어서
내년 봄 쯤 되어야 슬슬 쇼핑하러 들러볼 만 하겠다
그 때 까지는 그냥 H&M이나 주구장창 다니자는 생각 ㅋㅋㅋ
oeuf nyc 같은 브랜드의 보들보들한 니트를 입는 아가에 비하면 좀 빈해보이겠지만,
괜찮아, 달곰은 미친 미모를 가졌으니까 ㅎㅎ
06 November, 2012
seis de noviembre
반달곰양은 -한국 사람이지만- 서양에서 태어난 티를 확실하게 내느라
신생아 시절부터 주구장창 신나게 외출을 하고 있다
백화점, 마트는 말 할 것도 없고 까페에서 브런치 먹기, tapas bar에서 저녁 먹기에
지난 주 6주차에는 스타벅스에서 젖병으로 뿌뉴(=분유) 먹기까지
마드리드 시내에서 갓난쟁이를 들춰업고 쏘다니는 동양인 아기 엄마를 본다면
92%의 확률로 나를 본 것이다 ㅋㅋㅋ
오늘도 salamanca에 사는 H언니를 만나러 외출하는 날
달곰에겐 좀 미안하지만 맘마 먹고 잠투정하는 아기를 바운서에 눕히고
진동기를 느끼며 조는 틈을 타서 재빨리 짐을 챙기고 있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려면 어찌나 챙길 게 많은지 o_O
런치박스에는 휴대용 분유, 보온병, 쪽쪽이(=공갈), 젖병, 가재수건 등을 담고
커다란 지퍼백에는 여분의 기저귀와 물티슈 따위를 준비하고
달곰 덮어줄 담요에 유모차 레인커버까지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내 외출 준비도 바쁜데 아가는 아가대로 옷 입고 양말 신고 모자도 써야 한다
그래서 외출 4~5시간 전 부터 아기가 쪽잠을 자는 틈틈이
나는 온 집안을 바쁘게 뛰어다니며 외출 준비를 한다
빨리 짐이 많이 들어가면서 가벼운 가방 -a.k.a. 기저귀가방- 을 장만해야겠어
육아의 매 순간은 지름신과의 싸움인가보다 ㅋㅋㅋ
(어째 결말이 이래? ㅋㅋㅋ)
04 November, 2012
cuatro de noviembre
육아의 매 순간이 의문과 불안 투성이이다
과연 나는 아기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잠을 안 자는 날은 안 자서 걱정, 잠을 잘 자는 날은 너무 자니까 걱정
이것 저것 의문투성이인데 주변에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다
같은 월령의 아기를 가진 사람 - 산후조리원 동기라든지 - 이 있으면 좋을텐데..
16개월 아들을 가진 A는 이미 14개월 전의 일이 까마득하다
26개월 딸래미 엄마인 J는 50일도 채 못 된 아기의 발달상태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들려줄 만큼 지난 날을 뚜렷이 기억하지 못한다
가장 힘들고 답답한 건 역시 모유수유이다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는 병원이라 입원해있던 2박 3일 동안
달곰에게 분유 한 방울 먹이지 않고 3시간 마다 꼬박꼬박 젖을 물렸다
물론 그 동안은 유즙 한 두 방울만 떨어질 뿐, 전혀 젖이 돌지 않았다
퇴원을 한 다음날 젖이 돌기 시작했지만 유선이 뚤리지 않아 엄청난 젖몸살을 앓았다
한국에 있었다면 당장 오케타니(통곡) 출장 맛사지를 불렀을텐데
아니, 이미 임신 38주 쯤 산전관리를 받아놨거나 조리원에서 관리를 받았을테지
하지만 아무데서도 도움을 얻을 수 없는 나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냉찜질을 하고 손으로 젖을 짜내고 양배추 잎을 붙였다
그래도 위기를 넘기고나니 젖이 제법 돌기 시작해
앞으로 달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아픈 것도 행복했다
한 달 정도는 무리 없이 모유수유를 할 수 있었다
달곰은 직수를 해도 잘 받아먹고 젖병도 거부하지 않았다
워낙 체중이 적어 하루 한 번 정도 분유를 보충하는 것도 잘 먹었다
등과 허리에 찢어지는듯한 근육통이 오고 밤중수유를 할 때는 곧잘 졸기도 했지만
까탈스럽지 않게 젖을 잘 빠는 아가를 내려다보는 건 기쁨이었다
(하도 내려다보니 목에 나이테가 깊게 생긴 건 어쩔 수 없다 ㅠ)
하지만 생후 30일을 넘기면서 달곰은 점점 더 많이 먹는 것 같고
친정엄마가 떠나시고 나 혼자 하루 한 끼니도 제대로 차리기 힘들어지면서
확실히 젖이 차는 간격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달곰의 수유텀이 같이 길어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급성장기를 겪는 달곰은 오히려 2시간이 채 못 되어서도 젖을 달라 보채고
나는 꽉 채우지 못한 젖을 물리긴 하지만 아이는 만족하지 못해 다시 울어대고
겨우 달래 재우려고 하면 배가 덜 찬 아기는 길게 자지 못하고 자꾸 깨어났다
푹 자지 못하는 아기를 하루종일 안고 있느라
나는 밥은 커녕 물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하니 젖이 돌리가 없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나는 모유수유에 대해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그래, 내가 오래도록 완모를 할 수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어
수유를 하는 건 큰 기쁨이지만 그만큼 나는 생활에 제약이 너무 많아 불편하고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을 마시지 못해 우울하기도 하다
아주 오래 완모를 하겠다는 각오같은 건 이미 가져본 적도 없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모유수유에 밀린 내 생활의 작은 소중함들을 너무 오래지 않아 되찾고 싶다
...
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래도 100일 까지는 어떻게 하든 젖을 물릴 수 있도록 해야지
라는 오기가 생기는 건 모성애 때문일까? 뭘까?
어렵다 어려워
내일 또 젖이 부족하면 난 어찌 해야 할까
25 October, 2012
veinte y cinco de octubre
우와! 포스트를 쓸 시간이 나다니!
달곰이의 초음파 검진을 위해 또 한 번 병원에 납셨다
아기 낳고 퇴원하던 날은 '커다란 추억이 깃든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건 뭐, 일주일에 한 번 씩 꼬박꼬박 가고 있으니 ㅋㅋㅋ
임산부도 아니고 신생아에게 왠 초음파 검사냐고 한다면
왜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심장에 잡음이 들리거나 머리가 유난히 크면 심장이나 뇌 초음파를 한다고는 들었지만
분명 아무런 문제가 없을 아기에게도 필수 사항인가?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안 하는 걸 스페인에서만 - 유난하게 - 하나보다
뇌초음파 같은 건 상당히 비싸다고 알고 있는데.. 보험이 커버해주나보지
첫번째 소아과 검진 때 이미 예약을 잡아놨기 때문에 가긴 했지만,
사실 엄청난 숙제가 걸려 있었다
아기를 5시간 동안 금식시키고 오라는 게 아냐?!?
예약부 직원이 ayunar(=금식하다)라는 단어를 이야기 했을 때
제발 내가 아는 ayunar가 아닌 ayudar 정도이길 바랬는데,
의뭉스러운 내 표정을 읽은 직원이 다시 한 번 큰소리로 반복해줬다
a y u n a r
2시간, 길어야 3시간에 한 번은 맘마를 찾는 신생아에게 금식이 왠 말이야
폭풍 검색을 해본 결과, 금식은 복부초음파에서 소화기관을 보기 위해서인데
신생아는 3시간만 금식시키는 병원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절충안으로 4시간만! 굶겨보기로 했다
4시간이면 분유를 양껏 먹이면 버틸 수 있을 범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 기상 시간부터 일이 꼬여버렸다
요즘들어 꿈나라수유 후 길게는 5시간도 자는 달곰이다보니,
새벽 5시의 밤중수유를 하고나서 아기가 아침 8시 반 까지 자버린 것
물론 나도 그 시간까지 꿀잠을 자버렸지 ㅠ-ㅠ
검진 시간은 12시 30분인데, 앞으로 4시간 반 밖에 남지 않았다
급히 한쪽 젖을 살짝 물리고나서 50ml 정도 분유를 줬다
다 먹고나니 벌써 9시 반!!!
결국 3시간 금식 - 3시간은 원래 수유텀인데 ㅋㅋㅋ - 을 하게 된 셈
검사가 끝나자마자 먹일 분유와 chupete(공갈젖꼭지) 두 개를 런치박스에 담았다
우는 아기 입을 막는 데는 젖과 공갈이 최고
쪽쪽이 suavinex
뉴본 비니, 바디수트 petit bateau
블랭킷 elephant ears
아니나다를까
병원으로 출발하자마자 뒤집어지기 시작한 반달곰양
카싯에 앉힌 채 첫번째 공갈을 꺼내 물리고 병원으로 달렸다
초음파검사실은 아기 울음소리로 가득하더라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생아들의 표정에 충격과 공포가 ㅋㅋㅋㅋㅋ
목청 크고 비명이 유난스러운 우리 달곰을 어찌할꼬 ㅋㅋㅋㅋㅋ
초음파로는 복부와 대퇴골(왜???), 뇌를 보는데
엉덩이는 무사히 마쳤지만 차가운 젤이 배에 닿은 순간부터 달곰이 폭발했다
머리카락에 젤이 뭉개지면서 그녀의 비명소리는 유리창을 깰 지경
좁은 검사실에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에 나조차도 혼비백산해서,
검사가 끝나고 달곰이의 몸에 떡칠이 된 젤도 꼼꼼히 닦아주지 못하고 옷을 입히고
쉬야 기저귀는 무슨 정신으로 갈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빨리 안아줘야겠다는 생각 뿐
재빨리 두번째 공갈젖꼭지를 물리고 블랭킷으로 싸서 품에 안으니 금방 진정이 되었다
양 볼에 흘러내린 눈물이 어찌나 불쌍하던지 ㅠ_ㅠ
대기실로 데리고 나와 오빠에게 안겨주고 곧장 분유를 탔다
(간지나는 dwell studio 런치박스에서 페일핑크 스벅 보온병을 꺼내 분유를 타니
주변 아기엄마들의 눈길이 온통 내 손 끝에 ㅋㅋㅋ)
정말 공갈젖꼭지 없었으면 어찌했을까 싶다
한국에서는 중독이니 버릇이니 해서 공갈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서양 아기들은 4살이 넘어서도 공갈을 물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런 아이들이 전부 다 잘못 큰다는 보장은 없잖아?
난 그냥 suavinex(스와비넥스)의 공갈젖꼭지가 워낙 이뻐서 재미삼아 하나 샀다가
의외로 잠투정 할 때 요긴해서 같은 사이즈로 하나 더 장만했던 건데,
공갈 없었으면 오늘 검진은 못 갔을꺼야 아마 ㅋㅋㅋ
23 October, 2012
veinte y tres de octubre
짧은 듯 긴 듯 6주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신다
불과 한 달 전인데, 함께 마드리드 관광을 하고 외식하러 다니던 게 아득하다
예정일 새벽 진통이 와서 엄마를 깨우고 밥을 차려달라던
내 인생에서 가장 놀라웠던 그 하루는 더더욱 한참 전으로 느껴진다
복이 많아서,
비행시간만 13시간이 걸리는 먼 타국에서도 엄마에게 의지해서 아기를 낳고
가장 어렵고 소중한 달곰의 신생아 시절을 엄마와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어린 아가를 데리고 공항에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
아침 일찍 현관문에서 엄마를 배웅하며 어찌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결혼 전에도 이런 저런 일로 집을 떠나있기도 했고
결혼과 함께 나와 지낸지 벌써 4년 차라 반 년 정도 떨어져 지내는 건 익숙하지만,
그래도 늘 고통스럽고 겪고 싶지 않은 건 '헤어짐'이다
엄마와 오빠가 탄 엘리의 문이 닫히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해가 뜨는 동쪽 하늘의 붉은 빛이 들어오는 방에서 자고 있는 달곰이와
단 둘이 우주 한복판에 떨궈진 그런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22 October, 2012
veinte y dos de octubre
애를 울렸다
울고 또 울고 자지러지며 우는데 내버려뒀다
무려.. 5분 동안이나!!!
그리고 울다 지친건지 뭔지, 달곰이는 갑자기 딥슬립의 세계로 건너갔다
잘 먹고 잘 자고 무지 잘 싸던 달곰이가 갑자기 변했다
생후 27일이 되던 그저께부터,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 남짓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
수유를 하면 곧장 잠이 들거나, 잠시 깨어있다가 트림시키면 잠이 들거나
그러던 아기가 수유를 하면 잠시 비몽사몽하면서 기저귀를 적신다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하면 갑자기 눈을 반짝 뜨고 활동 시작
활동이래봐야.. 혼자 눈 뜨고 노는 게 아니라 내내 징징대고 울어댄다
그 사이사이에 하품을 하는 걸 봐선 졸리긴 한 것 같은데,
백색소음을 틀어보고 안고 달래보고 가슴팍에 올려놓고 토닥여봐도
5~10분 정도 얕은 잠을 자다가 곧 깨어나 또 울기 시작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다음 수유텀이 다가온다
깨어있다보니 자연스레 수유텀은 짧아지는데, 젖이 차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완전히 빵빵해지지 않은 상태로 젖을 물리면 양껏 먹는 것 같지 않고..
배가 안 불러서 잠을 안 자는 건지 걱정이 되고..
결국 마지막에는 내 모유량이 적어서 그런가 싶어 스트레스가...
하루종일 안 자고 보채며 지내고나면 다행히 & 당연히 밤에는 잘 잔다
9시 쯤 마지막 직수를 하고 재워서 12시 직전에 분유로 꿈나라수유를 해준다
그럼 대략 5~6시간을 스트레이트로 자는 셈
새벽 4시쯤 비몽사몽한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젖을 물리고 7~8시 사이에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전혀 자지 않는 낮시간의 시작 ㅠ_ㅠ
너무너무 힘들다
달래는 내내 안아줘야 하고 두 시간 마다 끊임없이 젖을 물려야 하고
점심 먹을 때가 되도록 나는 양치도 못하고 애한테 매달려있어야 한다
엄마가 도와주고 있는데도 이 모양이니!
내일이면 엄마는 한국으로 돌아가시는데, 이제 나는 어쩌라고?
달곰의 잠투정과 울음이 심해지면 나 혼자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 결국
9시 전에 일어나 12시가 되도록 안 자고 보채는 아가를 결국 울려야 했다
하품하는 아가를 침대에 내려놓고 울든 말든 마냥 방치
오빠가 자꾸 안아올려 그걸 잡아뜯고 있으면, 그 틈에 엄마가 방으로 뛰어든다
두 사람에겐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한 엄마로 보이겠지만,
사실 가장 가슴이 쿵쿵 뛰고 마음이 짠한 건 나라구요 ㅠ
5분 가량 숨 넘어가게 울던 달곰은, 거짓말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아마 안 자고 1시간 넘게 울었다면 내가 뭐가 됐겠어;
30일도 채 안 된 아가에게 특단의 조치로 '울리기'를 사용한 게 영 마음에 걸려
자는 달곰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 불편한 건 없나 봐주면서,
속싸개가 벗겨져 그대로 드러난 맨다리를 다시 잘 덮어주었더니
내가 방에서 나가기도 전에 이미 걷어차버렸다
나쁜 뇬...
19 October, 2012
diez y nueve de octubre
분유를 두 통 째 뜯었다
거의 직수로 모유를 먹이긴 하지만, 점심과 꿈나라수유로 두 번 분유를 보충하는 중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첫번째 통은 1/4 정도가 남았지만,
개봉한 분유는 유통기한이 3주 밖에 되지 않아서 남은 건 그대로 버리게 생겼..;
(그러나 엄마가 분유 맛있다며 남은 걸 다 드실 기세 ㅋㅋㅋ)
딸곰은 almirón 이라는 분유를 먹는다
제조사는 독일 milupa- 한국에서 유명한 aptamil 을 만드는 회사이다
그리고 이 '알미론'이 바로 '압타밀'의 스페인 버전
이름은 다르지만 패키지 디자인은 본래 압타밀과 똑같이 생겼다
왜 굳이 스페인에서만 이름을 달리 해서 판매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단계별 제품군이 좀 달라서 압타밀의 첫번째인 pre 단계가 알미론에는 없고,
달곰에겐 1단계 -신생아부터 먹을 수 있다고 나와 있음- 를 먹이고 있다
제품군이 좀 다른 만큼 성분도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못 구해 안달인 압타밀을 여기서는 쉽게 먹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오리지널 압타밀처럼 스틱분유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스페인에는 시중에 판매하는 스틱분유나 액상분유가 전혀 없다고 한다
퇴원 할 때 병원에서 nutribén 의 액상분유를 하나 주긴 했었는데,
병원 신생아실에서만 사용하는 not for sale 판이라고 ㅠ
알미론 말고 스페인에서만 이름이 다른 제품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스페인에서 파는 기저귀 중 가.장.좋.은 dodot 이라는 브랜드이다
대체 이름이 dodot이 뭐냐고? 도돗?
근데 이게 바로 그 유명한 pampers 라면 어이가 없겠지 ㅋㅋㅋ
이 것 역시 패키지 디자인은 거의 비슷한데 제품군은 완전히 다르다
마트에 가보면 기저귀 섹션의 절반이 도돗으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는 하기스?
도돗과 하기스를 제외하면 마트의 PB 상품 뿐이다
한국의 아가들은 군이니 메리즈니, 7th generation이니 하는 수입 기저귀를 쓰는데
불쌍한 우리 달곰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신생아 적에는 워낙 기저귀 사용량이 많아서 제.일.비.싼 도돗만 쓰는 게 조큼 부담이라
하기스를 한 번 사봤는데... 도돗에 비해 촉감이 좋지 않다 ㅠ
딸바보인 달곰 아빠는 당장 하기스 따위 집어치우고 도돗이나 쭉 사서 쓰라 하더라
두 브랜드가 얼마나 가격 차이가 나는지 잘 모르겠다 'ㅅ'
그렇다고 도돗이 비싼 만큼 엄청 좋냐고? 그것도 아니라는 거
팸퍼스이긴 한데, 그 특유의 파우더향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소변을 누면 젤리가 된 흡수제에서 정말 싫은 퀴퀴한 냄새가 난다 ㅠ
디자인도 구형 팸퍼스라 - 세서미스트리트도 아니고! - 뒷쪽 흡수층이 짧다
RN(신생아사이즈) 단계를 넘어서면 좀 달라지려나?
더군다나 도돗 쓰다가 발진이 나도 바꿔줄 기저귀가 없다는 게 문제...
이제 와서 천기저귀를 구할 수도 없거니와, 쓰고 싶지도 않은 걸;
기저귀 발진에 대비해서 여러 가지 제품을 구비해놨으니까
(earth mama angel baby bottom balm, bepanthol, badger's baby balm)
우리 달곰의 엉덩이 피부가 그저 튼튼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14 October, 2012
catorce de octubre
오늘로 드디어 3∙7일, 아기가 생후 21일이 되는 날이다
어떠한 기준으로 굳이 21일을 잡았는지, 21일이 지났다고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지만,
3∙7일이 지나면 집에 외부 손님을 들일 수 있고 어쩌고 하는 걸 보니
아기를 데리고 잠깐씩 외출해도 되는 날..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조리원에 가지 않고 퇴원 후 곧장 집으로 돌아와 감금되었기 때문에
18일 간 삼시 세끼 꼬박 먹은 집미역국이 심하게 물려 그만 바깥 밥이 먹고 싶었다
오빠가 다시 학교에 나가면서 엄마와 둘이 남겨지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엄마의 말 한마디에 예민해지고 그만큼 더욱 조심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ㄷㄷㄷ
달곰은 달곰대로 잠 자는 시간이 줄어들고 용쓰기와 잠투정은 늘고
울음소리도 커질대로 커져 맘마가 조금만 늦어져도 악을 쓰고 울어댄다
밤중수유를 3~4번 정도 하는 편인데, 정말 내 인생 최악의 시간 top 3 안에 들겠다
아기가 낑낑대며 잠에서 깨어날 때 쯤 내가 먼저 눈을 번쩍 뜨고
울음이 터져 오빠나 엄마가 깰까봐 급히 아기를 안아들고 거실로 나간다
혼자 배고픈 아기를 달래가며 똥기저귀를 갈고 옷을 갈아입히고
정신없이 소파에 자세를 잡고 앉아 수유를 시작하는데..
밤에는 달곰의 잠투정이 심하다보니 쉽게 젖을 물지 않고 짜증을 부린다
제대로 물리는데만 10분 이상 고군분투
급히 나오느라 핸드폰은 커녕 위에 걸칠 옷도 없이 썰렁한 거실에 나앉아서
40분이고 50분이고 가슴 내놓고 젖을 물리고 있으면 너무 추운데,
두 팔은 아기를 안고 있으니 담요도 덮을 수 없잖아?!
춥고 졸리고 배고프다
밤중수유하는 동안은 세상에 나와 젖먹이만 남겨진 것 같고
침실에서 천하태평하게 자고 있는 오빠가 마구마구 원망스럽다
젖 먹이면서 아기를 내려다봐야 하기 때문에 목과 가슴에 심하게 주름이 잡혔다
안그래도 거울 볼 때 마다 우울한데, 엄마가 "너 목주름 많다?" 라고...
그래서 기분전환 좀 해보려고 3∙7일 기념 외출을 생각했다
(엄마가 le pain quotidien에서 tartin이 드시고 싶다 하셔서)
오빠에게 미리 "le pain 가서 일요일 브런치 먹고 올까?" 하고 운을 떼 보았는데
...
혼자 학교 근처 스타벅스 -또는 도서관- 에 공부하러 나가버렸다
나가버렸다
또 나가버렸다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
집에 남아 징징대는 달곰을 안고 젖을 먹이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눈물은 겨우 말렸는데 콧물이 주체할 수 없이 줄줄 흘러
결국 나는 엄마에게는 '가볍게 코감기에 걸린' 상태가 되어 있다 ㅠㅠ
다음 주에는, 조금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지만, 사실 희망은 없다
12 October, 2012
doce de octubre
한국에서 달곰의 출생신고를 하려면 스페인 출생증명서의 번역이 필요하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고 공증도 필요없는지라,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ㅎㅎ
오랜만 -몇 년 만..?- 에 ms word를 띄워놓고 테이블질을 하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마구 꼬인다
달곰의 출생국가는 españa, '스페인' 이라고 번역했다
달곰의 출생장소는 hospital la moreleja, '라 모랄레하 병원' 으로 표기
달곰의 집주소는 avenida san luis.. 읭?
avenida는 영어로 avenue
'아베니다 산루이스' 로 적을 것인가, '산루이스 애비뉴' 로 적을 것인가
'아베니다' 를 선택하면 españa 역시 '스페인' 대신 '에스파냐' 라고 해야 맞을 것
그런데 미국에서 출생한 아기들의 경우에는
united states of america를 '유나이티드스테이츠오브아메리카' 가 아니라
'미합중국' 이라고 표기하는 게 정석이란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거라니...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은 (하는 일이 없다보니) 가이드라인 따위 있을 리가 없고...
그렇게 치면 스페인은 사실 '스페인왕국' 이란 말이다!!!
그리고 /빠/와 /파/ 같은 된소리와 거센소리 문제까지 겪고 싶진 않으니까
그냥 '스페인' 으로 결정 (쉽게 가자!)
'애비뉴' 나 '아베니다' 를 빼버리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그것도 안 되겠다
lancaster avenue 31을 '랭카스터 애비뉴 #31' 대신 '랭카스터 #31' 이라고 쓴다면
이 랭카스터가 펜실베니아주의 아미쉬들이 사는 랭카스터란 깡촌인지,
필라델피아 근교 메인래인 지역을 관통하는 랭카스터 애비뉴인지 누가 알겠어
결국 고심 끝에 '아베니다 산루이스' 로 낙찰
그럼 아파트 홋수는 어떻게 적지?
'포탈 3 에스칼레라 5 2층 C호' 는 정말 간지도 안 나고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그냥 '3-5-2C호' 라고 간결하게 줄여버렸다
강남구청 호적과 공무원이 스페인식 주소에 대해 알게 뭐람?
11 October, 2012
once de octubre
누가 달곰더러 효녀라고, 천사 아기라고 했던가
누가 달곰의 패턴을 읽기 쉽다고, 왜 우는지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던가
누가 <secrets of the baby whisperer>대로 아기를 키울 수 있다고 했던가
내가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나는 트레이시 호그도 아니고, 신생아실 간호사도 아니다
달곰은 역시나 적시나 내 아이답게, 교과서형 모범생 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언어로 교감하고 혼자 숟가락질을 할 줄 알며
밤 11시에 자고 아침 9시에 일어나는 모범생 아기란 없다!!!
생후 2주까지 원만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얌전하던(= 하루종일 잠만 자던)
달곰을 보고 엄마와 오빠는 "이렇게 순한 아기가 있나!"라고 감탄했지만,
맘스홀릭에서 극단적인 경험담을 많이 접한 나는 여전히 달곰의 기질에 의문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3주차가 되면서 달곰은 '용쓰기'라는 기술을 득했다
자는 동안 내내 끙끙낑낑깽깽대어, 소머즈의 귀가 발현한 나는 잠을 잘 수가 없다
끙끙낑낑깽깽의 간격이 짧아지다보면 예외없이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신생아 초기단계에 잉잉- 거리고 울던 달곰은 이제 끄악끄악- 하고 울게 되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끊임없이 울고 나면 목이 쉰다
끄악끄악 동안 우는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면 달곰은 캭캭- 거리며 악을 쓰고,
이 쯤 되면 얼굴이 적고구마색으로 변하면서 배꼽이 튀어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아무리 안고 달래봐야 쉽게 진정이 되질 않는다
젖을 물려 기분전환을 하려고 해도, 악을 쓰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지라
막상 젖을 빨 힘이 남아있지 않아 5분 이상 먹지를 못한다
5분 만에 젖을 물고 선잠이 들어 재빨리 트림을 시키고 눕혀재우면 그나마 성공;
대게는 젖 빠느라 온 몸에 힘 주다가 기저귀에 쉬나 응아를 지리고
수유를 마치고 기저귀를 갈아주려 하면 여지없이 잠에서 깨어버린다
2시간 반~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던 것이 이젠 들쭉날쭉
30분 만에 먹이기도 하고 4시간 넘게 못 먹여 젖이 뭉쳐버리기도 한다
어쨌거나 요 며칠 사이 수유텀은 엄청 짧아졌다
달곰의 뱃고래가 커진 데 반해 나의 젖량이 늘지 않았거나, 여전히 애가 빨기 힘들거나
심지어 젖병에 분유나 유축 모유를 담아줘도 먹지 않는 경우까지 생겼다
입은 분명 오물거리는데 젖병에 담긴 양은 줄지 않아 o_0
간밤에는 무려 50분이나 젖병을 물고는 10ml 밖에 먹지 않아 날 광분하게 했다
... 라고 오늘 오후에 적어놓았는데,
모든 일이 틀어진 원인을 달곰에게 두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럽게 되었다
한참을 소리높여 악을 쓰다가 분유 60ml를 단숨에 먹고 (젖병을 잘 빨더라?!)
겨우 잠이 든 달곰이가 왠 일인지 3시간이 넘도록 낮잠을 잤다
그 사이에 나는 젖이 꽉 차버렸고 결국 양 쪽 모두 유축해서 100ml 한 병을 만들었다
이번에 일어나면 유축한 걸 먹여봐서 한 번에 먹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봐야지
그런데!
푹 자고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기분이 좋아진 달곰에게 젖병을 물렸다
열심히 오물거리는데 꿀꺽거리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 녀석이 또 젖병가지고 장난치네?"
라고 생각하며 입에서 젖꼭지를 빼고 안을 들여다보니..
젖꼭지 구멍이 막혀있다?!?
거뭇한 무언가가 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게 육안으로도 보였다
당황해서, 다른 젖꼭지로 갈아끼고 입에 물려보니 꼴깍거리며 잘도 먹는다
순식간에 무려 90ml를 먹어버리고 게워내지도 않는다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SS 젖꼭지는 왠 실먼지 뭉치로 꽉 막혀있었다
젖병을 안 빠는 게 아니었어 ㅠ_ㅠ
오히려 새벽에 깨서 50분 동안 안 나오는 젖꼭지를 죽어라 빨아야 했으니 ㅠ_ㅠ
그것도 모르고, 무지하고 성질 급한 엄마는 아기 탓만 한 셈이다
유축 모유를 저만큼이나 먹는 걸 보니 뱃고래가 많이 커졌나본데,
무지한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지난 주나 같은 양을 계속해서 먹여댔으니
달곰은 자꾸 배가 고프고 그래서 잠에서 일찍 깨고 나는 또 적은 양을 먹여놓고
빨리 자라하는데 달곰은 배가 덜 차서 더 먹고 싶고... ㅠ_ㅠ
90ml를 단숨에 먹고 다시 천사같은 표정으로 잠든 달곰을 내려다보니
너무너무 미안해서 내 스스로 내 목을 치고 싶었다 ㅠㅠㅠ
대체 어떻게 된 엄마가 -초보라지만- 스스로 잘못해놓고 애 탓만 하고 있을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줄줄 나더라
달곰이 이 내 죽도록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05 October, 2012
cinco de octubre
오늘은 큰.맘.먹.고 엄마를 museo del prado에 보내드렸다
나는 지난 겨울에 C와 함께 둘러봤으니, 여태 프라도 못 가본 오빠와 함께 가시라고 ㅎㅎ
그 말인즉, 처음으로 달곰과 내가 단 둘이 있게 되는 셈이다
(병실에서는 종종 둘이서만 몇 시간을 보냈었지만)
겨우 재워놓은 아기가 깨서 울고 달래느라 젖을 물리고 끊임없이 기저귀를 가는 일은
출산 전의 각오에 비하면 정말 별 게 아니다
아기는 '시도때도없이' 우는 게 아니라 나름 패턴이 있고
똥 싼 엉덩이 씻기기나 기저귀 체인지는 손에 익으니 순식간이다
효녀 달곰은 아직까지는 상당히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1~2시간을 자고 일어나 똥기저귀를 갈고 20분 정도 젖을 먹고 트림 시키는 중에
살짝 잠들었다가 소변을 보고 잠시 깨어나 오줌기저귀를 갈아주면 다시 자는 패턴
육아수첩에 열심히 기록을 하기 때문에
달곰이 우는 순간 수첩을 보고 패턴을 읽으면 원하는 게 무언지 예측이 가능하다
(예측이 맞을 확률은 70% 정도)
출산 후 가장 힘든 건..
육아가 아니라 만신창이가 된 내 몸 상태이다
다들 분만의 고통에 대해서만 떠들어댔지, 그 누구 하나 산후의 고통을 일러주지 않았다
생리대가 싫어 임신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끊임없이 흐르는 오로를 받아내느라
산모용패트에 오버나이트형 생리대를 총동원하고 있다
그깟 자궁이 커봐야 얼마나 크다고 이렇게 많은 피(?)가 어디서 나오는건지..
괴상망측하게 꿰메진 -나중에 성형수술이라도 받아야 할 듯- 회음부도 너무 불편하다
하루 이틀이면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열흘이 넘도록 따가워 ㅠ
매일 좌욕을 두 번씩 하는데도 아무는 속도가 느린 것 같다
생리대는 찝찝하고 실밥이 당겨 푹신한 소파나 침대에 앉는 건 완전 무리
그렇다고 바닥에 앉으면 또 엉치뼈와 골반이 당긴다
그저께 가만히 앉아있는데 울컥- 하는 느낌이 나더니 엄청난 하혈을 했다
그 뒤로 훗배앓이로 추정되는 아랫배 진통이 심해졌다
배만 아프면 "그냥 훗배앓이인가보다" 하겠는데, 온갖 뼈가 다 열리는 느낌도 든다
진통이 심하게 올 때는 혀를 깨물고 싶을 정도로 아프다
분만 마지막에 배를 누르는 과정에서 왼쪽 갈비뼈에 실금이 갔는지
왼쪽으로 누울 때 마다 저리고 쑤시지만, 귀찮아서 병원에 가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갈비뼈 부상은 달리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잖아
몸무게는 줄지 않는다
달곰과 그 외 부속물들을 뺀 만큼만 줄더니, 그 후로는 오히려 찌고 있어! ㅠ
엄마가 밥을 너무 많이 주나 내가 간식을 너무 많이 먹나
모유수유를 그토록 열심히 하는데도 왜 지방이 빠지지 않냐는 말이다
아랫배도 아직 안 들어가서 영락없는 올챙이 몸매인데다,
(은혜롭게도 튼살은 없었지만) 배가 쪼그라드니 임신선이 엄청 진해졌다
이 색소들은 언제쯤 내 몸에서 탈출하려는 걸까
임신 전에 입던 스키니진들을 걸쳐보니
허벅지까지는 터질듯이 -핏이 완전 구림- 들어가긴 하는데 허리가 잠기지 않는다
말로만 듣던 골반이 벌어진 상황 ㄷㄷㄷ
제 내 23, 24사이즈 스키니들은 안녕이란 말인가
그럼 난 앞으로 무슨 바지를 입고 나가지?! 매일같이 단벌 레깅스?
꼬물꼬물 너무도 작은 달곰을 보고 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달곰을 재우고 화장실에 가 생리대를 갈고 좌욕을 하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과장없이, 피눈물이 난다
아 산후우울증 오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야지 =_=
02 October, 2012
dos de octubre
달곰 생후 8일 째, 이 세상에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registro civil에 달곰의 출생신고를 완료하고, 달곰의 이름으로 된 증명서를 발급
그리고 우리 세 사람이 가족임을 증명하는 'libro de familia'도 생겼다
우린 분명 한국사람들인데, 어째 머나먼 타국에서 먼저 가족 인증을 받다니 ㅎㅎ
그것도 하필이면 내가 참참 싫어하던 스페인에서 말이다
정말 사람 사는 일은 알 수가 없어
퇴원하기 전에 병원에서 출생신고와 관련해서 세 가지 문서를 받았다
i) Documento de identificación sanitaria materno filia
옅은 파란색의 조그마한 종이에 달곰의 인적사항이 적혀있고
내 지문 하나랑 달곰의 족적 -제대로 안 찍혀 판독 불가- 이 찍혀 있다
ii) Cuestionario para la declaración de nacimiento en el registro civil
그야말로 registro civil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한 신청서
iii) 달곰의 출생을 증명하는 담당 산과의사의 레터
마드리드에서 출생신고를 한다면 이 중에서 i)과 ii)만 필요하단다
그 외 우리가 챙긴 서류는..
나와 오빠의 NIE 카드
나와 오빠의 여권
(혹시 몰라서) NIE 연장신청서
(혹시 몰라서) Empadronamiento
혼인관계증명서 번역/공증본
수속이 얼마나 복잡 할 지 알 수가 없어 오빠 혼자 보내기는 불안하고,
그래서 마드리드 뉴 멤버가 된 Y씨 -서어전공자- 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Y씨와 오빠가 calle de pradillo에 있는 오피스에 도착한 게 9시 조금 전인데
이미 새볔부터 나온 게 틀림 없을 사람들의 줄이 블럭을 넘어섰단다
출생신고 절차는 네이년 검색을 해서 나오는 마드리드 모 변호사씨의 포스팅을 참조
Y씨가 워낙 스페인어를 잘 하니, 절차를 모르면 물어서라도 하겠지 ㅋㅋㅋ
..라고 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마음 푹 놓고 오빠를 내보냈다
역시나 능력자 Y씨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일을 처리하고 온 오빠는
'libro de familia'라고 부르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출생신고증명원 3장을 들고 왔다
출생신고증명원을 최소한 5장까지 받아오라고 시켰지만,
원칙적으로 1회에 2장까지 발급 할 수 있단다 (발급 비용은 무료)
추후에 더 필요하면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해서 집으로 받을 수 있고...
한국에서 출생신고 할 때 / 대사관에 여권 신청 할 때 / 달곰이 NIE 만들 때 등
지금 당장 필요한 곳만 세 군데라 넉넉하게 받고 싶었지만...
그래도 Y씨의 화술로 3장이나 받아왔다니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냅니다
'libro de familia'는 여권보다 약간 큰 책, 말 그대로 책이다
나와 오빠의 인적사항과 자녀(달곰)의 인적사항이 적혀있다
앞으로 스페인 내에서 우리가 가족이라는 걸 증명하는데 이 것만 있으면 된단다
작년에 한국에서 받아와 수십번을 쓰고 꼬깃해진 혼인관계증명서는 이제 안녕
한국에서의 신고는 엄마가 귀국길에 서류를 챙겨가서 대신 할 예정
신고가 완료되면 EMS로 서류를 받아서 대사관에서 달곰의 여권을 신청 할 수 있고,
여권이 있으면 비로소 NIE 발급이 가능하다
사람이 하나 태어나서 이 사회에 속하기까지의 절차가 결코 쉬운 게 아니구나 0_0
26 September, 2012
veinte y seis de septiembre
내 인생 최초의 입원이 막을 내린다
이제 굴욕적인 모양새의 일회용 팬티와 산모패드에 익숙해지고
달곰과 둘이서 시간 보내는 게 즐거울 만 하니까
오늘 오후 5시 반이 넘으면 퇴원 할 수 있단다
집에 가는 건 너무도 반갑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두렵다 ㅋㅋㅋ
샤워도 못 하게 해.. 손도 못 씻게 해.. 잔소리 잔소리
병실 실내온도를 무려! 30도에 맞춰놔 달곰 태열 폭발하고 ㅠ
원체 잔소리 심한 성격이라 더더욱 감당이 안 된다
대놓고 화도 짜증도 못 내겠고..
앞으로 매일 13번 씩은 부딫힐 한 달의 여정이 깜깜하다
40시간, 6끼니 동안 엄마표 미역국에 과일도시락에
병원식으로 나오는 것들도 간간히 집어먹어서
왠지 분만 직전보다 지금 몸무게가 더 나갈 것 같다
어제에 비해 한결 몸이 나아진 것 같아서 병실을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엄마가 같이 있었음 계속 누워있어라 했겠지만)
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줄ㅂㄱ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쏟아지고
물렁물렁한 뱃살이 출렁출렁인다
마치 일주일 방치된 바람 덜 빠진 풍선 같이 쪼글쪼글하다
언제나 되어야 복근운동을 해서 이걸 바로잡아줄지...;
집에 가서 빨리 체중계에 올라가고 싶다
엄마가 컴퓨터나 폰을 오래 못 쓰게 하기 때문에
언제나 되어야 출산이나 스페인의 산부인과 병원 체험에 대해
자세한 글을 적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네
여튼 오늘은,
달곰 생후 48시간이 되는 오후 5시 반에 첫번째 예방접종(hepatetis b)과
선천성대사이상검사 -6종짜리 제일 기본적인 것- 를 마치고 나면
우리집 새식구 달곰양을 모.시.고 집으로 향한다
24 September, 2012
veinte y cuatro de septiembre
9월 24일
이 날은 내 인생에 있어, 내 생일인 8월 28일 보다 더 중요한 날로 등극했다
바로 우리 반달곰양이 40주 0일을 꽉 채우고 세상에 나오신 날이기 때문
그렇다, 반달곰이는 치밀하게 40주를 꽉꽉 채우고 예정일에 탄생하였다
어떻게 된 아기가 이렇게 철두철미해 ㅋㅋㅋ
주변에서 단 한 명도 출산예정일에 애를 뿅 하고 낳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예정일 직전까지만 해도 출산이 늦어지는 것 같아 얼마나 마음이 초조했던지...
그런데 24일 새벽 3시 30분
화장실에 갔다가 변기 바닥에서 손가락 세 개 크기의 찢어진 해파리 시체를 보았다
응? 해파리? 여긴 어듸?
거의 무색투명한 해파리 중간에 실같은 핏덩어리가 콕 박혀있었다
아... 이슬이구나!
(이슬은 무슨 이슬?! 예쁜 이름이 아깝다 당장 해파리로 고쳐!!)
제대로 된 이슬을 보고 당일 또는 일주일 내로 분만한댔으니.. 후후 곧 오겠구나
침대로 가 눕는데, 30분 정도 지나자마자 눈뱀이 올 듯한 복통이 지나갔다
다시 변기에 올라탔더니 익숙한 눈뱀은 안 보이고 새빨간 피가 나온다
0_0
피를 본 순간부터 -심리적 현상인 줄 알았지만- 배가 아프다
오빠를 깨워 상당히 심한 수준의 생리통이 자주 느껴진다고 SOS를 치고
시계바늘이 5시를 가리키는 걸 기다려 엄마를 깨웠다
"밥 먹고 병원 가게, 밥 해주세요"
병원에서 튕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밥은 먹자며 소고기무국 한 그릇을 뚝딱했다
(나중에 두 그릇 먹을걸.. 하고 후회했지만 ㅎㅎ)
5~6분 간격으로 오는 진통 중간 중간을 노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그 와중에도 머리를 예쁘게 드라이 하고 ㅋㅋㅋ
출산가방 두 개를 완성한 다음 진통간격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병원에서는 3~4분 간격이 되어 오는 게 좋다고 했었거든
슬슬 해가 뜨는데 진통의 간격이 좀 늘어났지만 강도는 훨씬 세어졌다
출근길 러시아워를 피하자고 8시에 병원으로 출발
신발 신기 직전 마지막 진통을 참아내는데 엄마가 손을 잡아준다
병원 대기실 시스템도 잘 모르고 분만까지 얼마나 걸릴지 기약이 없다보니
막상 멀리서 나의 출산을 보러 온 엄마는 집에 남아있기로 했다
배가 많이 아프긴 했지만 달리 무서운 건 없었는데,
엄마 손을 잡는 순간 무언가 비장한 기운이 전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8시 20분 ER에 도착해서 접수대로 기어가
"estoy embarazada, y tengo contraciones en cada 5 minutos"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리라 하더니 털복숭아 남자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고 왔다
멀쩡한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OB까지 가는 건 좀 오글오글
OB 본진에 입성하기 전 자격 여부를 결정하는 검진실에 들어가 굴욕의자에 누웠다
피 터지는 내진을 하고 양수가 샜는지 여부를 검사하더니 10% 진행되었단다
내 자궁문은 왤케 튼튼한 것인가 ㅋㅋㅋ
하지만 NST 그래프에 나오는 내 진통 강도가 이미 100을 찍고 있어
(간격은 엉망진창이었지만) 당장 입원 서류가 준비되고 나는 분만대기실로 모셔졌다
대기실에는 간지나는 병실용 침대가 있고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었다
나 홀로 쓰는 오붓한 방에 들어오니 매우 안락..은 커녕, 진통이 더 세어진다 으아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태동기를 달고 왼팔에 정맥주사 시술을 받았다
나는 그 와중에 계속 "cuando puedo tomar epidural?" 만 묻고 있다
11시 쯤 간호사가 들어와 enema(=관장)을 하잔다
아니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서도 이렇게 알아서 관장을 해준단 말인가 ㅎㅎ
내심 분만 중의 굴욕을 걱정하고 있던터라 관장이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하지만 5~10분을 참고 볼 일을 두 번 보랬는데
2분 만에 GG를 치고.. 그치만 일은 무려 세 번? 네 번 정도 본 것 같다
다 끝났다고 콜을 하고 12시가 다 되어 드디어 마취과 의사 왕림
내진을 해보더니 여전히 10%.. 4시간 짜리 무통주사와 함께 촉진제를 넣어주겠단다
아 그럼 저야 좋죠 ㅋㅋㅋ
척추에 무통주삿바늘 시술을 마치자마자 시원하게 약이 들어오고...
무통 약발이 돌기 시작하면서부터 이후의 시간에 나는 진통이란 걸 모름;;
한 시간 정도 푹 자고 일어나니, 진행이 너무 더딘 게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NST 그래프를 보며 진통에 맞춰 아래 힘을 주고
진통이 없는 동안은 부지런히 다리 스트레칭을 했다
3시 쯤 의사가 들어와 또 내진.. 이번엔 무려 60%!!! 만세!!!
길다란 관을 삽입해서 양수를 터뜨렸다
엄청난 양의 물이 빠져나가자 빵빵하던 배가 좀 작아진 듯 싶다?
그리고 또 내진과 힘주기 연습이 반복되는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다가..
기다리다 못한 오빠가 집에 가서 엄마를 모시고 왔다
하지만 ㅠㅠ 엄마는 분만대기실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해서 병원 로비에 방치
5시가 넘자 갑자기 왠 남정네가 들어오더니 분만실로 가잔다
정들었던 완소 무통주사와 인연을 끊고 오빠와도 헤어져.. 혼자 침대에 실린 채 이동
수술실처럼 생긴 -또는 그냥 수술실- 분만실에 혼자 오니 당황스럽다
분만 할 때 남편이 못 보는 거냐고 묻자, 분만하는 그 순간에 올 거란다
아니 니들이 그 순간을 어떻게 알고!!!
나는 산고의 클라이막스를 보여주고 추앙받고자 했단 말이다!
저들끼리 "얘는 스페인어 잘 못 해" 라고 수군댄다
태동기를 떼어내고 양다리를 묶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진통이 오면 힘을 주란다
근데 나는 막판에 조금 수치를 올린 에피듀럴 때문에 수축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
할 수 없이 matrona(=midwife/산파) 한 명이 내 배를 촉진하며 신호를 준다
"mas mas mas mas mas, sigue sigue sigue sigue"
근데 나는 내 힘이 어디로 들어가고 있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가 없고
그 와중에도 얼굴, 손, 이빨에는 힘을 주지 않는데 신경을 집중 할 뿐이다
결국 누군가 팔꿈치로 내 배를 깊게 눌러 쓸어내리는데,
"딱" 하고 왼쪽 갈비뼈가 튕겼다
(이 때 갈비뼈에 실금이라도 간 듯)
그렇게 힘을 두 번 더 주고나니 설명도 없이 흡입기를 준비한다
한 번 더 힘을 주는데! 갑자기 옆에 위생복을 입은 오빠가 나타났다
그리고 동시에 내 다리 사이에서 달곰이가 나타났다
아니.. 달곰이로 추정되는 뻘겋고 하얀 찐득찐득한 무언가가...
그렇게 2012년 9월 24일 15시 39분 반달곰 탄생
의사 한 명이 재빨리 탯줄을 끊고 (탯줄을 직접 끊겠냐고 물어보지도 않았었음)
달곰의 얼굴만 대충 닦아낸 채 앞섶을 풀어헤친 내 맨살에 달곰을 올려주었다
+_+
달곰과 오빠의 얼굴을 번갈아 돌아보면서 절로 흐느꼈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쭈글쭈글한 보라색 얼굴에 매우 더럽다고 하던데
달곰은 생각보다 뽀얗고 깨끗하고 완숙달걀같이 피부가 탱탱했다
이것이 완숙(40주)의 힘인가!!!
눈을 또렷이 뜨고 고개에 힘을 주며 주변을 둘러보는 예쁜 우리 딸의 첫 모습에
오빠도 나도 입을 딱 벌리고 홀린 듯 바라만 보았다
언제 나왔는지도 모르겠는 흉측한 태반과 피범벅 거즈들이 퇴장하고
의사 한 명만 혼자 남아 끙끙대며 회음부 봉합을 하고 있었다
무통빨이 다 되었는지, 아래가 묵직하고 아프다
20분 정도 후처치를 하고 -5바늘 정도 꿰맸다고- 다시 침대에 실려 대기실로 이동
오빠는 전등을 끄고 실내를 어둑어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 세 가족만의 오붓한 시간이...
이 포스트는 일주일이 지난 9월 30일에나 적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순간 순간이 너무 생생하다
자궁에 고인 피를 빼어내고 나와 달곰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3시간 남짓
우리는 대기실에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서로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우아하게 마친 출산이었지만
분만 후 대기실에서의 3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우리와 만나기 위해 힘든 여행을 했지만 아직 정신이 말똥말똥한 달곰이는
끊임없이 입을 옹알거리며 우리와 눈을 맞추고
나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젖을 물렸다 (공회전 했음 ㅋㅋ)
21 September, 2012
veinte y uno de septiembre
39W4D
예정일 전 마지막 체크업을 가는 발길이 가볍지 않았다
난 정말 이번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다구
이번 주 화요일까지 나를 괴롭혔던 배뭉침과 가진통이 수요일부터 싹 사라졌다
달곰이의 발은 여전히 갈비뼈에 닿고 아기 엉덩이는 배꼽 위에서 만져진다
이슬이라는 건 보이지 않고, 그 흔한 양수 파수 따위도 안 걸리고
엄마도 병원에 같이 가고 싶어하셨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 집에 계시라 하고
오빠만 대동하고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이라도 진행이 되어있다는 말이 듣고파서 (단 1층이지만ㅋ) 계단으로 올랐다
처음으로 태동기를 달아봤다
15분 정도 걸린다는 설명을 듣고 가만히 누워서 그래프가 찍히는 걸 보고있자니,
아.. contraction 수치가 30 이상 올라가질 않고 지평선 만큼 완만하다 ㅠ
달곰이의 심박동은 평균 135, 태동이 시작되면 150을 넘긴다
15분 간 약 4번 정도 심박동 150이 넘는 그래프가 찍혔다
태동대마왕께서도 막상 멍석을 깔아드리니 실력 발휘를 못하는구나 ㅋㅋ
휴가에서 돌아온 미모의 주치의 쌤이 모니터링룸에 들어와
그래프를 뜯어들고 자기 진료실로 따라오란다
들어가자마자 혈압과 체중을 재고 굴욕의자에 앉아 다짜고자 내진 시작 -_-
그래 난 오늘 내진 할 줄 알았어
자궁 수축이 하나도 없는 그래프를 보고 얼마나 한심했을까
내진은 아픈 거 같긴 한데, 그보다 왜 내진이 아픈건지 그게 더 궁금했다
무엇이 어디까지 진입하길래 아픈거지?
의사 표정이 밝지 않길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궁경부가 좀 열렸냐고 물었다
"Nope"
아.. 그렇군요...
배를 걷어올리고 초음파를 시작한다
달곰이는 열흘 만에 부쩍 자랐다
머리 크기는 아직 9.0cm가 안 되지만, 몸무게는 300g이나 늘어 2.9kg를 찍었다
의사는 아기가 거의 정상범주에 들어왔다며 좋은 거라 했지만,
난 그저 이래저래 멘붕 상태 ㅠ_ㅠ
자궁문이 하나도 안 열렸기 때문에 당장 출산 할 일은 없을 거라며
25일의 40W 검진에서 다시 보잔다
"앞으로 1주일 이내에 출산 할 가능성이 전혀 없나요?"
"It depends on your baby's mind"
자식 만큼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더니, 벌써부터 절절히 체험한다
예정일까지 소식이 없으면 유도분만을 예약해도 되냐고 물으니 그것도 안 된단다
적어도 10월 4일까지는 기다리라고...
한국에서 친정엄마가 오셔서 어쩌구 저쩌구 해도 요지부동
엄마보다 나와 아기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나
양수가 줄어들거나 태반 퇴화가 시작되었다면 유도를 잡겠지만,
아직 나의 자궁 환경은 너무나도 건!강!하단다
그 안에서 달곰이는 그저 신나게 놀고 있을 뿐이고
자궁문 안 열렸다면 무조건 유도를 잡는 한국과는 180도 다르구나
울적한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서며 인사를 하는데
차마 "hasta luego" 라던가 "see you next week" 라고 하고 싶지 않아서
(여긴 분만 시에 주치의가 봐주는 시스템이 아님)
"... bye" 라고 하고 나왔다 ㅋㅋㅋ
튼살크림은 정말 바닥을 보여서, 박박 긁어모아 겨우 겨우 바르고 있는데
39주에 들어서면서 윗배에까지 희미하게 임신선이 생기는 걸 보니
만삭 상태가 오래 가다보면 -아기는 계속 클테니까- 이제라도 튼살이 생길 수 있겠다
완벽에 가까운 임신 기간을 보냈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분만에 닥쳐서는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성질 급한 나로서는 갑갑하기도 하고, 남보기 좀 부끄럽달까
임신 기간 내내 열심히 운동하고 집안일 했던 게 억울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달곰이 '탓'은 아니니까 애꿎은 아기를 원망 할 수도 없고
엄마한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오빠한테 짜증을 부릴 수도 없고
내진혈이 조금씩 비치는 걸 보면서
오늘의 내진이 자궁문 열리는 데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18 September, 2012
diez y ocho de septiembre
운동 열심히 하고 많이 걸으면 일찍 출산한다는 건 진리가 아니었다
지난 주 화요일 엄마가 스페인으로 오신 후,
마드리드 시내 관광부터 세고비아와 톨레도로 당일치기 여행까지 다녀오느라
매일매일 못해도 5~6시간 씩 걸었는데!!!!!
걷는 동안 종종 배뭉침이 심하고 골반 통증도 많이 느꼈었는데..
일찍 만날 것 같았던 달곰이는 여전히 내 뱃속에서 꼼지락대며 놀고 있을 뿐이다
스페인에 처음 와보는 외할머니가 조금이라도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속 깊은 달곰이가 착한 손녀 노릇을 톡톡히 하려는 건지 ㅎㅎ
오늘은 2012 champs league RM vs ManCity 경기가 있는 날
일주일 전 부터 번개같은 클릭질로 좋은 자리의 티켓을 사둔 달곰 아빠는
애가 너무 일찍 나와 티켓(125유로)을 날릴까봐
대놓고 말은 못 해도 내심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당일에 진통이 와서 급히 병원에 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만 아니면
출산 후 입원 중이라면 경기를 보러 다녀오라고 하는데,
오빠는 나중에 두고두고 쌍욕 먹을 일이 있냐며 축구 경기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했다
그치만 나라고 속마음을 모를까
은혜로운 조추첨 덕분에 환상적인 빅매치를 저렴한 값에 볼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눈 앞에 두고 놓쳐도 울지 않을 축구팬이 세상 어디에 있느냔 말이다
그런데 달곰이도 그 마음을 아는가 보다
어젯밤 자려고 누웠을 때 부터 배뭉침이 심상치 않았다
한 번 뭉치면 그 지속 시간이 길고, 무엇보다도 생리통 마냥 허리가 아팠다
가진통의 징후 중에 생리통 같은 알싸한 통증이 있다고 익혀놔서
"아 드디어 제대로 된 가진통이 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자는 동안에도 간간히 허리 통증으로 잠이 깼다
느지막히 일어나서 점심 무렵까지는 배가 뭉칠 때 마다 X꼬가 묵직했다
여러 번 화장실에 가서 앉아봤지만 그냥 느낌이 그런 것일 뿐, 나오는 게 없다
배뭉침이 6~7분 간격으로 상당히 일정했지만
결정적으로 '아프다'라고 표현 할 만한 진통이 없었기 때문에
괜히 여러 사람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아무에게도 말을 안 했다
그냥 배가 뭉치고 뒤가 무거워질 때 마다 RELAX 호흡법을 연습했다
설마 이러다가 오늘 내로 진진통으로 연결되진 않겠지..
티켓을 미리 뽑아 놓으러 bernabeú로 운전하고 가면서도 배는 계속 뭉쳤다
저녁 때가 되어서는 배뭉침이 줄어들고 뒤가 처지는 느낌도 없어졌다
적어도 오늘 내론 비상상황이 생기지 않겠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오빠가 나가 있는 동안에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시작되면
경기 중에는 연락을 하지 않는 게 좋을지, 뭐 그런 고민도 쑥 들어갔다 ㅎㅎ
그래도 이젠 막바지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 유축기도 세척해뒀다
밤 10시 쯤 되니 다시 배뭉침이 -아주 일정하진 않지만- 6분 간격으로 생겨났다
내 몸이 슬슬 달곰이를 밀어내는 연습을 하나보다
달곰이도 좁은 데서 오래 참았지 ㅎㅎ 고생이 많았다
이제 아빠의 소원도 풀었으니 내일 이후로는 언제라도 소식이 있어도 좋다
요 며칠 동안 달곰이 소식을 궁금해하는 카톡을 많이 받아놔서,
이젠 나도 슬슬 페북에 출산 포스팅을 하고 싶단 말이다
...
보다는 이번 주 금요일에 있을 39W 검진을 가고 싶지 않아서 ㅠㅠ
태동 검사(fetal monitoring)까진 괜찮지만,
내진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 ㅠㅠㅠ
할머니와 아빠를 배려한 달곰이가 엄마도 한 번 위해주겠지...?
10 September, 2012
diez de septiembre
38W1D
원래 38주엔 정기검진이 없지만 -대체 왜?!?- 초음파가 잡혀 있었다
36주에 했던 정밀초음파의 추적조사
이번에 만난 의사는 영어를 못해서, 옆에 서 있던 레지던트가 대강 통역
그녀의 통역이나, 나의 스페인어가 비슷한 수준이라 어색돋는 시간이 계속 되었다
먹고 싶은대로 실컷 먹은 효과(?)가 있었을까,
달곰은 2주 만에 300g이 늘어서 드디어 2.6kg을 달성했다!
(근데 늘어난 나의 몸무게는 300g이 아니라는 게 문제)
이제는 나와도 안심할 수 있는 사이즈!
그래도 여전히 몸무게는 4주 적고, 머리 크기는 3주 적고, 다리 길이는 4일 적다
머리통 작고 날씬한 아가.. 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ㅎㅎ
여전히 초음파로 얼굴이 잘 잡히는 걸 보니 아직 골반으로 진입하지 않았나 보다
콧구멍과 두툼한 입술이 멀뚱히 보이더라고 ㅋㅋㅋ
어이없게 양수 속에서 흩날리는 머리카락까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적어도 달곰이는 대머리 아가는 아니라서 안심
다음 검진은 예약이 이상하게 되어서 39W4D나 되어야 볼 것 같다
그때는 드디어 내진을 하려나...
06 September, 2012
seis de septiembre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달곰이용 수레 풀셋이 도착했다
Stokke Xplory V3 - Navy
Stokke iZisleep by BeSafe - Beige
유모차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결국 스토케 고를 거였으면서 ㅋㅋ
사실 "스토케 너무 가지고 싶어! 최고로 좋아!"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좀 쉽게 사고 싶었다...
배송이나 AS가 확실한 가까운 백화점에서 편안하게.. 쉽게..
그리고 유모차 고르고 또 호환되는 카싯 찾아다니는 애로사항을 줄이기 위해서
한 브랜드에서 한꺼번에 사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덕분에 카싯에 돈이 좀 많이 들어간 셈이 되었지만;)
구입은 8월 16일에 했고 배송 예정일이 오늘이었다
지난 번에 받은 스토케 크립은 오전 중에 왔었는데, 이번엔 2시가 되도록 소식이 없다
슬슬 불안해지면서.. '배송 예정일' 따위를 순진하게 믿은 나를 탓하며
el corte inglés sanchinarro에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지만
아기용품 코너에서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ㅠ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스페인 애들을 믿는 게 아니었어..
라고 자책하며 방에서 나오는데 누가 초인종을 눌렀다!!!!!!!!!!!!!
(나 못지 않게 오매불망 기다리던) 오빠와 택배스텝을 밟으며 현관으로 돌진
위엄이 넘치는 거대한 상자 두 개를 인도 받았다
예전부터 스토케는 네이비 컬러가 진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햇빛이 작열하는 스페인에서 블랙이나 네이비는 고문 기구처럼 보이더라
그래서 베이지로 사는 게 나을까 마음이 흔들흔들
올 해(2012) 한정 색상은 혜민스님이 동자승 태워 다녀야 할 것 같고
새롭게 추가된 브라운 컬러는 그야말로 칙칙하고 탁해서 보자마자 정 떨어졌다
결국 네이비 오너인 A양의 강력한 서포트에 힘입어 마음을 정하고
유모차도 네이비, 카싯도 네이비로 계약을 했다
그런데...
유모차 시트에 비해서 카싯은 훨씬 더 묵직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후드까지 시커먼쓰인게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더워 보이는 거다
결국 오빠는 카싯 만큼은 베이지 컬러로 하자고 주장했고,
결국 이틀 후에 다시 매장에 찾아가서 주문 변경을 넣었다
네이비 본체에 베이지 카싯을 장착한다면 좀 이상할 듯도 싶겠지만..
사실 iZisleep의 바디는 모두 네이비 컬러이고 후드만 색이 다르다
그래서 이렇게 나왔음 ㅋㅋㅋ
상하체 모두 새까만 오리지널 세트보단 이 편이 더 나은 것 같다
우선 유모차 시트보다 카싯이 원체 육중하고 간지나서 ㅋㅋ
카싯 정말 무겁다
인펀트 카싯은 '아기 바구니' 기능이 있어서 좋은건데,
이건 뭐 아기가 없어도 내 팔힘으로는 들기가 버거우니 달곰 태웠다간 =_=
하긴 내가 들어본 인펀트 카싯들은 대부분 다 무거웠던 것 같다
한 손으로 번쩍 들고 휭휭 흔들면서 다닐 수 있는 건 양키 언니들 뿐 일 듯
아마도 이 놈이 현존하는 인펀트 카싯 중에 제일 비싸지 않을까 싶다...
가격 : 299유로
9월에 소비세 오르면서 306유로로 인상됐다
(아직 미국이나 한국에서 런칭을 안 해서 가격 비교를 못 하겠네)
12개월 또는 13kg까지 태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돌까지 쭉 태우기엔 좀 작을 듯
인펀트 카싯 사는 게 돈 아깝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유모차보다는 카싯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0세부터 주니어 카싯까지 커버하는 모델들이 인기인가본데
대체 카싯 하나로 몇 년을 태우겠다는건지 이해불가;
패브릭이 더러워지고 닳는데다가 플라스틱 부품도 시간이 지나면 삭는다
인펀트 카싯 > 컨버터블 카싯 > 부스터싯 으로 옮겨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
iZisleep이 다른 카싯에 비해 단품 가격이 높은 건 맞지만,
대신 이 놈은 Xplory 프레임에 장착 할 때 어댑터가 필요 없다
어댑터 하나에 40~50유로는 하니까 그걸 감안하면
맥시코시의 카브리오픽스나 싸이벡스 아톤(209유로)과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170도 이상 눕혀지는 sleeping position이 가능해서
유모차 시트 없이도 오랜 시간 아기를 데리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한국 나갈 때는 프레임과 카싯만 가지고 나갈 생각 ㅋㅋ
활용도 끝내주지 ㅋㅋㅋ
나 애기 때 사진 보면 aprica의 매우 휴대용스러운 유모차에 덜렁 앉아있던데
허리도 잘 못 가누는 아기가 그거 타다 '뇌흔들림증후군' 와서
지금 이렇게 산만한건가? ㅋㅋㅋㅋㅋ
그 당시에는 코끼리귀 쿠션도 없고 서스펜션 따지는 디럭스 유모차도 없었지만
뇌가 흔들려서 지금 고생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요즘 아기들은 호강을 넘어 과잉보호를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쿠션에 디럭스 유모차까지 장만한 장본인이지만, 괜히 복잡한 마음이 든다
04 September, 2012
cuatro de septiembre
37W2D
이번 주에는 OB/GYN에서의 검진은 없고
(막달에는 매주 보는 게 보편적인데 이 병원은 36, 39, 40주에만 검진이 있다)
anestesiologia, 즉 마취과 상담이 잡혀 있었다
지난 주에 한 'cultivo vagino / rectal' 과 함께 무엇 때문에 하는지 알 수 없는...
한국 웹의 임신 막달 검사 후기를 아무리 뒤져봐도 마취과 상담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갔다 ㅎㅎㅎ
우선 심전도실에서 검사를 했다
간호사가 그래프 찍힌 종이 한 장을 주면서 anestesista에게 가란다
아... 간호사나 의사나 둘 다 영어를 못 한다 ㅠ.ㅠ
마취과 의사는 3rd trimester 혈액/소변 검사 결과와 심전도 그래프를 살펴본 뒤
이것 저것 문진을 시작했다
스페인어를 잘 못 한다고 했더니 아주 천천히 말해줬다 ㅋ
뻔한 내용 - 알러지가 있는지, 흡연자인지, 수술 경력이 있는지 등등 - 이라
대충 알아듣고 "SI o NO" 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입 한 번 벌려보라 하고, 동공 반사 확인하고 혈압이랑 체중을 잰 뒤,
중얼 중얼 한 페이지가 꽉 차게 뭐라고 써 있는 종이를 주며 싸인을 하란다
자연분만 시에 epidural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란다
지금 미리 싸인을 해놓고, 분만 시에 보호자가 가지고 있으면
원한다면 언제라도 시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원한다면 언제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자궁문이 몇 센티 이상 열리면 시술 안해준다고 하니
여기서는 그런 기준은 없단다
분만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진통 중에 어느 때든 무통을 맞을 수 있다고 한다
얼쑤- 이렇게 좋을 수가 ㅋㅋㅋㅋㅋ
"니네 나라 방식이 훨씬 좋다" 라고 하니 ㅎㅎ 웃더라
02 September, 2012
dos de septiembre
9월의 시작은 빨래, 또 빨래와 함께
나는 유난히 깔끔하거나 결벽증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아기 입힐 것이라고 해도 일일이 손빨래 하진 않고, 주로 세탁기를 애용하고 있다 :)
손빨래를 해야 하는 것들은 한국에서 사온 B&B 세탁비누를 쓰고
세탁기에는 sonett의 울샴푸와 액상세제를 사용한다
우리집 세탁기가 갖가지 성능을 가진 최신식 트롬 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니트/손빨래 코스나 90도 삶기 코스가 있어서 별로 아쉽지는 않다
(공용 세탁실을 쓰던 필리에서의 아파트에 비하면 지금은.. ㅎㅎ)
밤부베베에서 구입한 총 25장의 거즈 손수건은
일일이 손빨래를 하자니 갯수가 너무 많아 고민 할 것 없이 세탁기에 돌렸다
삶지 말라고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뜨뜻한 물에 빨아야 세제가 남지 않을 것 같아
물 온도를 80~90도로 맞췄더니...
완전 쪼글쪼글, 네 귀퉁이부터 쪼그라들어버렸다 o_O
게다가 처음처럼 보드랍지도 않아
비싸게 주고 산 손수건을 완전 망쳐버린 셈이 되었다
하나씩 다림질을 해서 쪼그라든 걸 펴고 햇빛에 오래 말렸더니 조금 나아졌다
엘리펀트이어스 블랭킷과 귀베개는
밤부베베 무형광 세탁망 특대 사이즈에 넣어 세탁기 손빨래 코스로 모셨다
물 온도는 주의사항에 쓰여 있는대로 찬물로
틑어지거나 (귀베개의) 솜이 비어져 나오는 것 없이 잘 빨리긴 했는데
블랭킷은 약간 색이 바랜듯한 느낌? 좀 덜 선명해졌다
연한 색이라면 티가 안 날텐데, -내껀 birds of norway- 뭐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스와들의 스트롤러 블랭킷은
행여나 공단 바이어스 처리 된 것에 흠이 갈까봐 세탁망에 넣어 단독 세탁
30도로 맞춰 손빨래 코스를 돌렸다
공단 부분이 진한 네이비색이라 물빠짐이 있을 줄 알았는데 괜찮은 듯
새 제품에 비해 털이 약간 버성해졌지만 촉감은 다르지 않다
'망할' 아덴아나이스 속싸개 4장은
털이 무지 날린다던가 먼지가 엄청나게 빠진다길래 찬물로 손세탁
커다란 속싸개 4장을 손빨래 하는 건 정말 죽을 맛이었다
헹구고 또 헹궈도 자꾸 거품이 나서 이틀에 걸쳐 12번 정도 더 찬물로 헹군 듯
세탁하고 나서 털지 말라고 해서 그대로 펴서 말렸더니 먼지 날림은 없다
밤부라인으로 3장 더 사려고 했었는데, 그럴 일은 없을 거임
반면 아덴아나이스 버피빕들은
가장자리가 바이어스 처리가 되어 있어 좀 더 튼튼할 거란 생각에
울샴푸를 사용해서 찬물 손빨래 코스를 돌렸다
약간 줄어든 것도 같지만 촉감은 그대로!
배냇저고리 3장과 new-born 사이즈 바디수트 3장은
달곰이의 첫 옷가지라는 이유로 귀빈 대접을 받아 손빨래의 은혜를 입으셨다
사실.. 배냇저고리 값이 너무 비싸서 혹시나 망가질까봐 ㅠ_ㅠ
배냇을 전부 여름아가용으로 샀더니 너무 얇고 하늘하늘해서
아무리 손빨래 코스라도 세탁기를 돌리면 뒤틀리고 끈이 떨어질 것 같았다
이것도 8~9번은 헹궈냈다
미국에서 온 (끔찍한) 정체불명의 옷들은
고민할 것도 없이 우루루 세탁기 손빨래 코스(30도)로 들어갔다
carters보다 못한 듣보잡 브랜드 일색이라 망가져도 아쉬울 것도 없고
밤부베베 미니 방수요는 무조건 손빨래를 해야 한다
세탁기를 돌리면 방수 기능이 망가진다고 하네?
물을 머금으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재질이라 손목과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이걸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손빨래 할 생각을 하니 눙무리...
물론 출산 후에 손빨래는 다 오빠 몫이지만 ㅋ
스토케 크립 매트리스 커버와 좁쌀베개 커버는 세탁기 일반코스
내가 산 매트리스 커버는 방수가 아닌데, 10유로 더 비싼 방수재질도 있더라
근데 그것도 방수요 마냥 손빨래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렇다면 차라리 매트리스 커버 아래에 비닐을 깔겠다...
sock monkey 니트 인형은
엘리펀트이어스 세트와 함께 세탁기 손빨래 코스로 목욕을 했다
원형 입체 세탁망에 넣었더니 눌리지 않고 잘 빨렸더라
미국에서 블라블라 인형이 도착하면 똑같은 방법으로 빨면 될 것 같다
트럼펫 아기양말들은
세탁기에 돌리면 보풀이 잘 생긴다고 하길래 또 죽어라 울샴푸 풀어 손으로 빨았다
그래도 워낙 작은 양말이라 손빨래 중엔 이게 제일 쉬웠음
이제 남은 것은 달곰이의 니트 의류들
대부분 bonpoint이나 normandie의 값비싼 가디건과 수트, 타이즈 들이라서
하나씩 손으로 조물조물 빠는 수 밖에 없다
태어나자마자 당장 입을 사이즈가 아니긴 하지만,
출산 후에 손빨래 할 자신이 없어 '아직 사지가 멀쩡할 때' 미리 빨아둬야 할 것 같다
29 August, 2012
veinte y nueve de agosto
36W3D check-up
그동안 나를 봐주던 dra. laura blasco 님하는 장장 2개월에 걸친 휴가를 떠나고
오늘은 dra. blanca paredes ros 라는 새로운 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와우 이 언니.. 외모는 마리옹 꼬띠아르, 영어는 laura보다 잘 한다
우리 얼굴을 보자마자 대뜸 "hablan inglés?" 라고 물어줘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오늘은 'cultivo vagino / rectal'이라고...
질과 직장 내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샘플을 채취했다
말 그대로 질과 항문에 긴 면봉을 넣어서... ㅠ_ㅠ
양수가 미리 터지거나 아기가 산도를 통과 할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기서는 필수로 하는 검사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질초음파를 사용해 자궁경부의 길이를 쟀다
임신 중기부터 배뭉침이 워낙 심하고 요즘은 가진통까지 와서 내심 걱정했는데
... 역시 무척이나 정상 ㅋㅋㅋ
아무래도 full term을 채울 것 같단다 ㅋㅋ (1주 정도는 빨리 나왔음 좋겠는데!)
배초음파로 달곰이의 신체 측정
BPD 84.9mm (34W2D)
AC 283.4mm (32W2D)
FL 68.8mm (35W2D)
EFW 2251g
2주 전에 비해서 애 몸무게가 별로 늘지 않았다...
머리 둘레는 작고 다리는 정상인 건 매우 바람직하지만.. 애가 너무 날씬하네;
심박 정상이고 태반의 위치도 좋고 태동도 좋긴 하지만,
아기의 몸무게가 늘지 않는 원인이 태반과 탯줄에 있을 수 있으니
당장 내일 정밀초음파로 확인을 해보자고 한다
그래서 내일 아침 8시 반 까지 또 병원에 가야 함 ㅠ.ㅠ 귀찮아라
달곰이 이 녀석 태동이 유난스럽긴 한데, 너무 움직여서 살이 안 찌는 걸까
내 체중관리는 잠시 접고, 우선 좀 잘 먹어야겠다
지난 주에 실시한 3rd trimester blood/urine test 결과지를 보니
토탈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고(읭?),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다
한국에서는 빈혈이라고 철분제를 처방하고 철분주사를 놔주고 난리를 칠텐데
여기 의사들은 역시 쿨해 -_- 언급도 안 하더라능
한국에서 사온 볼그레를 매일매일 열심히 먹어야겠다
출산을 앞두고 궁금했던 것들을 영어와 스페인어로 장황하게 적어갔더니
친절하고 아름다운 선생님이 직접 읽어보며 답변을 해줬다
(말 안 통한다고 꾹 참는 것 보다는 이렇게 원시적으로나마 적극적으로 물어봐야 함)
•내진이나 태동검사는 언제? 38W
•입원실은 모두 1인실이며, 자연분만은 분만 후 48시간 / 제왕절개는 4~5일 입원
•입원실에서 면회가 가능한가? 24시간 보호자가 상주할 수 있음
•개인 음식물 반입 가능
•아기는 어디에? 기본적으로 모자동실, 처치가 필요할 때는 new born unit으로 옮김
•출산 후 곧장 모유수유를 시도하도록 권장
•회음부 절개 여부? 필요한 경우에 시행
•무통분만? 진통 단계와 상관 없이 원하는 대로 시술해줌
•제왕절개 시? 하반신마취를 원칙으로 함
•조기파수의 경우에는 곧장 ER로 가서 입원 수속
•진통 간격이 얼마나 되어야 병원으로 가나? 4~5 min
•분만실에는 배우자만 출입 가능
•입원 시 필요한 서류? sanitas 보험카드와 여권 및 NIE
•아기의 출생증명서를 발급하기는 하지만 이름이 필요하지 않음
•입원 준비물?
산모 : 갈아입을 속옷, 보온을 위한 가디건이나 가운, 슬리퍼
아기 : 신생아 바디수트, 파자마, 거즈수건, 손싸개, 머리빗, 물티슈 등
퇴원 : 카시트, 아기띠, 겉싸개, 신생아 모자 등
검진을 모두 마치고 오빠랑 입원병동을 살짝 둘러봤는데,
호텔처럼 긴 복도에 문이 좌르륵 - 매우 깨끗하고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자기 입원실에서 자유롭게(?) 진통에 맞서다 출산이 임박하면 분만실로 옮기는데,
내가 분만실에 가 있는 동안 엄마는 내 입원실에서 쉴 수 있다고 하니
이런 시스템은 한국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그 동안 궁금했던 것도 해소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네 :)
27 August, 2012
veinte y siete de agosto
오빠와 나의 NIE가 9월 5일이면 만료가 되기 때문에
요즘 틈 나는 대로 거주증 갱신을 위한 서류 준비에 발품을 팔고 있다
스페인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과 NIE 최초 발급 때와 마찬가지로,
거주증 갱신에도 repatriación 항목을 포함하는 건강보험이 무조건 필요하다
이번에 오빠는 assist-card를 버리고 sanitas에 가입했고,
나는 기존에 사용하던 sanitas를 유지한 채 assist-card 보험을 1년 연장했다
오빠가 가입한 상품은 IE international students를 위한 폴리시이기 때문에
repatriación -스페인 to 한국 송환- 항목을 추가 할 수 있다
이 기분 나쁜 항목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월 49유로+택스, 포함하면 61유로+택스
반면에 내가 가지고 있는 'mas 90'이라는 폴리시는
스페인 국내 체류자를 위한 것이라 repatriación을 추가 할 수 없고,
그래서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assist-card를 연장해야 했다
곧 태어나는 달곰이의 보험 가입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알아보아야 할 게 무척 많았고 그 중에 중요한 건 까먹지 않도록 정리해두어야겠다
a.
내가 가지고 있는 sanitas의 'mas 90'은 기본적인 신생아 케어와 함께
태어나는 순간 발견되는 선천적 질병의 응급 치료를 커버한다
하지만 생후 15일 이내로 아기 명의의 sanitas를 가입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더 이상 sanitas medical network를 사용 할 수 없다
즉, 내가 쭉 la moraleja hospital에 달곰이의 예방접종과 진료를 맡기고 싶다면
생후 15일 이내에 달곰이 앞으로 sanitas 보험을 들어줘야 하는 것
b.
아이는 -몇 살 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사보험에 가입 할 수 없다
반드시 부모 중 1명이 해당 보험사에 가입이 되어 있어야지만,
그 dependant로서 가입이 가능하다
나는 올 12월이 지나면 내 sanitas를 해지할 예정이기 때문에
달곰이를 커버하기 위해서 오빠라도 sanitas 보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공보험도 마찬가지
우리 부부가 공보험 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달곰이는 공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c.
달곰이는 스페인 내에서 태어나긴 하지만 엄연히 대한민국 국적자라,
한국 출생신고를 마치는 대로 외국인 학생(과 그 가족)을 위한 거주증을 신청해야 한다
달곰이의 NIE 발급을 위해 필요한 서류 항목에도
역시나! repatriación을 포함하는 건강보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달곰이 역시 오빠를 따라 IE 학생 프로그램에 가입을 시킬 예정이다
아기라고 하더라도 금액은 동일 ㅠ_ㅠ
d.
작년에 내가 sanitas에 가입을 할 때도, 이번에 오빠 건을 처리 할 때도
c/ velazquez 95에 있는 오피스를 방문했는데
현재 여기엔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딱 한 명 있다;;;
그나마 그 여직원이 휴가를 가버려서 ㅠ.ㅠ 이번에는 구글번역기의 도움을 받았네
일반적인 문의사항은 902 400 232 로 전화를 거는 게 낫다
영어로 상담을 받아주는 커스터머서비스 라인임
26 August, 2012
veinte y seis de agosto
오늘은 el corte inglés goya 지점에 가서 유축기를 사왔다
드디어 "젖 짜는 여자에의 길"로 들어서는구나 ㅎㅎㅎ
내가 구입한 것은 phillips avent의 전동/수동 유축기와 via(240ml) 용기 10개 세트
모두 10%씩 할인을 받아 총 125유로에 구입했다
애초에 주변의 추천을 받았던 제품은 medela swing 이었다
그런데 백화점에 가보니 아벤트 제품들은 10% 세일을 하는 반면에
메델라는 세일도 없고 정가 175유로로 아벤트(120유로)보다 훨씬 비쌌다
당시에는 아벤트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우선 후퇴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메델라에 비해 특별히 나쁠 게 없어 보였다
아벤트에서 나온 보틀워머를 중고로 - 무려 5유로에 - 득템해놓아서,
같은 회사 유축기와 via라는 다목적 용기를 구입하면 전부 호환이 되겠더라
(귀여운 디자인의 suavinex 젖병에 끼워 쓸 셈으로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젖꼭지를
몇 개 사왔는데, 아벤트 젖병에도 맞는다고 하니 일석이조!!!)
그래서 며칠 후 다시 백화점을 찾았더니, 전동 유축기가 품절이라는 거다 ㅠ_ㅠ
언제 다시 들어오냐고 물어도 "잘 모르겠다" 는 대답 뿐...
(이 나라 점원들은 참 모르는 게 많다)
재고가 있는지 찾아 줄 생각은 없고 뜬금없는 chicco 따위를 추천하질 않나
아기용품 코너의 세일은 8월 31일까지니까
그 전에 다른 지점에 들릴 일이 있겠지 싶어서 다시 후퇴
그리고 오늘에서야 시내 나간 김에 goya에 들러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via 는 180ml(6oz)와 240ml(8oz) 두 가지 사이즈가 나오는데
180ml 짜리는 용기와 뚜껑이 한 박스 안에 10개 씩 들어있고,
240ml 짜리는 용기와 뚜껑을 10개 씩 따로 팔고 있었다
자질구레하게 나눠진 걸 귀찮아하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180ml 세트를 집었는데
오빠가 이왕에 사는 거 조금 큰 게 활용도가 낫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또 깊이 생각하지 않고 240ml 용기 10개와 뚜껑 10개를 구입했다
그런데 왠걸!
집에 와서 뜯어보니 유축기에 연결하는 어댑터가 안 보이는 거다
어댑터는 180ml 짜리 세트 박스에만 2개 씩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댑터만 따로 팔지 않고 ㅡ_ㅡ
유축기에 연결해서 사용하려고 구입한 건데 이런 낭패가 있나
교환하러 나가는 것도 일이지만, 180ml는 좀 작아서 그냥 240ml로 쓰고 싶은데...
라며 또 폭풍 검색!!!
우리나라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을테니까!!!
그럼 그렇지, 우리나라에는 없는 게 없다
국산브랜드인 베베락의 이유식 용기가 via와 사이즈가 동일해서
베베락에서 파는 어댑터를 구입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반가운 후기를 발견한 것이다
그 길로 베베락 쇼핑몰에 접속해서 어댑터 두 개를 친정으로 배송시켰다
가격도 착하지, 하나에 2000원 꼴
(엄마는 영문도 모르고 계속 내 이름으로 된 택배를 받고 있겠지 ㅋ)
이제 한국어로 된 유축기 사용설명서를 구하면 된다
아벤트가 영국 회사라 영문 설명서가 들어있긴 한데,
영 읽기가 귀찮아서 말이지 =_=
24 August, 2012
veinte y cuatro de agosto
스페인에 돌아오자마자 (지난 6월에 계약해뒀던) stokke 크립을 배송 받았다
백화점에 문의하니 주문해서 받기까지 기본 1달 이상 걸린다고 하길래,
한국에 들어가기 직전에 미리 구입을 하고 백화점에서 보관을 하고 있다가
내가 원하는 날짜에 배달 받는 걸로 계약을 했었지롱 ㅎㅎ
덕분에 제품은 일찍 받을 수 있었지만,
막상 받고보니 박스가 너무 커서 집 안에 두기가 곤란한거다 ㅠ
더군다나 박스는 왜 이렇게 더러운지.. 노르웨이에서부터 제 발로 걸어 온 것 같은!!!
부품 확인만 대충 마치고 박스 째 현관에 내버려 둔 지 2주 만에
오빠가 두 팔 걷어붙이고 -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 조립에 나섰다
(*여기나 바람의 근원은 오늘 장만한 버버리 프로섬 트렌치코트 인 듯 싶다)
한국에서 스토케 크립을 사면 기사가 와서 조립까지 해준다던데..
그런 럭셔리한 서비스 따위는 잊고 지낸지 오래 됐다
결국 10만원 짜리 ikea 가구를 사나, 100만원 짜리 고급 가구를 사나
직접 한 손에는 설명서 한 손에는 연장을 들고 조립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니
오빠는 비싼 거 사고 이게 왠 고생이냐며 투덜투덜-
(참고로 스페인에서 stokke sleepi basic 가격은 640유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품끼리 유격이 잘 맞지 않았다
스크류가 들어가는 구멍들의 위치가 조금씩 어긋난다
이건 분명 제품의 문제이지, 우리 부부의 조립 실력이 거지같은 게 아니다
우리가 그 동안 조립하고 뜯어낸 ikea 가구가 몇 십개인데..
급히 네이년 검색을 해보니 "조립이 엄청 간단하고" "무척 쉬워요" "빠른 조립"
이런 초 긍정적인 홍보성 후기 밖에 없더라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은 직접 조립했던 게 아니잖아!! 기사 찬스가 있었잖아!!
스토케 크립을 사서 사용 중인 S언니(미국 거주)에게 급히 카톡을 보냈다
"이거 왤케 짝이 안 맞아요? 심지어 브레이크도 안 걸려"
"완전 안 맞지? ㅋㅋㅋ 우리 남편도 입에 욕을 달고 조립했어"
휴- 우리 것만 불량이었던 건 아니구나
비틀고 당겨서 겨우 조립을 마쳤다
백화점 매장에서 봤을 때 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하긴 아무리 아기 것이라고 해도, 아기 침대도 침대니까 클 수 밖에
그러나 좁은 우리집 베드룸은 사람 하나 지나다닐 틈도 없이 꽉 차버렸다
밤중 수유를 편하게 하고 아기 옆에 누워 자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
사이드 펜스 하나를 열어 내 침대에 붙여놓았는데,
내가 침대에서 오르내리는 공간 따위는 없는 거다 ㅠ.ㅠ
정말 작은 사람 달곰이 하나를 위해서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어마어마하구나
S언니는 크립 정말 안 쓰게 된다며 돈값 못 한다고 했지만,
크립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우리는 달곰이가 잘 적응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싫어한다면.. 어쩌면 엉덩이 한 대 때릴지도 몰라!
19 August, 2012
diez y nueve de agosto
오빠네 학교 앞 스타벅스에 나와있다
이번 주말 내내 덥다고 하더니,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런데도 별다방 안에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놨다
따뜻한 카라멜마키아또에 딸기 머핀을 시켜놓고 그저 느긋하다
여기서 일하는 애들은 영어를 곧잘 하는 편인데도,
주문 할 때 왠지 스페인어로 해야만 할 것 같은.. 영어로 해도 충분히 친절한데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스페인 완전 구려" 라는 말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사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받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갈 때 마다..
그런데 오히려 다시 돌아와서야 스페인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 엄청 그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ㅋㅋㅋ
(굳이 그리운 게 있다면.. 역시나 온갖 빵집과 짜장면 정도? ㅋㅋㅋ)
마드리드에 대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심했던지,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스페인 욕을 했던 게 좀 무안해진다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사는 곳인데 부정적인 이야기만 잔뜩 날리고 왔으니..
비록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내 얼굴에 침 뱉은 기분
막상 와보니 날씨도 좋고 한국에 비해 특별히 불편한 걸 모르겠다
부모님과 지내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게 많은데,
온전한 자유와 독립을 되찾으니 이렇게 홀가분 할 줄이야 ㅋㅋ
날씨가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
매일같이 화창하지만 습하지 않다는 건 날씨가 가진 최고의 축복이다
햇빛은 강렬하지만 그늘에 서면 선선하고, 밤바람은 에어컨보다도 낫다
안방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자면 절로 쾌면이 몰려온다
여전히 시켜먹을 곳 없고, 간단한 외식거리 없고, 커피숍도 스타벅스 뿐이지만
날씨 하나 때문에라도 '여름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 여름엔 너무 고생했다고...
막달을 스페인에서 지내게 된 건 천만다행인 듯 싶다
(대신 너무 건조해서 배가 쉽게 틀까.. 그게 좀 걱정이랄까)
우리집 역시 너무 마음에 든다
역시 좁긴 - 하긴 뭐 그 사이에 갑자기 면적이 늘어날 리가; - 엄청나게 좁지만,
높은 천장과 두꺼운 벽 덕분에 하루종일 서늘하다
온도만 맞춰놓으면 자동으로 on/off를 반복하는 에어컨 역시 잘 돌아간다
비록 너무 좁아서(ㅠㅠ) 달곰이 물건이 여전히 산처럼 쌓여있지만..
우리에겐 ikea가 있으니까.. 수납공간은 천천히 고민해봐야지
작년에는 여름이 막 지나갈 무렵에 들어와서 여름 과일 구경을 못 했는데,
스페인 수박이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
sandia negra 라는 흑피 수박을 샀는데 껍질이 얇고 씨가 없다
속살은 새빨갛다 못해 체리빛 +_+ 정말 달고 시원하다
요즘은 수박과 함께 paraguayo 라고 부르는 '납작 복숭아'에 올인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선 당연히 남미 출신 쯤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이없게도 중국 품종이란다.. 한국에선 본 적도 없는데?!?
황도와 백도 사이, 분명 털복숭아 종족이긴 한데 과육이 흐물거리지 않고 쫀쫀하다
신맛이나 물맛이 전혀 없이 복숭아맛 주스를 굳혀놓은 것만 같아서
물컹거리는 백도를 좋아하지 않는 오빠도 잘 먹는다
참,
lubina라고 부르는 작은 농어(?)를 para fillete로 손질해서 팔길래
밑져야 본전으로 사다가 오븐에 소금구이를 해봤는데 놀랍게 맛있었다
고등어 철이 끝나서 구워먹을 생선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런 촉촉한 흰살 생선이 있을 줄이야 - 농어 철 끝나기 전에 더 사다 먹어야지
18 August, 2012
diez y ocho de agosto
도착 5일 째, 주말이 되어서야 랩탑 만질 시간이 난다
여전히 집 안 곳곳에 갓 이사 온 집 마냥 박스와 쇼핑백, 포장재가 굴러다니고
5일 동안 바닥 청소는 겨우겨우 3번, 화장실 청소는 0번;;;
a.
새벽 7시 되어 집에 도착해서 오전 내내 쉬고 짐을 풀었다
해외 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액젓, 매실원액, 간장 따위를 공수해왔는데
다행히 (유자차가 조금 샌 것 만 빼면) 터진 것 없이 무사하다
32kg 가방을 두 개나 실을 수 있었는데 막상 모든 가방이 23kg를 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생생야끼우동이라던가, 빵 같은 걸 실컷 넣어 올 것을..
달곰이 물건 챙기는데 정신없어 우리 먹을 게 너무 없는 게 아쉬워 죽겠다
b.
el corte inglés sanchinarro에 들러 달곰이 침대 배달 예약을 하고
내친 김에 유모차와 카시트까지 구입을 했다
9월 1일부터 스페인 국내 소비세가 확 오르기 때문에 미리 사는 게 이득
유모차가 929유로, 카시트가 299유로
물론 특별히 할인이나 사은품 따위는 없다
20유로 짜리 장난감을 사나, 1000유로 넘는 비싼 걸 사나 푸대접은 마찬가지
이럴 때는 '고객이 왕'인 것만 같은 한국 백화점이 무척 아쉽다
유모차와 카시트는 3주 뒤에 배달 올 예정
c.
34W 체크업을 하러 가보니 일주일 만에 달곰이는 다시 정상위가 되어있었다
앞으로도 몇 번을 더 뱅뱅 돌지 모르는 일이다
어이없게도 주치의 dra. blasco는 8월 말 부터 10월 말 까지
무려 두 달!!! 동안 휴가를 가기 때문에 출산까지 나를 봐줄 수 없단다
그래서 난... 누군지도 모르는 왠 남자 의사에게 인계가 되어버렸다 ㅠ
이왕에 바뀐 거, 영어 잘 하고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면 좋겠는데
막달 다 되어 일이 좀 복잡해졌는데
제발 달곰이가 변덕을 부려 돌발상황(e.g. 수술)이 일어나지 않기를...
d.
stokke sleepi가 도착했다
하얗고 예쁜 침대..는 커녕 본품 상자가 어찌나 더러운지
배달 받자마자 현관에 두고나선 손을 대거나 옮길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방문이 좁아 거실에서 조립을 하면 방으로 옮길 수가 없고 (바퀴도 있는데!)
안방에는 조립 할 공간이 남질 않고 0_0
아무래도 더러운 상자에 넣어 둔 채 2~3주는 더 버텨야지 싶다
매트리스만 꺼내서 햇볕에 널어두고 커버 세탁 중
e.
las rozas village outlet의 bonpoint 매장에서 달곰이 옷을 몇 벌 질렀다
당초 계획은 petit bateau에서 당장 입힐 바디수트와 우주복을 사는 것이었는데
라인 별로 사이즈가 제각각이라 미리 사는 건 포기
달곰이 나오면 함께 외출해서 직접 맞춰보고 사야할 듯 싶다
(갓난쟁이도.. 쇼핑 외출 할 수 있겠지?)
그래놓고 bonpoint에서는 6개월 이후에나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사버렸다
"가격이 너~무 착해서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라고 변명해야지
f.
스페인의 여름 세일 기간은 이미 끝났나보다
나름 기대를 하고 시내에 나갔는데 노리고 있던 COS나 zara home에는
'rebajas'라는 푯말을 커녕, 세일의 흔적 조차 없었다
그나마 오빠만 scalpers의 세일 끝물에 남아있던 에스빠드류 로퍼를 하나 건졌다
comptoir des cotonniers에 70%가 붙어있긴 하던데
지금 내 몸에는 어떤 옷도 들어가질 않으니 입어보고 살 수가 없잖아 ㅠ_ㅠ
g.
한 달 동안 텅텅 비어있던 냉장고를 채우는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집에서 매 끼니 해먹을 음식이 마땋찮은데,
한국에서 뱃고래를 늘려둔 오빠는 펭귄 새끼 마냥 먹을 것을 찾는다
기껏 찌워온 살이 빠지지 않게 많이 먹이고는 싶은데.. 뭘 먹이냔 말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고려해야하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에
우유도 semidesnatada로 사고 새우나 고기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그랬더니 살 게 엄썽!!! 마트를 100바퀴 돌아도 카트가 텅텅 빈다구!!!
12 August, 2012
doce de agosto
마지막 날 짐싸기에 돌입
이번에는 역대 최고의 수하물 용량 혜택(?!)을 받고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내 몫으로 32kg 두 개, 10kg 하나, 그리고 기내용 캐리어
오빠 몫으로 23kg 두 개와 기내용 캐리어
오롯이 달곰이 물건만 잔뜩 들어간 32kg 짜리 이민가방들은 정리가 대강 끝났지만
막상 내 옷, 내 물건을 싸는 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당연하게... 하기가 싫은거야
스페인으로 돌아갈 마음이 안 드는거지
'화장품, 가방, 주얼리 정리가 대강 끝나야 남은 옷을 때려넣을텐데...'
라며 머리는 생각하지만 몸은 선풍기 앞에 바싹 붙어있을 뿐이다
살인폭염이 끝나며 기온은 좀 내려갔지만 장대비가 내리면서 습도는 더 높아졌다
달곰이 머리는 여전히 배꼽 옆에서 만져지고
팔을 올리고 있는건지 갈비뼈 밑이 묵직해서 허리를 숙이는 게 너무 어렵다
짐을 싸려면 수백 번 앉았다 일어났다, 허리를 숙였다 들었다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딸래미가 협조를 안 할 줄이야 ㅠ_ㅠ
자잘하게 정리를 해두면 오빠가 와서 가방에 넣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대체 언제 넘어 올 생각인지...;;
방바닥에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난장판 한가운데에서 마음이 먼저 지친다
전화 건너편에서 "닭도리탕 해놨으니 와서 먹고 가라"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신경질이 날 지경이다
어제 강행군을 한 여파가 크다
생일밥을 사주신다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몽중헌에서 런치를 먹고
압구정역으로 옮겨 (광림교회 사모님들이 드글대는) think coffee에서 커피를 마시고
오빠 머리 하는 데 쫒아가서 무려 2시간! 이나 멍 때리고 앉아있다가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일을 보고 가로수길 한성문고에서 인라멘을 먹고
J네 부부를 잠시 만나 생일선물을 받고 coex nike로 오빠 러닝화를 사러 갔다가
동네 마트에 들러 이거저거 집어들고 귀가한 시각이 밤 10시 반
12시간에 걸친 외출에 손발이 부어서 뼈마디가 보이지 않았다
붓기는 오늘 아침까지도 빠지지 않아서 지금도 주먹 쥐기가 쉽지 않다
찬 물에 손을 담구었다가 다시 짐싸기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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